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MB, '오바마 굴욕 외교' 또 논란…"발가벗은 정부"
중국·일본과 너무다른 한국체류 일정…시민단체, 아프간 파병 반대 목소리
 
취재부   기사입력  2009/11/18 [19:0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18일 저녁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저자세' 외교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은 북핵과 FTA 등 한미 간 주요 의제를 놓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당장 오바마 방한 직전 발표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와 한국체류 기간 동안의 일정 등에서 '굴욕적 외교'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양국 정상, 19일 정상회담…"고작 24시간도 안되는 체류시간에..."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오는 1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 대통령이 제안한 이른바 '그랜드 바겐'과 한미FTA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두 정상은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와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 이행 방안 등을 놓고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한국정부가 최근 확정 발표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의 의제는 정상회담 내용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4월 G20 금융정상회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 모습.     © 청와대

하지만 당장 야권은 '미국앞에서 발가벗은 정부'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명박 정부의 외교행태를 꼬집고 나섰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일본과 중국에 견줘, 한국 방문의 의미가 현격히 낮으며, 이에 따른 '굴욕외교' 상황까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환영의 폭죽이라도 터뜨리는 듯, 이명박 정부는 일찌감치 2천명 파병규모를 발표해 놓고 있다"며 이날 <경향신문>이 최초로 보도한 '연대급 재파병' 문제를 거론했다.
 
우 대변인은 "재파병하지 않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위반하면서까지 미국 국민조차도 반대하는 추가파병을 당사국도 아닌 한국정부가 자처하여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존심을 다 팽개쳐 버린 굴욕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체류 일정 등을 지적, "고작 24시간도 안되는 체류시간에 국가적 핵심의제를 다루겠다는 것 자체가 국제관례상 불가능하다"며 "우리 정부는 회담성과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손에 쥐어 줄 선물보따리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성토했다.
 
중국-일본과 너무 다른 한국체류 일정…"친미 사대주의"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의 두번째 일정이었던 중국에서 3박4일 동안 체류했으며,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역시 1박2일의 기간 동안 머물며 아키히토 일본 천황을 향해 90도로 절을 해 미국내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체류 기간 동안 단독정상회담 및 확대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성과를 밝힐 예정이며, 이후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찾아 주한미군을 격려한 뒤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회담내용과 관련해서도, 일본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대해 주민여론을 근거로 '가능한 한 조기 해결'을 요구했으며, 나아가 아프가니스탄에 자위대를 파병하는 문제를 놓고선 '파병 불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위영 대변인은 "이처럼 동북아 각국이 이미 각자 국익에 맞춰 독자노선을 정립해가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구태하기 짝이 없는 친미 사대주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를 질타했다.
 
이와 함께 한미FTA에 대해서도 "대기업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힌 뒤, "북핵문제 또한 강온의 입장 차이속에 구체적인 성과없이 끝날 것이 틀림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라며 "이렇게 미국에 굴욕외교로 일관하다가는 동북아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익이 주권'이라는 점을 강조, "국익은 고사하고 미국앞에 아무 조건없이 벌거벗은 정부로 인해 국민들이 치욕을 감수해야 하는가"라며 "동북아 후진국 국민으로 '고개숙인 한국인'이 되어야 속이 편하겠는가"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시민단체들도 '아프간 파병 반대' 목소리 높여…보수단체는 "오바마 환영"
 
이에 앞서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브리핑을 갖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받는 정책을 한국에 강요하는 행태를 오바마 대통령이 보이지 않기 바란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에 대한 '조공 파병'인 아프간 재파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 시민사회단체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18일 오후 '아프간 재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 CBS노컷뉴스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 "실효성 없는 '그랜드 바겐'이나 포괄적 타결에 공통점이 있다는 수사적 발언을 오바마 대통령이 선심쓰듯 해주고, 이 대통령은 그것을 성과로서 국민에게 제시한다면 그야말로 아무 실효성 없는 코미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방관자적 자세로 임한다면 실질적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그냥 구경꾼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거세게 일고 있다.
 
반전평화연대와 남북공동실천연대 등 60여 개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재파병 결정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군사협력을 위한 한미 회담을 중단하라"며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전쟁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주둔 병력을 늘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명분 없는 전쟁에 동참하지 말고 재파병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라사랑어버이연합'과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진영의 극우단체 회원들은 이날 미 대사관 인근에서 오바마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를 열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11/18 [19:0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