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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촛불콘서트 하자는 것인가? 盧 퇴진이 우선"
파병철회 일부 참가자들, 파병반대국민행동 지도부에 야유
 
김기성   기사입력  2004/07/07 [11:32]

7월 3일 5시부터 제일은행 본점 앞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사전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적지않은 수의 민노당 집회는 경찰의 호위와 보호아래 치뤄졌고, 그들이 광화문 네거리까지 행진해 나가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촛불시위가 경찰의 삼엄한 호위 아래 이루어졌던 것처럼...
 
▲지도부의 집회종료 방침을 야유하며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위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김기성

3일 6시 제일은행 본점 앞에는 20여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민노당의 집회와는 별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권단체들'라는 이름의 "정부는 이라크 파병 철회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민노당의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소출력의 앰프만을 가지고 그들만의 집회를 시작한다. 그들은 파병을 반대하는 내용과 촛불집회에서 마이크를 가진 지도부가 또 하나의 권력으로서 대중의 분노를 통제한다는 내용의 간단한 집회를 가지고 한 참가자의 제안에 따라 도로를 점거하고 광화문 네거리까지 행진하기 시작했다.

대오가 너무 적어서였을까? 민노당의 힘이 강력해서 일까?
이들의 집회는 물론 행진도 집회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교통정리하는 경찰마저 주위에서 발견할 수가 없다.

이들은 광화문 네거리까지 경찰의 제지나 호위없이 "노무현 정권 퇴진"을 외치며 행진했다.

▲광화문 네거리까지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을 하는 인권활동가들     © 김기성

밤 10시경 2부 문화행사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촛불 집회, 파병철회 집회가 아니라 촛불 콘서트"라고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할 무렵, 무대에서 들려 온 내용이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세웠다. 3부 평화행진을 하겠다는 지도부의 방침이었다.

앞쪽 대열은 청와대와 미대사관으로 평화행진을 하겠다는 사람들과 경찰간의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경찰은 선무방송을 하고 지도부는 "평화행진을 보장하라"는 발언만 계속 되었다. 간헐적으로 몇 명의 사람이 전경과 몸싸움을 시도하지만 그냥 전경과 마주보고 서있기를 30여분.

▲30여분의 대치가 끝난 후 이들 대부분은 지도부의 행사 종료선언에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 김기성

지도부는 행사종료를 선언하며 집회를 끝냈다. 그리고 집회종료를 알리는 음악을 틀었지만, 참가자들은 음악을 끄라는 요구와 함께 지도부의 말을 거부하고, '노무현 퇴진'구호를 외치면서 몸싸움을 시작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싸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주 투쟁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자"며 "파병철회"구호로 정리하려 했지만, 참가자들은 "노무현 퇴진"으로 답하며 몸싸움을 계속했다. 이후에도 음악이 크게 틀어져 나와 뒤쪽의 참가자들은 앞의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돌아갔다.

200명 남짓의 사람들이 전경에게 둘러쌓여 몸싸움을 계속 진행했지만,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이후 집회를 정리하려는 시도나 몸싸움을 지속하려는 지도부의 방침은 없고 참가자들만의 몸싸움만이 계속되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전날 회의에서 실질적으로 투쟁이 없다는 비판을 들은 지도부가 면피하기 위해 평화행진을 기획했지만 실천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 지도부가 대중의 분노를 관리하려 한다. 맨날 다음에, 다음에 투쟁하자고 하면 언제 싸우냐"며 지도부에 야유를 보냈다.

▲지도부의 행사종료 선언에 야유를 보내고 있는 참가자     © 김기성

청와대로 가기위해 몸싸움을 벌이던 참가자들과 그것을 종료하려 했던 지도부 사이에 누가 옳다고 말할 순 없지만, 폭력진압으로 악명높은 1001~1003기동대가 길 건너편에 대기한 상태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전투경찰이 시위대 체포를 준비(전투경찰은 시위대 체포를 목적으로 할 경우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는편이다)하고 온 것을 감안하면 200여 시위대의 용기만큼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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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7/07 [11: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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