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라크 무장세력과 AP에 농락당한 한국언론들
인질범들의 13분짜리 녹화테이프에 대해 아무런 고민없는 한국 기자들
 
月光狼   기사입력  2004/08/07 [00:05]
열린우리당의 송영길의원은 납치범들이 AP에 테잎을 보내 그것이 '방영'되기를 바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필자생각은 좀 다르다. 만일 그것을 원했다면 AP가 묵묵부답일 때 납치범들의 후속조치가 있어야만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떠했는가? 자그마치 거의 20일을 납치범들은 김천호사장이라는 민간사업자와 별 같잖은 '협상(?)'을 그것도 벌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다 6월21일에야 알자지라를 통해서 납치사실을 알리고 그 잘난 '요구조건'을 밝힌다. 그것도 24시간 이내에 한국군 '전원철수' 라는...
 
혹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같이 납치된 터키인인질들의 비디오는 AP에서 공개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AP는 김선일씨 테잎만 공개을 안했고 납치범들은 굳이 이를 '문제'삼을 필요가 '없으므로' 그냥 '가만히'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의아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왜냐하면...
 
납치범들이 최소한 13분이 넘는 김선일씨 테잎을 녹화한 의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인 납치사실을 전세계로 '방영'할 의도였다면 응당 꿀먹은 벙어리인 AP말고 다른 언론을 선택했어야 하지 않은가? 나중에 터키인에 앞서 김선일씨의 납치사실을 공표한 것을 보면 김선일씨의 납치가 주목적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수있다. 그런데도 '김선일씨 테잎'만 빠졌는데도 20여일을 시간만 죽이고 앉아있는 납치범들은 다 할일없는 한량들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보자. 납치범들의 '요구조건'과 둘러싼 'AP'와의 기기묘묘한 관계를 금방 알 수 있다.
 
1) 납치범들은 '요구조건'을 AP에 알리지 않았고 AP는 테잎 내용만 보더라도 손쉽게 인질이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그 테잎을 보낸 납치범들의 '요구조건'이 무엇인지 취재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납치범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20여일을 차일피일 시간만 죽였다.
 
2) 납치범들은 '요구조건'이 '한국군 파병철회'라는 사실을 AP에 알렸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AP는 비디오테잎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게 김선일씨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
참 묘하게도 맞물려있다...
 
위의 두가지 시나리오를 종합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독자님들에게 맡기고 다시 그 넘의 '요구조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납치범들의 '요구조건'과 관련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시간별로 보면...
 
1)24시간 이내 한국군의 이라크에서의 철군이다. - 즉 '요구조건'은 '철군'이다.

2)사실은 김선일씨가 기독교인으로 이교도이기에 죽였다. - 즉 '요구조건'보다는 '이교도'라서 죽였다.

3)(이라크인 변호사의 의하면)원래 '요구조건'은 한국군의 추가파병 철회였다. - 즉 '요구조건'은 '한국정부의 추가파병결정의 철회'였다.
 
이렇게 변했다. 여기다가 양념으로 터키인 인질의 납치 '요구조건'을 추가해보자.
 
4)부시의 이스탄불 방문시 대규모 집회 요구였고 이라크에서 일하는 터키인들과 기업의 철수였다. (이례적으로 납치범들은 유치하기 짝이없게도 터키로 직접 집회를 호소하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독일의 슈피겔'지는 보도했다!)
 
도대체 납치범들은 무슨 목적으로 김선일씨를 납치했고 무슨 이유로 김선일씨를 죽였는가? 이쯤되면 모호해지지 않는가? 터키인인질과 관련한 요구조건은 과연 저항단체로서 합당한 것인가? 왜 납치범들은 유독 미군과 관련한 '외국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는가?
 
즉, '요구조건'과 관련하여 응당 위와 같은 의문이 당연히 일어나야 '정상'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글의 목적은 납치범들의 정체와 AP의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고 '등신'같은 '한국언론'을 성토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제 화살을 그리로 돌려보자. 긴 말 필요없으므로 독자님들을 위해 기냥 간단히 번호매겨서 정리해 보자.
 
1) 한국기자들은 납치범의 요구조건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해서 철저히 알아볼 시도조차도 하지 않은채 납치범들의 흘리는 정보에 이리저리 멍멍이 끌리듯이 휘둘렸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짓어대기만 한다!)

2) 마냥 전해지는 정보들을 나열할 뿐이지 그것을 분석해서 종합적인 결론을 도출해 낼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머리는 순전히 폼으로 달고 다닌다!)

3) 그저 외부로부터 전달되는 사실(한국언론이 '사실'이라고 막연히 여겨는...)만 보도할 뿐으로 철저한 기사에 대한 '보신주의'만 팽배하다. (당신들은 우리나라 공무원의 보신주의를 욕할 자격이 없다!)

4) 모두 단발성 기사들로 고개 돌리면 끝이다. 한국언론과 기자들의 냄비근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기몰이만 하면 끝인가? 저널리즘은 어디로 갔나?)

5) 흔히 연구소 박사급들의 일반론과 풍부한 레퍼런스, 유식한 단어로 치장한 글은 요란스럽게 무슨 '진실'인양 호들갑을 떤다. (필자는 동북공정과 김선일씨 납치와 관련하여 별 시원찮은 사설을 참 많이도 봤다!)

6) 기자가 뭐길래 별 희안한 권위의식과 앨리트의식은 높기도 하다. (그럴 시간 있으면 하나라도 더 취재하러 다니고 한 번 더 머리를 굴려봐라!)

여섯가지 채웠으니 나머지는 독자님들이 몫으로 남겨놓는다.
 
물론 언론마다 색깔이 있고 성향이 있으니 그 속에 몸담은 기자들의 기사에도 선택과 편집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김선일씨 납치와 AP의혹 관련 한국언론의 보도는 어디를 막론하고 한마디로 '수준미달'이다. 기사가 추구하는 이념적인 배경과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도대체 '기본'은 해야하지 않은가?
 
필자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나라 언론의 공식보도는 고사하고 소위 '사설'을 통해서도 김선일씨의 납치와 AP의혹 관련된 정작 중요한 의문점들에 대한 심도있는 지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기자들은 '두뇌'를 모두 '파병' 보냈나? 조금만 굴려봐도 금방 의혹이 드러나는데 모두 꿀먹은 벙어리니... 알면서 그러는지 모르면서 그러는지... 쯧즈... 필자는 솔직히 기자시험에 뭐가 나오는지 모르지만 소위 '상식'이라는 과목이 틀림없이 이들을 망쳐놓고 있다고 믿는다.
 
이제 한국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동시에 국제적인 사건들이란 것을 한국언론은 빨리 인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사건만 가지고 맨날 지지고 볶으면서 용봉탕을 끓이지 말고 국제적인 사건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들을 키워야 할 것이다.
 

[참고기사] "희생양 찾기·영웅 만들기에 나선 신문" 최영재 한림대 교수, 김선일씨 보도 분석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김선일씨 피랍·피살에 관한 국내 신문의 보도에서 '희생양 찾기'나 '영웅 만들기'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8월호에 6월 21일∼7월 7일 조선·동아·한겨레·문화 4개 일간지의 관련 기사 477건을 분석한 결과를 실었다.
 
김선일씨 기사의 취재원으로는 정부(26.8%)가 가장 많이 등장했으며 외국 정부나 기관(25.2%), 외신(14.3%), 정당(11.7%), 이익집단(8.8%), 김선일씨 주변(4.8%), 다른 언론(4.7%), 전문가(3.7%) 등이 뒤를 이었다.
 
최 교수는 "김씨 관련 기사는 외신이나 정부, 또는 외교 소식통을 이차적으로 인용하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정보 수집 능력에 한계를 드러낸 한국의 외교 소식통을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오보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지목하거나 시사한 김씨 사건의 책임은 6월 23일까지는 테러리스트에 쏠리다가 다음날부터는 정부에 집중되는 양상으로 바뀐다(김씨의 피살 소식은 국내에 23일 새벽 알려졌으나 23일자 조간에는 대부분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6월 23일 이전에는 테러리스트 110건, 정부 32건인데 비해 그 뒤로 80건과 168건으로 역전됐다.
 
가나무역의 책임을 지적한 기사는 29건, 부시 미대통령과 언론은 각각 8건, 김씨의 책임을 거론한 기사는 2건이었다.
 
이를 신문사별로 보면 정부에 책임을 물은 비중은 한겨레 55.2%, 동아 42.4%, 조선 34.3%, 문화 33.3%의 순이었고 테러리스트 비중은 문화 48.8%, 조선 46.1%, 동아 42.4%, 한겨레 24.6% 등의 순이었다.
 
최 교수는 "9·11 테러를 당한 미국 사회나 언론이 부시 행정부의 책임을 곧바로 묻지 않은 것은 미국 정부도 희생자라는 인식 때문"이라면서 "살인자가 명확한 마당에 한국 사회와 언론은 같은 피해자인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서로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가 정부의 책임을 많이 물은 것은 테러리스트의 '파병 철회' 주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에 대해 "김씨 사건을 이라크 파병 이슈와 연계를 해야 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 사건을 파병과 연결시킨 기사의 비중은 한겨레(30.6%)에서 가장 높았고 나머지는 16∼20% 수준이었다.
 
이어 최 교수는 "김씨에 관한 사실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던 신문들은 이라크 내 그의 선교 목적과 활동까지 보도함으로써 테러리스트를 오히려 자극했으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라크로 건너간 김씨가 피살 이후 보도 과정에서 애국 영웅 정도로 그려지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독자가 괴리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주제별 전개양식을 보면 피랍과정, 피살과정, 피살 후 과정의 에피소드 비중은 각각 40.3%, 26.2%, 23.5%에 그쳤다. 반면에 김씨 소개나 석방 노력에 관한 기사는 각각 80.0%와 74.1%가 에피소드로 채워져 감정적 보도로 기울었다.
 
방송3사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심층보도 분야에서는 KBS가 가장 돋보였으며 SBS는 피살 소식이 알려진 23일 다른 두 방송사보다 훨씬 많은 기사를 내보내는 몰아치기식 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6월 21일부터 6일간 저녁종합뉴스의 보도 건수는 SBS 94건, MBC 92건, KBS 80건이었는데 23일 보도 건수는 SBS 34건, MBC 26건, KBS 21건이었다.
 
대신 KBS는 'KBS 스페셜 긴급기획', '생방송 심야토론', '일요진단', '일요스페셜', '현지르포' 등을 편성하는 등 다양한 기획을 생산하고 공론 수렴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MBC도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생방송 이슈&이슈', '시사매거진 2580', 'PD수첩', `100분 토론' 등을 통해 심층 프로그램을 내보냈으나 SBS는 'SBS 대토론 이것이 여론이다'와 '그것이 알고 싶다' 두 차례에 그쳤다.
 
그는 방송3사 보도의 문제점으로 △추측성 보도에 의존 △인질에게 불리한 정보 제공 △진실은 없고 의혹만 제기 △정보적 가치보다 스케치성 감상보도 우선 등을 꼽았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8/07 [00:0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