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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가속, 폼페이 최후의 날
[류상태의 문화산책] 예고된 비극,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류상태

서울의 수은주를 영하 18도까지 끌어내린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제주도에 내린 폭설로 제주공항이 3일간 폐쇄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오갈 데가 없어진 관광객 8만 여명은 제주도에 발이 묶였고 졸지에 노숙자가 된 승객들이 공항바닥 아무 데나 드러누워 날을 샜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미국에 내린 폭설로 18명이 숨진 뉴욕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기상이변에 놀라거나 경각심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북극의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도 이제는 상식이 되었기 때문일까. 무슨 일이건 자주 경험하다보면 무디어지게 마련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도, 그로 인한 환경위기론도, 이제는 너무 자주 들어 식상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서기 79년 8월 24일, 로마제국의 베스비오 화산이 폭발해 남동쪽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를 덮쳤다. 화산재와 함께 날아온 돌과 가스는 도시 전체를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몇 시간 후에 내린 비로 화산재는 시멘트처럼 굳어졌고 폼페이는 거대한 화석이 된 채 2천년 세월이 지났다. 지난 20세기에야 발굴된 옛 로마의 도시 폼페이는 그때 모습 그대로 완벽하게 되살아나 당시 문명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매몰 당시 폼페이의 인구는 2만 명 정도였다. 그 중에 약 2천여 명이 죽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폭발이 갑자기 일어났다고 역사책에는 적혀 있지만 사실은 전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 십여 일 전부터 규모가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그런 작은 지진은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 주민들은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 작은 지진들이 경각심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경계심을 해체시켰던 것일까.

 

폼페이와 가까운 곳에 헤르쿨라네움이라는 이름의 도시도 있었다고 한다. 폼페이보다 먼저 화산폭발로 사라진 도시다. 하지만 폼페이 주민들은 사라진 인근 도시의 흔적을 보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건 그 도시의 불운이거나 신들의 노여움으로 벌어진 일이고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폼페이는 화산폭발 17년 전인 62년에도 대지진으로 한 번 혼이 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79년 당시에도 그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다 복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밤이 되어 하늘에서 이글거리는 화산재와 돌들이 날아오기 시작하자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튿날 아침, 폭발한 용암액이 폼페이 북쪽 성벽까지 밀고 들어왔다. 집 안으로 피신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고 재물을 챙겨 집을 나서려던 사람들은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깔리기도 했다. 피난길에서도 화산재와 유독가스에 질식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폼페이를 완전히 삼켜버리기까지 재앙은 일곱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거의 이천년 후에 발굴된 폼페이는 옛 로마제국의 생활상과 산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대단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현대인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집집마다 수도가 놓여 있었고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었다. 큰 목욕탕도 있어서 휴양도시로 인기가 있었던 곳으로 판명되었다.

 

폼페이 사건을 돌아보는 이유는, 이 끔찍한 재앙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예고되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십여 년 전에 대지진이 발생했고, 화산이 계속해서 연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는 걸 알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폼페이 주민들은 연기가 무럭무럭 솟아나는 화산이 도시 풍경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 준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몇 가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자연의 재앙에는 징조가 보이고 미리 대비만 하면 큰 화는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징조를 무시하거나 설마 하는 생각을 하다 결국 엄청난 재난을 당한다. 오늘날에도 우리들이 겪는 자연재해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개인의 삶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들에는 대체로 어떤 신호나 징조가 있어서 미리 예고를 해준다.

 

21세기 들어 이상 기후현상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는 과거와 뚜렷이 다른 특징이 있다. 요즘엔 비나 눈이 한 번 왔다 하면 무지막지하게 퍼붓고 가물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가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상재해가 점점 더 잦아질 거라고 말한다. 이렇듯 지구 전체가 이상기후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오염과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에서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기상재해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그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쌓여 지구에 온실효과를 만들고 지표면의 온도를 올려놓기 때문에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한다는 건 이제 어린아이도 다 아는 상식이 되었지만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너무나 미미할 뿐 아니라 요즘엔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가 관계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영화 <주라기 공원>이나 <터미네이터>를 본 관객 중에, 어쩌면 이런 일이 실제 미래세계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북아메리카 전체가 얼어붙어 미국이 통째로 멕시코로 피난을 떠나야 했던 미래의 어느 날을 가상의 세계로 담아낸 영화 <투모로우>도 그런 류의 영화다. 어쩌면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야말로 히브리성서의 예언자들처럼 미래의 재앙을 경고하는 현인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구마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폴크스바겐. 그들이 내세웠던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만큼이나 신뢰를 받았던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수치를 조작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오로지 이득창출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사로잡혀 지구마을을 오염시키는 글로벌 재벌들과 그들의 사탕발림에 놀아나는 세계인들을 보면, 지금 지구마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그 옛날 폼페이인들과 무엇이 다른지 가늠하기 어렵다.

 

환경문제를 조금의 불편과도 바꾸지 못하는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실의 풍요와 쾌락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지겹도록 들어왔고 아직 심각한 위기상황을 직접 겪지는 않았기에 더 태만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되는 다음 세대는 죽음과 싸우며 우리 세대를 원망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구대재앙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비관주의자라서 그런 걸까.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세계 종교의 문을 열다]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등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6/01/26 [11:59]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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