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국, 트위터리안과 소통하다 지난 20일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 강행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에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과 긴장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뒤인 밤 9시 30분.
트위터에서는 낯익은 정치인과 군사 전문가가 나와 생방송으로 트위터리안들과 연평도 사태 관련 긴급 시국대담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임종인 전 의원,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왼쪽부터) © 대자보 | |
바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17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을 지낸 임종인 전 의원, 그리고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노무현 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이었다.
이들은 트위터리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일 벌어졌던 사격훈련과 전쟁 위기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우리 정부의 사격훈련 강행의 본질과 향후 전망 그리고 대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 뚜렷‥新냉전시대 도래 정동영 최고위원은 대담 직전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동해상에서 중·러 연합군사훈련인 '화평사명(和平使命)'을 실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참 뜨끔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제 정말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는 것 같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사격훈련을 둘러싼 유엔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동북아에서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新)냉전적 대립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 표시였다.
김종대 편집장도 "중국·러시아·북한이 한편, 한·미·일이 한편이 되어 동맹구조를 유지하는 데 가장 지표가 되는 핵심이 바로 군사훈련"이라며 "이것을 잘못 관리하면 냉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동감을 표시했다.
임종인 전 의원도 "지금처럼 편 갈라서 군사훈련하는 상황이 마치 100년 전 청일전쟁 때 서해상에서 한반도가 유린된 상황, 그리고 1904년 러일전쟁으로 동해안에서 또 한반도가 전쟁터가 된 그런 상황이 다시 도래한 듯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평도 사격훈련 강행, '안보 3無 정권' 드러나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회견에서 연평도 사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정동영 | |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날 사격훈련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부의 존재 목적 즉 대통령의 기본 책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건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해서 인질로 잡고 무모한 사격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안보에 대해서 무능했고, 무모했고, 무책임했던 '3無 정권'의 성격을 보여준 것"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그는 "민주당이라도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유관 국가에 대표단을 보내고, 반전 시위라도 조직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한반도 평화로 갈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가시덤불 산길로 가는가'에 대해서 분명하게 국민들이 일어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치가 중요하고 그래서 정권이 중요하다"며 "전쟁이냐 평화냐. 전쟁은 정치의 연장에 있고, 평화도 정치가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화하는 동안 총성은 울리지 않는다' 이날 시국대담에 참가한 세 사람은 북한에 대해서도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추가 도발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서해 5도의 군사요새화 반대, 전쟁 불사 식의 대결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군사적 해법, 힘으로는 결코 평화를 완전하게 보장할 수 없다"며 "대화하는 기간 중에는 총성은 울리지 않는다는 금언도 있듯이, 전쟁을 각오하는 것이 진짜 용기가 아니라 '대화를 할 용기'가 진짜 용기"라고 충언했다. 그러면서 "만나서 따질 건 따지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부가 외교와 대화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 노선에 편승하지 말라"며 "오바마 프로세스(개입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를 시작하고, 김정일 위원장과도 직접 상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햇볕정책 퍼주기 책임론에 대해 "이미 연평도 사태 한달 만에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민주정부 10년 동안 퍼준 게 국민 1인당 1년에 자장면 한 그릇 값 북에 보낸 것"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퍼줬다고 말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정치적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평도 사태 한 달 동안 잃어버린 경제적 손실이 지난 10년 동안 이북에 준 쌀과 비료의 몇 배가 넘는다"고 힐난했다.
민주정부의 비전, 대륙열차시대·평화체제·남북경제공동체 정 최고위원은 자신이 통일부 장관 할 때와 민주정부 10년 동안 일관되게 가졌던 꿈과 포부, 비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만약 민주정부가 계속되었다면 아마 대륙열차시대가 개막했을 것이고, 한반도에서 9.19공동성명이 실천돼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어가는 과정에 있거나 평화협정이 맺어졌을 것이며, 그래서 남북한 간에 180만 명이나 되는 군대를 줄이는 군비축소 협상이 진행 중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은 거의 완성되고, 해주공단이 착착 진행되고 있을 것이며, 그밖에 2~10개의 개성공단이 더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사람과 돈과 물자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고가는 남북경제공동체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으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걸 바탕으로 남북국가연합시대가 다가오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비전이 중간에 꺽인 것이 제 개인의 실패보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편집장은 "남북관계는 원래 어렵고 평화관리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낙관적인 비전이 필요하고 용기 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깨달을 수 있는 진리"라며 정 최고위원의 주장을 거들었다.
"연평도 사태 국내정치 이용, 용서받지 못할 일" 정 최고위원은 "이 정부가 가고 있는 '전쟁을 각오해야 평화가 온다'는 것은 무책임하며 말도 안된다.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며 "지금은 대화할 용기가 필요하고 진정한 평화는 대화할 용기로부터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뚫는 건 대화"라며 "남과 북이 먼저 통해야 한다"고 거듭 남북 대화 채널의 복원을 촉구했다.
그는 또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평도 사태의 국내 정치 이용설'에 대해, 현 정부의 연평도 사태 발생 전후 미흡하고 의심스러운 대응 사례들을 열거하며 "이런 안보 무능, 이걸 어떻게 덮을까 이 부분이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국내 정치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격훈련을 했다면, 정말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끝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보적인 민주당의 길, 연합정치의 길 이 두 방향으로 가다보면 2012년 시대정신과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정동영·임종인·김종대, 연평도 사태 '긴급 시국대담' 대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