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내부적인 정치적 화두들에만 자폐적으로 몰두해왔음을 통렬하게 일깨워주었다. 특히 이른바 ‘생활정치 제일주의’에 광신적으로 매몰된 ‘축소지향형 정치집단’의 득세는 대한민국이 마치 북유럽 여러 나라들과 같은 안온하고 안전한 국제정치적 환경을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착시현상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 등장 이래로 남북관계는 심각한 퇴행을 거듭하였다. 김영삼 정권이 집권할 당시에 벌어졌던 상황과 놀라울 만큼 대단히 흡사하다. 더군다나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북한 핵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에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였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숨졌다. 김일성이 사망하자 한국 정부는 대책 없고 비이성적인 북한 붕괴론에만 매달리다가 한반도의 위기를 오히려 심화시켰다. 이명박 정권은 김영삼 정권의 전철을 답습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크다.
다행히도 그때는 김대중이라는 불세출의 거인이 한반도 정세가 전면적 파국으로 빠지지 않도록 튼튼한 안전판 역할을 훌륭하게 맡아주었다. 허나 현재는 무능하고 식견 짧은 김영삼의 후예들이 집권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들마저 장악하고 말았다. 문재인과 유시민의 대북관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것에 가까울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그것에 가까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정권 수뇌부가 가장 먼저 착수한 정책은 대북송금 특검 수용이었다. 역대 수구냉전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거리낌 없이 희생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관계의 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정치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들마저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과 북한의 급변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하면서 당장의 인기와 지지율에 급급해 친노세력 식의 얄팍한 ‘내수용 정치’에만 몰입한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외면하는 정치인과, 통일이 필요 없다고 믿는 무리가 진보진영의 미래와 개혁세력의 운명을 주도하는 엽기적인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민주당 재건의 길은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에서 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해체되었다고 평화롭고 정상적인 남북관계까지 덩달아 아예 완전히 해체당해야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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