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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공화국’은 정치권의 합작품
[김영호 칼럼] 골프장 남발이 환경도 망치지만 경제 망치는 것 생각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10/25 [20:29]

경기도에는 골프장이 115개나 있다. 부지면적이 1억1,995㎡로서 여의도 면적(2.9㎢)의 40배나 되는 규모이다. 이처럼 골프장이 난립되다보니 생태계 파괴, 지하수 고갈, 하천-농업용수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책임론이 제기됐다. 중심점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김문수 현 경기도 지사가 있어 공방이 뜨거웠다. 두 사람은 다 같이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손 전 지사는 당적을 민주당으로 옮겨 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또 2012년 대권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정당 차원에서도 공방이 치열했다. ‘골프 공화국’이란 말이 있지만 이것은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정치권은 골프장 남발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지사를 향해 골프장 난립에 대한 책임추궁이 있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늘어난 게 있는데 바로 골프장이다. 손 전 지사는 3개를 착공했고, 김 지사는 38개를 착공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손학규 지사 계실 때 다 허가했던 거다. 조건이 만들어지면 도장을 안 찍어 줄 수 없다"라고 맞받아쳤다. 이튼 날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골프장 공방이 오갔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전날 김 지사가 손학규 전 지사가 다 허가했다고 했는데 이는 위증이다"라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김 지사가 전날의 말을 바꿔 "내가 재임하고 있을 때 38개를 승인했는데, 이중 2/3에 해당하는 25개가 손 지사 재임 때 입안했던 것"이라고 되받았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걸치면 보통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자신이 최종 승인한 골프장도 결국은 손 전 지사 재임시 계획을 입안해 인-허가 절차를 밟아온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책임이 없다는 투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도시관리계획 입안권자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시장 또는 군수로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도지사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손 전 지사가 인-허가와 관련해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소리다. 실제 경기도가 승인한 골프장은 김 지사 재임기간인 2006년 11월30일∼2010년 5월27일 현재 38건이고 손 전 지사 재임기간은 9건이다. 

골프장 건설 붐은 노무현 정권이 불길을 당겼다. 2004년 7월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불쑥 ‘골프장 경기부양론’을 들고 나왔다. 경기를 살린다며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230개 골프장을 4개월 이내에 일괄심사해서 매듭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환경영향평가 등 개별 사업장의 특수성을 무시하겠다는 뜻이다. 그것도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나서 관련규제를 조사해 풀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군-구별로 건설할 수 있는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했다. 클럽 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반값 골프장을 만든다며 논밭에도 짓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2004년 2월에는 문화관광체육부가 5년 내에 퍼블릭 골프장 50개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집권기간 내내 경기가 살아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도 2008년 3월 노 정권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골프장을 많이 짓겠다고 열을 올렸다. 값싼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환경-입지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 인-허가 기간도 산업단지와 같이 6개월로 단축한다. 또 숙박시설을 갖춘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를 크게 늘리도록 대책을 강구한다. 4월까지는 골프장 건설을 촉진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등등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경기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6월부터 경기도 용인, 이천, 여주, 광주, 남양주, 양평, 가평 등 팔당상수원특별대책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284배에 해당하는 825㎢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입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도권 2,300만명의 젓줄인 팔당상수원 보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에 앞서 수질오염 총량관리제를 도입한 이 지역에 대규모 택지개발과 위락단지건설 등을 잇따라 허용해 왔다.

1990년에만 해도 전국의 골프장은 55개에 불과했는데 그 후부터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만도 189개나 승인되어 2016년에는 60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이 국토해양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년 1월 1일 현재 운영중이거나 개장 또는 건설을 앞두고 있는 골프장이 417개이다. 권역별로 보면 경기-인천이 전체의 34.5%인 144개로 단연 1위를 차지한다. 그 다음 영남권 82개, 호남권 59개, 충청권 46개, 강원권 46개, 제주도 40개이다.

경기-인천지역에 골프장이 밀집한 이유는 근접성이다. 수도권에 사는 돈 많은 사람들이 가기 편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도 용인은 골프도시다. 운영중인 골프장만도 26개이고 개장을 앞둔 골프장이 6개나 된다. 여주에도 골프장이 17개가 있는데 2개가 더 들어선다. 골프장을 남발하다보니 화성 동탄 신도시는 골프장에 갇힌 꼴이다. 골프장을 짓고 남은 자투리땅에 신도시를 짓는 셈이다.

도시화-공업화에 따라 농지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25% 수준으로 식량안보가 위협받는데 골프장이 빠른 속도로 농지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계면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6년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여의도 면적의 35배가 사라졌다는 정도이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산지도 급속하게 전용되고 있다. 산지이용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송훈석 무소속 의원이 산림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2009년 4년간 산지전용면적이 4만9,061㏊로 여의도 면적의 164배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역시 경기도가 1만75㏊로 가장 많다. 용도별로는 골프장이 7, 256㏊로 택지나 도로보다 훨씬 넓다. 4년간 여의도 면적의 24배가 되는 산지에 골프장이 들어섰다는 소리다. 지난해에만 여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2,181㏊의 산지가 골프장으로 둔갑했다. 백두대간과 한북정맥을 잇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감악산∼파평산∼자웅산∼금병산∼고령산∼박달산 줄기에는 골프장 건설 붐이 불어 산기슭을 헐어내고 파헤치느라 난리다. 금병산은 산 전체가 골프장으로 바뀔 운명이다.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는 원칙적으로 완화대상이 아니다. 골프장 건설은 마땅히 면밀한 환경평가를 거쳐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군사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은 마땅히 제외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권 차원에서는 경기부양, 지자체는 세수증대를 노려 골프장 허가를 무분별하게 남발해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민과의 마찰음이 높다. 자연경관-환경파괴, 농지오염-훼손, 지하수 고갈을 이유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골프장 난립을 촉진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사업면적의 80%를 확보하면 토지매수를 거부한 나머지 20%를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그것이다. 영리사업의 이윤추구를 보장하기 위해 골프장에 공공성을 부여함으로써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골프장 허가가 남발되는 또 다른 큰 이유는 골프장이 인-허가만 얻으면 떼돈 버는 이권사업이기 때문이다. 인-허가를 따려고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적지 않게 말썽난 경우가 그것을 말한다.

정권 차원에서 골프장을 무더기로 허가하는 이유는 골프비용을 낮춰 해외로 나가는 골프수요를 묶어 관광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했느냐이다. 남의 눈을 위식하지 않고 끼리끼리 치고 싶은 수요가 해외로 나간다. 겨울철 해외 나들이를 막을 도리가 없다. 노-장년층과는 달리 20∼30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를 선용해 골프수요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논밭을 갈아엎고 산허리를 잘라내어 무턱대고 골프장을 짓고 있다.

접근성이 낮은 영-호남은 이미 공급과잉으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도 1990년대 불황을 극복한다고 골프장을 무더기로 지어 2,4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550개가 줄 도산했다. 한번 훼손된 산하는 수백년내에 복구가 불가능하다. 골프장을 만든다고 울창한 산림을 마구 잘라내니 큰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나고 토사유출에 따른 피해 또한 커질 것이다. 골프장 남발이 환경도 망치지만 있는 골프장도 망하게 만든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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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25 [20: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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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물인 2010/10/26 [10:44] 수정 | 삭제
  • (그런즉 파괴적 정신이 곧 건설적 주장이라. 나아가면 파괴의 '칼'이 되고 들어오면 건설의 '기(旗)'가 될지니, 파괴할 기백은 없고 건설할 치상(癡想)만 있다하면 오백년을 경과하여도 혁명의 꿈도 꾸어보지 못할지니라. 이제 파괴와 건설이 하나이오 둘이 아닌줄 알진대, 민중적 파괴 앞에는 반드시 민중적 건설이 있는줄 알진대)
    골프장을 파괴하고 콩밭으로 건설할지니 이것이 민중적 건설이다.
  • 다물인 2010/10/26 [00:17] 수정 | 삭제
  • 투덜거리다 보니..가방끈이 짧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누가 설명 좀 부탁해요..
  • 다물인 2010/10/26 [00:13] 수정 | 삭제
  • 말을 해놓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그 강력한 국가주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봤는지 말이다. 사실 국가주의의 방법은 지금 당장은 빠를 것 같지만..차라리 골프장은 국가주의방식보다는 시장주의 방식으로 해결 될 것이다. 혹자는 경기도 땅 전부를 골프장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그렇게 해보라지..그것은 자멸이 될것이 뻔하기 때문에..강력한 시장주의가 옳은 방법이다. 장사안되면 빛을 갚을 수 없듯이..그래서 소시민의 막걸리판은 보호되야 하지 않겟는가. 강력한 국가주의가 삼청교육대를 만들었듯이..정의사회구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는지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가?
  • 다물인 2010/10/25 [23:59] 수정 | 삭제
  • 과연 그 콩을 먹을 수는 있을까? 그 전에 잔디에 뿌린 농약성분을 중화시킬 작물이 필요할 텐데. 지식이 짧아서 모르겠고 있을 것 같다. 남한의 경제가 과연 이대로 유지 될까? 일본도 경제침체로 근검해 진다는데..골프회원권을 유지할 중산층, 그들은 과연 이대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산업화로 농촌을 떠나 도시화의 성장속에서 중산층이 생기고 그들은 그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화및 토지의 오락화를 통해서 자산의 재생산을 생각하겠지만..경기침체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까? 인간이 살아가는데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오염된 땅에서 자라는 작물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되는데..정말 골프장을 갈아 엎을 경제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골프장에 태양열발전소를 세우는 것도 좋은 생각인것 같다. 한국사회의 모든 오락과 유흥의 경제가 사라지는 강력한 국가주의가 형성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