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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는 교육부장관 자문기관 아니다
[시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구성에 공개추천과 인사청문 절차 도입돼야
 
송병춘 변호사   기사입력  2007/10/02 [18:59]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은 자연인인 사인은 학교를 직접 설치·운영할 수 없고, 사인은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뿐이며, 학교법인만이 학교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학교법인을 설립하는 사인은 법인의 정관에 건학이념을 구체화하고, 그러한 건학이념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수임인으로서 최초의 임원들을 지명하게 된다. 즉, 사립학교법 제10조는 ‘학교법인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고, 목적과 명칭 등을 기재한 정관을 작성하여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학교법인의 설립당초의 임원은 정관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법인 설립자와 학교법인 사이의 연고 관계는 재산을 출연하고 건학이념을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에 명기한다든가, 최초의 이사를 지명한다든가 하는 것뿐이고(물론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을 이사로 지명하게 되지만), 이러한 연고를 설립자의 학교법인에 대한 영속적인 지배권의 근거라고 주장한다든가, 법적 권리로까지 고양된 ‘연고권’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0월1일 오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립학교개혁을위한국민운동본부, 민변, 참교육학부모회 등 12개 단체로 이루어진 ‘부패재단 복귀 저지와 학교 정상화를 위한 임시이사파견학교 공동대책위원회’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임순혜

더욱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학교법인의 설립을 허가하고, 관할청(대학의 경우에는 교육부장관, 초·중등학교는 교육감)은 任員의 취임을 승인하며, 任員이 사립학교법이나 초·중등교육법 또는 고등교육법의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에 의한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 任員間의 紛爭·會計不正 및 顯著한 부당 등으로 인하여 당해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하거나 한 때에는 그 就任承認을 取消(=해임)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학교법인의 운영이 정상화되었다고 판단될 때에는 관할청이 직접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교법인에 대한 설립자의 소유권 내지 영속적인 지배권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며, 설립자가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에 맞게 학교를 잘 운영할 경우에만 임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관할청에 의하여 해임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학교법인의 운영이 정상화되었을 경우,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하여 해임된 바 있는 구 이사진이 다시 복귀하거나 적어도 정식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007. 7. 27. 개정 이전의 구 사립학교법(2005.12.29 법률 제7802호)에는 “이사의 선임은 상당한 재산을 출연하거나 학교 발전에 기여한 자 및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의견을 들어 관할청이 선임한다”라고 규정하여 재산을 출연한 구 이사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행 사립학교법은 위와 같은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과거 학교법인 설립에 연고를 가진 자 및 학교 구성원들로부터의 의견청취를 강제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구 이사진들은 여전히 학교법인에 재산을 출연하였다든가 재산을 출연한 자로부터 이사로 선임되었다는 등의 연고를 이유로 설립자의 재산권 운운하며, 다시 이사진으로 복귀하여 학교법인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려 들고 있고, 그들의 비리와 전횡을 겪었던 학교 구성원들은 그들의 복귀를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팽팽한 대립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007. 7. 27.의 사립학교법 개정 시에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규정이 신설되고, 임시이사의 선임 및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을 위 조정위원회가 심의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첨예한 대립 국면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하여 해결해 보고자 하는 교육당국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의 이러한 의도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려면, 중립적이고 균형있는 위원회 구성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대통령이 추천하는 3인,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5인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조정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바, 현재 입법 예고된 시행령안은 위원 추천에 있어서 자격요건이 동일한 자가 중복 추천되지 않도록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사전에 조정할 수 있음을 규정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단순한 교육부장관의 자문기관이 아니고, 임시이사의 선임 및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기관으로서, 비리사학의 정상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사실상 종국적으로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며 위원회의 구성방법에 있어서도 헌법기관에 준하고 있으므로, 이해 당사자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공정성과 권위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특히 사학법인 설립자 내지 사학법인연합회의 로비스트에 불과한 인사들이 위원으로 위촉된다거나, 한 쪽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들만으로 위원회가 구성되어서는 안 되므로, 밀실 추천이 아닌 공개적인 추천과 사전적인 인사청문 절차가 위촉 행위 이전에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즉,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의장은 위원을 추천함에 있어서 교육관련 당사자들 내지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 공개적으로 추천하여야 하며, 추천된 인사들의 자격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정식으로 위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위원의 공개추천 및 인사청문 절차가 반드시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명시되어야 할 것이고, 위원회의 업무 역시 이해 당사자들이 의견을 들어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의견청취 및 회의록 공개 의무 등도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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