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비전투병 파병론, 결과적으로 여론조작"
평화재건부대는 특전사 등 전투병 위주, 비전투병 언급없어
정부측 '비전투병' 정보흘려, 盧지지자는 파병반대 앞장서야
 
심재석   기사입력  2004/01/20 [15:34]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다면 당연히 파병반대의 선두에 섰겠지만, 대통령이라는 자리때문에 파병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노대통령이 파병을 막을 수 없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인터넷에 유포되는 파병찬성논리 중에 하나다. 이같은 논리를 펴는 이들은 이라크 전쟁은 원칙적으로 침략전쟁이고, 이라크의 석유를 노리는 미국의 부도덕한 전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국의 영향아래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이 파병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사실 노대통령이 개인적으로 파병에 반대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노대통령은 '비전투병 중심'이라는 파병원칙을 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로 넘겨진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은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당초 비전투병을 파병할 것이라는 정부의 방침자체가 파병반대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여론플레이가 아니었느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이들은 이라크 추가 파병안이 국회통과를 눈앞에 있는 현재의 순간에도 네티즌을 비롯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라크 추가파병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경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이 전국민적으로 일자 정부가 순간의 위기 탈출을 위해 비전투병 파병론으로 숨을 돌린 후 국민들의 관심이 총선으로 몰려있는 이 시기에 슬그머니 '전투병 파병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김성호 의원     ©대자보
이에따라 본지는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을 만나 이같은 의문점들에 관해 의견을 들어 보았다. 김성호 의원과의 만남은 1월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이번 정부의 파병동의안이 과연 정부가 주장하던 '비전투병이 맞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김성호 의원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비전투병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부터 지적하며 얘기를 풀어놓았다.

"이라크 파병을 주도한 국방부, 외교부 쪽에서는 파병부대를 평화재건 부대라고 부르지 비전투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마 정부 스스로 비전투병이라고 부르기는 부끄러운가 보다."

김 의원의 말을 좀더 듣기 전에 정부의 파병안의 내용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정부파병안에 심각한 문제가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 중 파견부대 규모와 성격에 관해 살펴보자.

가. 파견부대 규모
- 1개 평화재건지원부대(3,000명이내)
*재건지원 및 민사작전부대, 자체 경계부대 및 이를 지휘하고 지원할 사단사령부 및 직할대로 구성

이것이 전부다. 비전투병의 핵심인 공병과 의료병에 대한 언급이 없다. 막연히 민사작전부대라고 돼 있는데, 여기에 특전사를 보낼 것인지 의료병을 보낼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김성호 의원을 말을 들어보자.

"3000명 중에 1400명은 완전전투부대 특전사이고, 700명은 사단사령부 직할대이다. 전투병 파병할 때 사단사령부 직할때는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900명의 민사작전부대인데 900명 중에서 건설 공병과 의료병이 얼마나 포함될 것인지 법안에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민사작전부대는 공병,의료부대가 아닌 특전사로 구성 될 것이다.

정부안에는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부대의 성격과 구성에 대해 국방부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3000명 전부가 전투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라크에 가 있는 서희제마부대 700명 정도를 3000명에 합쳐 비전투부대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호 의원은 더불어 네티즌들이 이라크 추가파병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특히 노대통령 지지자일 수록 지금 파병반대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노무현과 인간 노무현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노대통령도 개인으로서는 파병에 반대할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한미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병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을 이해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정책이 국가의 방향과 다른 방향이라면 지지자들이 나서서 반대해야 한다. 노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서 목소리를 안내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파병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국민과 국회는 이를 거부해야 한다. 이것이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한편 정부가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원칙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0월 인터넷에는 비전투병 파병론이 이미 유포돼 있었다. 장영달 국방위원장도 정부가 공식발표 하기 이전에 모 인터넷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사실을 말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비전투병 파병론'을 흘렸다는 것을 말한다. 김성호 의원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 자신도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에 소위 말하는 자주파의 모 인사로 부터 '비전투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성호 의원     ©대자보
이 시점에서 김 의원에게 의혹을 제기해 봤다. 정부가 애시당초 전투병 파병을 계획해 놓고, 여론의 반대를 잠재우기 위해 비전투병 파병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 됐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얘기를 들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외도적으로 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아마 정부내에서 파병을 둘러싸고 자주파와 친미파간의 노선싸움이 있었던 것 같고, 결국 친미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내부에서 어떤 이론(異論)이 있든 확정돼서 나오는 것이다. 비전투병 파병이라고 밝혀놓고 말한 것과 다르게 추진하는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민을 속인 것이다. 때문에 국회는 이번 파병안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김 의원은 이번 파병동의안을 반드시 국회에서 막겠다고 다짐하고 또 했다.

"궁극적으로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통과시키기 위한 2월 임시국회가 열려선 안된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위한 임시국회는 봉쇄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국회봉쇄작전을 펼쳐 줘야 한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반대를 위해 국회를 에워싸고 인간띠 잇기 운동 등을 벌여야 한다.

크게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장영달 국방위원장이 아주 훌륭하고 올바를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도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은 평화재건과 전혀 관계없는 전투병이기 때문에 통과시킬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침략군의 일환으로 파병시키는 것은 국방 위원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상임위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위해 시민단체가 상임위장에 입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았나. 결국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적인 동의가 이뤄져야 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이전에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 장 위원장이 있어 조금 안심되지만, 국민여론이 좀더 강하게 일어야 한다."

김 의원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우리 국회가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전투병 파병이라는 당론을 정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서도 이번 파병안에 명확하게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의원은 김성호 의원과 장영달 의원 밖에 없다. 국회의원직을 내걸고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전투병파병 반대를 외치던 임종석 의원은 요즘 정치개혁하느라 파병문제에는 관심이 사라진 듯 보이고, 파병관련 토론회 마다 나와서 파병반대를 외치던 송영길 의원은 이라크에 국회 조사단으로 다녀온 뒤로는 속된 말로 '맛이 간' 것처럼 보인다.

국회앞에서는 연일 파병반대 1인시위와 단식농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파병반대여론에 불을 질렀던 이들은 지역구에서 악수하느라 바쁜지 파병안에 관해 아무런 말이 없다.

어찌보면 이들 국회의원들 마저 정부의 비전투병 여론플레이(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에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파병안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으나, 장영달 위원장의 선방(?)으로 일단 다음으로 미뤄졌다. 총선준비로 바쁜 국회의원들과 네티즌들의 무관심 속에 비전투병 파병안은 어느새 전투병 파병안으로 돌변해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성호 의원의 낙관론처럼 이라크 파병안의 국회통과를 막아낼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라크 추가파병 관련 일지 (10월 1일~10월 31일)]

10월 1일
-윤영관 외교부장관 "파병은 대통령이 결정"
-전경련, "이라크파병 국익고려 필요"

10월 2일
-정세현 통일부장관 "이라크 파병결정 빨리해야"
-정부 각료들 `파병 신중론' 제기
-추가파병시 `이라크북부 모술' 배치전망 보도 

10월 3일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이라크 파병, 한국과 이라크에 도움"

10월 4일
-장영달 의원 '파병의견서' 대통령에 제출

10월 6일
-장영달 의원 "국회 이라크조사단 구성협의"
-'한미동맹 5차회의' 서울서 개막

10월 7일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연기와 이라크 현지 테러위험 고조로 인해 이라크 파병 결정 지연 불가피 보도 잇따라
-이라크 정부합동조사단의 `부실 조사' 의혹을 제기했던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향후 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헌병 등으로 폴란드형 사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제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10월 8일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 박주현 수석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전광훈 민중연대 대표, 정현백 여성연합 대표,  이재웅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소속 주요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이라크 파병 여론수렴 나서
-유인태 정무수석 "국방.외교라인 `파병시각' 편향됐다"

10월 9일
-일본 교도 통신 "한국, 美에 이라크 전투부대 파병 통지"
-정부,'파병방침 통보' 부인

10월 10일
-노대통령 재신임 선언
-통합신당 초선8명 '파병반대' 당론 촉구

10월 11일
-주말 전국서 `파병반대' 집회

10월 15일
-청와대 "파병문제 재신임과 연계 안해"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 재신임 후 파병결정 보도 부인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 "이라크 파병은 한국에 이익"

10월 17일
-노대통령 `파병 문제' 의견수렴
-청와대는 17일 유엔안보리의 이라크 지원결의안 채택에 대해 "파병여부를 결정케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인식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해
-조영길 국방부장관 "늦어도 내달까지 파병가부 결정"
-정부관계자 "파병 찬성 훨씬 높아"
-노대통령 "파병 이제부터 본격논의"

10월 18일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대사 "한국 결정에 사의"
-진보단체 파병반대운동 본격화
-내년 2~3월 1년간 모술 배치될 듯 보도 잇따라

10월 19일
-장영달 의원 "내달 중 국회 조사단 파견"
-임종석 의원 "전투병 파병시 사퇴" 파병반대 단식 돌입
-이라크 파병 내달중순 구체화 보도 잇따라
-노무현 대통령 "파병 구체안 어떤 예단도 없다" "파병의 성격, 형태, 시기, 규모에  대해 정부가 일체 추론하지 말 것"을 지시

10월 20일
-정부 내 `파병부대 성격' 논란
-파병 `당론-자유투표' 논란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 "美에 사전통보한 일 없어"
-신기남.임종석 의원 "파병파 엄중책임"
-김홍신 의원 `파병반대' 소신 피력>
-노대통령 "파병안 추론 중단"
-부시 미국 대통령 "노대통령 인간적으로 좋아해"
-고건 총리 "10일께 파병 공감대 조성"

10월 21일
-통합신당 "비전투병 위주 파병 고려"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국방.외교라인 관성적 추진"
-청와대 `이라크 파병안' 의견수렴 나서 보도 잇따라

10월 23일
-청와대 `파병' 재야원로 의견수렴

10월 24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20여명, 파병반대 사퇴 의사"
-박주현 청와대 국민참여수석,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이라크 전투병 파병시 사퇴' 언론 보도에 대해 "누구에게도 사퇴하겠다고 말한 바 없다"고 밝혀
-열린우리당 '대민부대 파병' 접근

10월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전투병 주축 `민군 혼성부대' 이라크 파병 2천-3천명선"
-"국회의원 다수, 이라크 파병에 찬성" 보도 잇따라

10월 28일
-윤영관 외교부장관, "파병규모 결정된 것 없다"

10월 29일
-노무현 대통령 "마음 정하기  정말 어렵다"며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한 구체적 파병안 결정과정에서의 복잡한 속내를 털어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파병규모 백지상태 재검토"

10월 30일
-청와대 '파병 발언' 인사위 개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조영길 국방장관,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과 비공식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전투병과 비전투병 혼성부대를  2천500∼3천500명 정도 파병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10월 31일
-열린우리당 `비전투병' 당론 확정
-임종석 의원 파병반대 단식 철회
-청와대 '파병논란 기관' 엄중 경고 건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1/20 [15:34]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