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안포-곡사포 포격이 있던 23일 오후 연평도에서는 '1.4 후퇴'에 버금가는 최악의 아비규환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민간인 가옥 등을 덮치는 포격이 좀처럼 끊이질 않자, 겁에 질린 주민들이 황급히 '인천 상륙 작전'에 나선 것. 인천으로 나오는 마지막 배인 코리아익스프레스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후 3시쯤 연평도를 출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동앗줄'을 붙잡으려는 주민들이 속속 몰려들자, 이미 출항했던 배는 다시 연평도로 회항해 이들을 다시 태웠다. 주민들은 " 사람들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그래서 다시 배를 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회항까지 감행한 코리아익스프레스호는 215명의 겁에 질린 연평도 주민들을 태운 채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인천 연안 부두에 도착했다. 포격 당시 바닷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박은금(76) 할머니는 "돈도 못 들고 작업복 그대로 입고 나와 배를 탔다"며 "포탄이 떨어지고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이춘옥(54)씨도 "포탄이 옆집에 떨어져 파편이 문짝에 맞고 담이 무너졌다"며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감을 구하러 연평도에 들어갔다던 최성철(41)씨는 "배가 정상적으로 도착했다면 아직도 그 현장에 있었을 것"이라며, 연착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안도했다. 일단 '엑소더스'에는 성공했지만, 인천에 상륙한 연평도 주민들 모두 여전히 포격 당시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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