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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지난 수십년간 누가 꼼수부렸나?
수도권 과밀해소 촉구한 조중동, 행정특별시는 수도이전 꼼수라고 폄하
 
최인   기사입력  2004/11/09 [15:28]
오늘 아침 중앙일보 사설의 제목은 이렇다. ‘행정특별시는 수도이전의 꼼수다’  정부여당이 헌재의 위헌 판결로 중단된 수도이전의 대안으로 행정특별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온 사설 같다.

미 대선 이후 뜸해졌나 싶더니, 이 신문은 사설로 또다시 지나간 얘기를 지핀다. 이 신문의 사설은 이것이 왜 꼼수인지 이렇게 설명한다.

▲행정특별시는 수도 이전의 꼼수라고 비판한 중앙일보 사설     © 중앙일보 11월 9일자 PDF

“행정부와 대통령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는지, 국회와 행정부의 긴밀한 관련성은 필요없는 일인지부터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경제 관련 정부 청사가 과천에 떨어져 있어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양쪽을 오가는 시간비용이 상당하다. 또 공무원들이 국회와의 업무 협조를 위해 오가느라 보내는 시간도 엄청나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행정부처만의 이전은 행정효율의 저하와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공무원들이 허비하는 시간이 걱정인 모양인데, 정말 정부여당이 꼼수만 부리고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뉴스 검색 사이트인 kinds에 이 신문 검색주소는 들어 있지 않아 다른 신문의 기사를 살펴 봤다.

동아일보 91년 10월 26일자 ‘수도권 공단조성 억제/정부/행정기관 지방이전 박차’ 라는 기사를 보자,

“관계당국에 따르면 7차 5개년(92-96년)계획의 일환으로 이같은 내용의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대책을 마련,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했다. 정부는 또 이미 이전계획이 마련된 11개 청단위 정부기관의 지방이전을 차질없이 추진할뿐 아니라 청단위 이상의 행정기관에 대해서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중략....이와함께 이공계를 제외한 수도권 소재 대학의 정원증원을 강력히 억제하고 서울소재 명문대학의 지방이전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적고 있다.

91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는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수도권 소재 대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여신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한편, 수도권내 대규모 사업을 규제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있던 당시 민자당 김영삼 총재는 92년 10월 28일, 경남 지역 대선 필승 결의대회에서 “수도권 집중현상 시정을 위해 각급 청사, 국영기업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정부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지역균형개발법을 제정하는 등 지역간 균형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조선일보 92년 10월29일자는 기록하고 있다.

92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 구상’을 통해 77개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중 "정부가 솔선해서 각급 청사 국영기업체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정부기관의 지방이전을 실시하면서 지역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지방의 균형개발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동아일보는 92년 12월20일자 신문에서 '[강력한 정부] 바탕 신한국 구상/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 77개 공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 이름을 바꾼 민자당은 93년 1월 28일, 경제분야 10대 공약을 발표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균형발전'방안이다.

그런데, 문민정부 들어서도 귀가 아프게 수도권 집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았던지 한국일보 93년 8월 6일자에는 이행원 논설위원의 이런 칼럼이 실렸다.

“중략... 6공에서는 아예 손을 들어 버리고 수도권에 5개나 되는 신도시를 개발, 수도권인구 집중을 오히려 부추겼다. 새 정부도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를 위한 이렇다할 대응전략을 아직까지 분명하게 제시한 게 없어 안타깝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대책은 70년대에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던 수도권내 주요기관과 시설의 지방이전이란 [흘러간 옛노래]들 뿐이다“ 라고 질타한다.

그러니까, 70년대부터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가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공약과 대책은 있었지만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쳤다는 얘기다.
 
그 후 국가기관의 지방이전은 없었던 얘기처럼 돼 버렸고,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국가기능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이라는 편법(?)이 동원됐지만, 수박 겉핱기에 그쳤다.
 
97년 7월 9일자 경향신문에는 이런 기사도 실렸다.
 
서울대 지방이전 확정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는 "정부와 신한국당은 8일, 서울대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관악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캠퍼스 부지선정 및 이전시기 등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서울대측과 협의키로 했다. 당정은 또 서울대 외에도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의 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개혁은 조중동 제몫 찾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겨레신문
당시 신한국당은 대선을 앞두고, '국립 서울대의 지방 이전, 서울소재 사립대의 지방이전'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후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가 지방으로 이전했다는 뉴스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 일은 다시 추진된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해 본 시점이 1991년도 이니까 기사 내용에서도 10년이 지난 시점에 민주당 정권이 다시 7개 지방 도시로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단계적 이전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등장한다.
 
동아일보 2000년9월16일자 ‘7개 지방도시로 중앙부처-공공기관 단계이전’이라는 기사에서는 민주당 수도권 과밀해소 정책기획단이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전주 강릉 청주 등 전국 7개 지방 대도시에 50만평 규모의 균형 선도도시를 조성해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린다.
 
그러나 민주당 국민의 정부도 이 일을 차기 정권 ‘참여정부’에 떠 넘겼다.
 
2002년 11월 8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는 “‘중앙권한 넘겨라’ 지방이 뭉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지방분권 운동이 전국적 연대조직을 결성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소개하면서, 대구 경북 부산 경남 광주 전남 대전 충남 등 전국 12개 지방분권운동본부와 경실련은 7일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지역균형발전과 민주적 지방자치를 위한 지방분권 국민운동"창립대회를 가졌다고 보도하고, 중앙정치권에 대해 지방살리기 3대 입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했다.
또 국민운동측은 '중앙행정부서의 지방 이전 및 행정수도의 지방이전' 등 ‘지방분권 10대 의제’를 제시했다고 적고 있다.
 
지난 91년 정부 여당이던 민자당이 얘기했던 '정부/행정기관 지방이전 박차'는 그후 15년이 지난 지금,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바통을 이어받아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던 참여정부는 관습헌법이라는 도깨비(?) 방망이로 호되게 맞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가하면,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여당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행정기관 지방이전 박차를 얘기했던 민자당, 신한국당, 민주당 등 역대 정권은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하는가?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했다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실현 불가능한 일을 선거때마다 빌 공자 空約만 남발했다고 해야 하는가?
 
적어도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기관의 지방이전이 추진돼야 한다는 얘기는 타당성있는 주장이였고 논리였다.
 
이미 15년전에도 과포화상태이던 서울이 지금은 말끔히 해소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고, 그렇다면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한 얘기가 10년전 다르고, 10년 후 다를 리 없다.
 
앞으로 10년 후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보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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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1/09 [15: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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