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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왜곡, 비전투병파병 누가 흘렸나!
현재 파병안은 전투병 파병, 청와대 인터넷에 비전투병파병흘려
서프라이즈 '비전투병 파병론' 집중 홍보, 출처 확산의도 밝혀야
 
홍기빈   기사입력  2004/01/21 [16:46]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파병안은 당초의 비전투병 파병론과는 달리, 사실상의 '전투병 파병론'에 가깝다고 한다. 브레이크뉴스 1월 16일 보도에 의하면, 국회 국방위원회 의장인 장영달 의원은 현재 정부에서 넘어온 파병안은 비전투병 파병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도 현재의 파병안이 비전투병 파병안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으며,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은 지난 12월 17일 현재의 파병안은 애초에 미국이 요구했던 폴란드 형 사단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기가 막히다 못해 맥이 다 빠진다. 최종적인 파병안은 미국이 애초에 요구했다고 일찌기 작년 10월 윤영관 전 외통부 장관이 언급한 바 있었던, 바로 그 폴란드 형 사단이란 말인가. 그 많은 주장들과 함성들과 북새통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윗돌은 한 치도 꿈쩍 않은 것인가.
 
근대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를 그 최고의 존재 근거로 삼는다. 전쟁과 파병이란 국가가 보호해야 할 바로 그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정책 수단으로 내거는 자기모순적 행위이다. 따라서 그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실제로 댓가를 부담하는 국민들의 뜻이 철저하게 반영되는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 정권이 지금까지 파병을 정당화하면서 해온 주장은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그 오만가지 현란한 말잔치들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그 틈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폴란드 형 전투병 파병안을 진행시키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던 것인가? 즉, 그 비전투병 파병안이라는 것은 여론 무마용이었던가?
 
1. 3단계 전략? : 전투병 파병과 총선 승리를 모두 얻는 법
 
미국이 파병을 요청하던 당시 현 정권의 운신의 폭은 실로 협소하였다. 이라크라는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지지도의 급강하를 겪고 있던 미국 부시 정권으로서도 한국의 전투병 파병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요구였을 것이다. 또 국내의 노무현 지지 세력은 이미 특별 검사제와 1차 파병을 거치면서 큰 혼란을 겪은 바가 있었기에, 이 2차 파병의 문제는 그들 사이에서 노무현 세력이 과연 자주적 개혁 세력인가를 판단하는 시금석으로 되어가고 있던 분위기였다. 미국에 대놓고 맞설 수도 없고, 또 총선을 앞두고 분당해버린 민주당에 맞서 개혁 세력의 표를 집결시켜야 할 노무현 세력으로서는 실로 곤란한 처지였다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 현상황은 어떤가. 두 마리 토끼가 모두 그들의 토끼장 안에 들어와 있다. 파병안은 애초에 미국이 제시한 폴란드 형 파병안에 수렴해가는 한편, 열린우리당은 지지율 1위로 올라서서 희망찬 총선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대업을 가능케 한, 현정권과 열린 우리당이 보여준 지난 몇 달간의 일련의 행보가 의도된 전략이었다면, 이는 분석 음미하여 후세의 귀감이 되도록 할 가치가 있다.
 
1) 1단계: 어둠 속의 댄서
 
 작년 9월 초 처음으로 이 2차 파병의 쟁점이 터져 나왔을 때, 폭발적으로 분출하던 파병 여론에 맞선 정부의 1차 전략은 모르쇠였다. 처음엔 아예 파병 요청 사실 자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로 버텼을 정도이다. 파병에 대한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내신 외신에 넘쳐나는 데도 그것에 대해 확인과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또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로 일관하였다. 아예 노대통령 스스로가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이 없으니 섣부른 주장과 추측을 자제하라고 윽박지르면서 국민적 여론 수렴과 형성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였다. 이렇게 모르쇠로 두어 달을 끌면서 버티는 전략은 파병 반대 운동의 예봉을 초동 진압하는 데에 실로 효과적이었음을 본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드디어 노대통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파병을 논의해보자고 선언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 소집된 국방자문위원회에서 전격적으로 파병을 결정해버린다. 결국 그 모르쇠라는 스크린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놓은 뒤에서 대통령 이하 정부 각료들은 그간 파병 여부에 대한 논의를 계속 해왔었다는 것이며, 즉 어둠 속에서도 댄서는 계속 춤을 추고 있었던 셈이다. 전쟁과 파병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국민들의 꼭둑각시 인형이 되어도 신통치 않을 참여정부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용납될 수 없는 도발 행위로 기억될 것이다. .
 
2) 2단계: 더 또는 덜 (비)전투병 따라서 (비)전투병
 
하지만 이번 전략 전체에서 실로 백미라 할 기발한 발명은 바로 그 2단계, 즉 정부가 내건 비전투병 파병안이라는 것이다. 원래 민간 지원과 파병이라는 두 개의 말은 손님과 도둑 만큼이나 뚜렷하게 대립되는 개념들이다. 그런데 민간 지원도 아닌 것이 또 전투병도 아닌 것이라고 할 이 비전투병이라는 말은 필요에 따라 민간 지원이라고 우길 수도 전투병이라고 우길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말만 잘 활용하면 파병 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에게도 또 전투병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면피의 용도로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쟁점은 전투병과 비전투병의 비율을 어떻게 섞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호도되었으며, 파병이냐 파병 거부냐라는 처음 쟁점의 첨예함은 어느 덧 지루하고 밋밋한 숫자 놀음으로 바뀌고 말았다.  여기에서부터 파병 반대 운동 진영에 혼란이 생기고 힘이 분산된다. 여기에 한 가지 볼 거리가 더 추가된다. 그것은 그 전투병 비전투병의 비율을 놓고 정부 내에서 자주파와 숭미파의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니 지금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는 국민들은 애꿎은 노무현 세력과 대립할 일이 아니라, 조중동과 미국을 등에 업은 숭미파들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대통령 이하의 자주파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그 와중에 실제의 파병안을 작성하는 실권은 오롯이 국방부의 손으로 넘어간다. 노대통령과 국방자문위원회(NSC)는 그 비전투병 파병안이라는 개략의 아웃트라인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파병안의 작성을 최종적으로 작성하는 일은 국방부에 일임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그동안 일관되게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주장해온 국방부가 비록 전체 파병 병력의 규모를 놓고서는 정부와 맞선 일이 있으나, 그 비전투병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한 반대를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어느 국방부 관계자가 했었던, 전투병 비전투병이 무슨 뚜렷한 구분이 있는 줄 아는가. 의무 부대라 할지라도 전투는 기본적 임무 사항이며, 그런 면에서 모든 부대는 전투병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논평에서 엿볼 수 있다.

즉 국방부는 그 더 또는 덜 (비)전투병이라는 말의 애매함 속에서 최대한 전투병에 가까운 형태로 파병안을 작성했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 국회에 상정된 파병안이 결국 폴란드 형 파병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사연일 것이다.
 
3) 3단계: 자주파 선언
 
총선이 다가온다. 민주당과 분당한 열린 우리당은 범 개혁 세력 전체의 대표 주자로서 표를 끌어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년 지지자들을 이탈시킨 가장 큰 원인의 하나인 외교 정책에서의 친미 사대적 이미지를 씻을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작년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외교 정책에서의 모든 문제들을 숭미파의 문제로 몰고 그 본산으로 지목된 외교통상부에 장관을 포함하는 규모의 인사조치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총선에서 제 1당이 될 자신들이 만들어나갈 외교 정책은 분명히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라는 암시를 강하게 풍기고, 이에 힘입어 열린 우리당은 지지율 1위의 가도를 달린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작년 북핵 문제와 6자 회담에서 파병 문제에 이르는 사안들에서의 외교 정책들이 모조리 그 숭미파들의 두어 개 부서의 작품들이었단 말인가? 노대통령과 그 소위 자주파들은 그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단 말인가?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이 그렇게 정부 내 한 두 부서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은 정말 미처 깨닫지 못한 바이다. 게다가  열린 우리당에서 그 자주파 선언의 주역으로 나선 이가 작년에 친미 외교 노선의 대변자로 이야기되었던 신기남 의원이라는 점 또 후임 외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가 정통 외무부 출신 관료인 반기문씨라는 점에 이르면 실로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좋다 치자. 그런데 그 자주파 선언이 벌어지는 와중에 다른 한 쪽에서는  전투병 파병안이 통과되려 한단 말인가?
 
2. 비전투병 파병론의 출처, 경위, 의도를 묻는다
 
김성호 의원 등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잠시 안심하고 있다가 허를 찔린 우리 국민들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싸움판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것을 위해 먼저 해야할 작업이 있다. 우리들을 기만하고 파병 반대 싸움 전선에 일대 혼란을 가져온 이 비전투병 파병론에 대해 철저히 짚고 넘어가는 일이다.

비전투병 파병론은 들끓던 파병 반대 운동을 순식간에 잠잠하게 만들고 국민들로 하여금 손을 놓고 그저 정부 내의 자주파들만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 와중에 파병안이 어떻게 귀결되었는지는 지금 보시는 바와 같다. 정부와 그 나팔수 노릇을 한 이들은 분명히 파병안이 비전투병 파병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말에 어느 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인지 혹 그야말로 지금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듯이 파병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의 껍데기 뿐인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서 전투병 파병 반대에 정말로 함께 할 수 있는 우군은 누구이며 적군은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여, 더 이상의 혼란의 여지를 지금 끊어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그 비전투병 파병론의 최초의 출처, 확산 경위, 그리고 그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비전투병 파병론이라는 것을 내걸고 마치 대단한 평화 자주 세력이나 되는 양 뽐내던 자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가. 도대체 자신들이 그런 말을 입에 올렸었다는 것을 기억이라도 또 인정이라도 하는 것인가. 애초에 그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설은 누구의 의해, 무슨 목적에서, 어떻게 퍼지기 시작한 것인가. 
 
▲서영석, 서프라이즈 11월 6일, 정부,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키로 잠정 결정 대미 설득 중     ©서프라이즈
여기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작년 파병 결정 시기의 청와대 관계자들과 서프라이즈 관계자들의  몇 번의 모임의 의미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당시 비전투병 파병론을 보도했던 매체는 서프라이즈 뿐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매체들이 대부분 그 비전투병 파병 결정이라는 것을 청와대 발표라는 객관적인 팩트 차원에서 언급하는 선에서 그쳤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에 비해 서프라이즈는당시 노정권의 비전투병 파병론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매체이기 때문이다.

서영석씨 같은 이는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카드를 대미 협상의 구실로 이용하여 노무현은 아예 파병 자체를 거부할 것이다는 둥, 사실상 전투병 파병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모두 조중동과 미국을 업은 정부 내 숭미파들의 농간일 뿐이다라는 둥, 실로 기발한  지금 보면 허황하기 그지없는  논리를 개발하여 파병 결정으로 끓어오른 여론에서 노정권을 보위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서영석, 서프라이즈 11월 6일, 정부, 이라크 비전투병 파병키로 잠정 결정  대미 설득 중, 11월 6일, 비전투병 파병의 의미: 비전투병 파병은 파병 철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11일 왜 끊임없이 전투병 파병 보도가 나오는가: 점입가경인 정부친미인맥과 숭미조폭언론간의 커넥션, 11월 13일, 정확한 뉴스와 보도, 서프라이즈: 노대통령 3000명 파병 확인, 또 다시 단독 보도 입증 등). 또 파병 반대의 여론이 주로 자리잡고 있었던 곳이 인터넷 상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프라이즈가 그 소기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는 데에 있어서는 오히려 가장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파병 발표가 난 직후인 지난 11월 6일, 서영석 씨는 자신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직접 들은 바에 근거한 특종이라면서 위에 언급한 첫 번째 기사를 서프라이즈에 올렸다. 그 글에서 필자와 서영석씨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주고 받은 바 있다.
 
홍기빈 : "지금 이 "기사"의 팩트라는 게, 장영달 의원의 개인 소견, 그리고 정체 모를 "정부 관계자"의 귀띰이 다로군요. 파병 문제에 칼자루를 쥔게 장영달 의원과 그 "정부 관계자"입니까? 그 두 사람의 희망 사항을 토대로 하여, "정부, 비전투병 파견 결정"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당신도 기자입니까?
 
비전투병 파병이니까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여기 써갈기는 분들, "전투병 파병"으로 결판나면 어쩌려고요. 또 "그래도 노통 할만큼 했다" 그러실겁니까."
 
이에 대해서 서영석은 또 다시 청와대 귀뜸론으로 응답한다.
 
서영석 : "수준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군요...그럼 좃선은 무슨 팩트가 잇어서 전투병 파병 결정이라고 썼습니까... 저는 장위원장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나름대로 취재했죠... 좃선의 올챙이들보다야 제가 낫겠죠...누굴 취재했느냐구요??? 안갈춰져요...그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 뭘 가르쳐줍니까. 물론 모든 취재는 100% 맞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취재결과는 그렇군요..."
 
가르쳐주기 바란다. 그 시점에서 그것도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한 심중이다는 고급 정보성 아우라(aura)까지 잔뜩 뒤집어 쓰고 나온 그 비전투병 파병론은 도대체 누구 입에서 어떻게 나오게 된 이야기인가. 서영석씨가 정말 기자라면 반드시 밝혀야 할 바이다. 민망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아무래도 서영석씨의 특종은 크게 빗나간 오보가 되고 말았다.

기자 직종에서 오보란 병가지상사이니 그 자체를 시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책임있는 기자라면 자신의 특종이 이 정도로 크게 사실과 빗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일이 그렇게 풀린 것인지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보도하여, 그 기사만 믿고 있다가 허를 찔린 독자들에게 팩트를 업데이트 시켜줄 의무가 있다. 비전투병 파병론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 그리고 차후 그것을 주장하던 세력이 어떻게 되었길래 사태가 이렇게 되었는지 등등에 대해 성의있는 설명 혹은 후속 기사를 기대한다.
 
둘째, 그 글들은 팩트였다기보다는 전투병 파병을 막고 싶은 서영석씨 개인의 바램 때문에, 기자로서가 아닌 일종의 논객으로서 차선책으로서의 비전투병 파병을 설파하려는 의도에서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에도 또한 평화 애호 시민의 눈물겨운 충정을 만나게 된 셈이니 감히 뭐라 말할 생각이 없다. 단, 그렇다면 서영석씨는 현재 정부의 파병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한번 명백하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이 빗나간 추측 보도를 무릅쓸만큼의 진심이 있다면, 현재의 상황이야말로 실로 그보다 더한 짓이라도 해야할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씨도 이해할 줄 믿는다. 
 
기자는 팩트의 충실을 논객은 입장과 논리의 일관성을 각각 모토로 삼는다. 만약 서영석씨가 위의 둘 중 하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는 기자도 아닌 또 논객도 아닌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가 비전투병 파병론을 가지고 썼던 글들이 기자로서 쓴 글도 또 논객으로서 쓴 글도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가 혹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런 엄청난 이야기들을 하게 만든 것인지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불측한 상상이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는 불미스런 일을 막기 위해, 서영석씨가 시원한 대답을 줄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거니와, 지금 서프라이즈의 논자들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전투병 파병안의 현실에서 비전투병 파병론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라는 중대한 문제의 맥락은 일부러 완전히 제껴놓고, 두부찌게가 무슨 향응인가 서프라이즈의 성공을 시기하는 조중동과 여타 불순 세력의 공세일 뿐이다는 터무니없는 대답으로 문제를 빗겨나가려 하고 있다. 분노가 아니라 숫제 오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네티즌들과 국민들의 정치 의식이 80년대 김병조 코미디 수준인 줄 아는가. 지체하지 말고 비전투병 파병론의 자초지종에 대해 답변하라. 정말 할 말이 없거든, 한국 사회의 토론 수준 떨어뜨리지 말고 차라리 함구해주기를 빈다.      
 
3. 비전투병 파병론자들과 자주파들이여 궐기하라
 
필자는 이 글이 터무니 없는 헛소리이기를 빈다. 첫째, 이 글은 현재 정부 파병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몇 몇의 현재 파병안은 전투병 파병안이다라는 논평을 사실로 전제하고 쓴 글이다. 필자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그래서 거기에 근거해 쓰여진 이 글도 넌센스에 불과한 것이기를 간절히 빈다. 
 
둘째, 노정권과 또 비전투병 파병론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이 글의 비판이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기를 간절히 빈다. 그 무슨 3단계 전략 따위는 완전히 필자의 소설에 불과하며, 또 비전투병 파병론은 사심없이 제기되었던 진지한 진짜(bona fide)였기를 빈다. 단지 한반도 내외의 역관계가 꼬이다보니 어쩌다 이런 현실적 귀결이 나온 것일 뿐. 이것이 필자가 정말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그림이다.
 
첫째의 조건은 별 희망이 없어 보인다. 왜냐면 그 사실상 전투병 파병안이라는 논평은 별로 짜고서 입을 맞출 것 같지 않은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째의 조건은 다르다. 필자의 비판과 의심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만드는 아주 간단한 길이 있다. 지금까지 비전투병 파병이니 자주파이니 등등의 말과 직간접으로 엮여왔던 모든 이들이 이 괘씸한 폴란드형 전투병 파병안에 대해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그 싸움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필자가 이 글에서 제기한 어줍지않은 문제들은 완전히 묵살되어도 좋다. 전투병 파병안 반대 싸움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진정성과 소신의 문제는 저절로 증명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 숭미파들이 숨어서 파병안을 전투병 파병안으로 개칠해 놓은 게  사실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비전투병 파병론자들과 자주파들은 일제히 궐기할 때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심각하게 그 비전투병 파병론과 자주파라는 말들의 진정성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내거는 전쟁과 파병이다. 만약 지금까지 그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별 진심도 없이 말장난만 벌어졌던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의 죄인으로 단죄되어야 한다. /논설위원
 
덧글: 글을 쓰고 난 후 브레이크뉴스 1월 20일자 화면을 보니 김성호 의원의 인터뷰가 올라와 있다. 김의원은 현재 파병안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도 비전투병 파병안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결과적으로 어긴 것이기에 반드시 이번 국회에서 거부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비전투병 파병이라도 말하던 사람들조차 지금 완전히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둘째, 변희재의 글 임종석 의원은 무얼 하는가의 말미에 보니, 서영석 씨는 엊그제 쓴 글에서도 여전히 노무현과 NSC의 자주파 덕분에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성과를 얻어냈다고 강변하고 있다. 서영석씨에게 묻는다. 이것이 서영석씨의 현실 파악인가?
 
다시 한번 소리높여서 말해야겠다. 자주파들과 비전투병 파병론자들이여. 시간이 별로 없다. 어서 궐기하라.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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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1/21 [16: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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