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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전직 대통령들의 입
[기자수첩] 전직대통령의 충고를 멀리하는 것이 국익이다
 
황진태   기사입력  2004/01/15 [14:47]

한국의 역사적 기형성으로 인하여 존경 받는 국가원로이기 힘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전직대통령 청와대 만찬 초청을 내키지 않았겠으나 노 대통령이 여러 사회적 갈등에 있어서 노동자계층, 농민계층에게 과감한 토론공화국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인한 국민들의 노 대통령에 대한 못마땅함도 살펴주었으면 한다.

살인교사자도 문화를 운운할 수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14일 청와대 오찬에서 전두환 전대통령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때에는 자주 초청해 주셔서 국정얘기를 많이 했고, 여행도 많이 시켜주셨다. 특히 외국에 다녀오시면 꼭 초청해 방문 성과도 설명해 주셔서 그땐 전직대통령이 좋았다”며 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에 대하여 신경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했다. 아니 전씨 본인이 “내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라서 공짜 여행을 못 보내준 게 그리도 섭섭했던가.

그러면서 전씨는 “대통령 문화가 정착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보호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고 좀 고상한 말까지 들먹였다. 도대체 ‘대통령 문화’라는 게 어느 나라에 있는 지 모르겠지만 전씨 말대로라면 ‘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보호화는 문화’ 즉,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지난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종신형에 처할 뻔한 자신을 김대중 전대통령이 사면 시켜주었듯이 “내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니까 제발 검찰의 비자금조사 좀 중단해달라는 말인가.

총칼로 쿠데타 일으켜서 대통령이 되고서는 무슨 문화를 운운하는 지 모르겠다. 기자는 전씨에게 반성하는 문화부터 함양하길 부탁한다. 전씨는 언제쯤이야 광주 망월동 묘지에 참배 갈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여행 못 보내줘서 섭섭하다면 필자가 전씨를 광주로 여행 보내드릴 비용을 충분히 지불한 용의가 있다. 자신의 죄악에 대한 반성조차 결여 되었으면서 자신을 챙겨달라는 문화따위를 논하다니. 그 오찬자리에서 5공 청문회처럼 노 대통령이 명패를 던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아셔야 한다.    
  
‘말인지 방귀’인지 구분 안 되는 YS답지 않은 침묵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전직대통령 중에서 유난히 좋아하는 김영삼 전대통령께서는 퇴임이후에도 국내에서 ‘말이면 방귀’인줄 알고 전국방방곡곡으로 끼고 다니시다가 일본에서까지 한국인들 체면을 깎아 놓더니 왜 갑자기 먹은 게 없으신 건지 ‘말인지 방귀’를 안 뀌시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  
지난 7일 21세기 분당포럼 초청강연자로 나온 YS는 필자가 어이없어 한 전씨의 “내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라는 발언에 대하여 “전 전대통령의 이야기는 하기 싫은데 사실은. 29만원이라는 게… 이거 믿는 사람이 절대 없잖아요. 그러니까 참 그런 말은 좀 안 해줬으면 좋을 거 같아요”라며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가연 달변가 다운 그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길래 노 대통령이 주선한 청와대 전직 대통령 오찬에는 참석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다. YS답지 않다.

아무래도 안풍사건 피의자 강삼재 전 의원의 변호인이 “강 전 의원은 안기부가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수억원에서 200억원까지 받았다.”는 발언 때문에 침묵하시는 것은 아닌가. 이는 언론플레이를 할 줄 아는 ‘명석한 두뇌’를 갖고 계신다는 YS답지 못한 처사다. YS의 말들을 잘 대변해주었던 조선일보조차도 사설에서 “YS가 입을 여는 수밖에 없다”는 제목으로 YS의 입만을 바라보고 있다. ‘말이면 방귀’라는데 200억원까지 줄 정도라면 먹은 게 그 이상이라는 의미. 먹은 게 있으면 소화가 되고 방귀가 나오는 생리적인 법칙에 비추어보면 YS의 침묵은 YS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YS가 이러시면 곤란하다. 뭇 호사가들은 YS의 침묵이 부정부패비리로 구속된 결코 도덕적이라고 할 수 없는 김현철씨가 총천 출마 한다는 이유로 자중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껄이고 있다. 필자는 YS가 전두환씨를 비웃게 만든 포럼 강연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열린 애국심이 필요한 때로 정도를 걷겠다는 지도층의 도덕적 각성이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도덕성을 중시한 발언에 비춰보아 장담하건데 도덕적 치부가 있는 자신의 아들을 총선출마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 보며 그런 호사가들의 말은 그저 루머라고 믿는다.

즉, YS는 안풍사건을 촉발했던 돈은 먹었지만 소화불량으로 ‘말인지 방귀’인지를 못 뀌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야 말을 너무 함부로 내뱉어서 문제이지만 YS만큼은 할말은 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의 “YS가 입을 여는 수밖에 없다”는 그 애끓는 충정을 YS가 깊이 헤아려 주길 바란다.

노태우 전대통령 입조심과 최규하 전대통령 불참석이 옳다

▲노태우 전 대통령  
청와대 오찬에서 기고만장격으로 문화를 운운했던 전씨보다야 노 전대통령은 그나마 자중하는 듯하다. 골프신문을 창간해도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한국경제신문의 1월 10일자 보도에 의하면 노 전대통령은 지난해 5월 13일,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고서도 ‘홀인원패’나 ‘기념식수’를 원치 않고 쉬쉬해왔다가 뒤늦게 밝혀졌다. 이렇게 뒤늦게 ‘생애 첫 홀인원’ 사실이 알려진 이유가 뭔고 하니 한경의 한은구 기자에 따르면 “전두환 전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강남300CC에서 홀인원 기념식수를 해 문제가 된 직후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노 전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것도 전두환 전대통령의 쿠데타 이후에 눈치 것 이양 받고 퇴임 후에는 전씨의 부인으로 인해서 눈치 것 욕 안 얻어 먹고, 좋게 말하면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한것이요, 속된 말로는 눈치 밥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개념 없는 전씨나 YS의 ‘말 혹은 침묵’보다야 눈치 살피는 노태우 전대통령과 건강 핑계를 대서라도 최규하 전대통령처럼 차라리 참석을 안하는 모습이 ‘미운 정’이나마 국민들에게 욕은 먹지 않는다고 보아야 겠다.     
     
전직대통령들의 입을 멀리한 토론공화국에 희망을 걸며

기자는 대낮에 버젓이 광주시내에서 살인을 교사하고서는 무슨 문화를 운운한다거나, 자기 자식의 도덕교육조차 제대로 못 교육시켰으면서 정치권에 도덕 운운하는 등의 ‘사돈남말’ 같은 가잖은 충고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는 것에 대해서 노 대통령 본인 스스로도 5공 청문회 시절을 생각하면 기가 찰 것이다. 차라리 명색이 ‘토론공화국’인데 없는 시간 쪼개면서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부터 쓰디 쓴 고언을 듣는 게 개념 없는 분들을 만나는 것보다야 노 대통령의 건강에도 그리고 나라의 건강에도 이롭다고 생각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입에서 무엇을 얻겠는가. 그들은 김대중 전대통령처럼 총선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 침묵이 필요한 시점임을 배워야 할 것이다.

전두환씨가 말한 대통령 문화라는 것은 뒤로는 현 대통령을 신문지상에서 비난하면서 앞에서는 여행 보내달라고 투정부리는 것이 전직 대통령의 문화가 아니라 김대중 전대통령처럼 정치 불개입과 정치일선에 물러서서 평화통일을 하는 등의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정착되어야 할 대통령 문화다. 때마침 조순형 대표가 침묵시위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입보다는 조 대표의 입부터 열게 하는 것이 국정을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현명한 판단이라 본다. ‘토론공화국.’ 임기를 마칠때까지 빈말이 아닌 꽉 채워진 단어가 됐음 한다. 그럼 제대로 된 토론을 기대하며, 앞으로 이런 가식적인 전직 대통령 청와대 오찬은 없길 바란다./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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