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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노대통령은 국민을 속이고 있다"
파병은 이라크주유소 습격사건, 파병하지 않은 것이 국익
미국주도의 파병이 되면 주권재美,정부는 명확한 입장밝혀야
 
심재석/김광선   기사입력  2003/10/25 [22:58]

이라크 파병문제가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18일 파병결정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언론은 강한 반대를 표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파병으로 인한 논란이 활발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가칭)의 반전평화모임에 속해 있는 의원들이 파병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열린 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의원직을 내걸고 단식투쟁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민주당에서 파병반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정범구 의원을 만나 파병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0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루어졌다. 아래는 민주당 정범구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범구 의원     ©대자보
▼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주유소 습격사건에 불과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찾는다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아직도 대량살상무기는 못 찾고 있지 않나. 명분없는 전쟁에 한국이 추가파병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이라크 파병에 대해 비전투병 파병 조차 반대하고 있다.

▼ 민주당은 어떤 입장인가?
‘추가파병은 절대 안된다’는 의원부터 파병찬성까지 다양한 의견이다. 더 논의를 해 봐야 겠지만,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라는 쪽으로 당론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네티즌에게 말해달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투병 위주의 파병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터키는 미국으로 부터 80억불에 정도의 경제지원 보장을 받고 1만명정도 규모로 파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경제지원을 받기로 한 터키도 이제 파병을 망설이고 있다. 터키도 미국과 동맹국인데 한미동맹강화라는 이름 하에 우리의 국익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무시되고 있거나 가볍게 처리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부담하고 있는 것이 간단한 것인가? 이런 것 때문에 사회단체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파병원칙을 결정한 것이 주권재민의 원칙이 아니라 주권재미의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 국익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익론은 허구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익론자들은 한미동맹이 강화되야 남북문제,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지난 4월 1차 이라크파병 이후에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북핵문제를 풀기위해 파병해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뿐만아니라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에는 전혀 이익이 없다. 만약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할 경우, 70년대부터 우리나라가 이뤄원 아랍권에서의 신뢰성은 일거에 무너지게 된다.또한 전투병 파병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외자유치에 있어 치명타를 입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국익은 파병을 하지 않는 것이 국익이다.

▼ UN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파병여론이 상승하고 있는데…
유엔 안보리 결의를 파병의 요건으로 정부가 내세우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유엔 결의안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유엔 의 권한이나 권능이 표시돼 있지 않은 모호한 상태이다. 정부나 일부 언론은 마치 평화유지군으로 활동을 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데, 명확히 미군주도의 군대에 한국군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UN안보리결의안이 있으므로 파병한다는 것은 큰 문제다.

▼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안들어 준 것이 있는가. 4월에도 결국 파병을 하지 않았나.
한미동맹관계 못지 않은 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이나 미국과 인접해 있는 멕시코 캐나다도 이라크에 대한 재정문제도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미동맹이라는 것은 각국의 국익이 동반될 때 유지되는 것이지 어느 일방의 요구에 끌려가는 것은 한미동맹강화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정범구 의원     ©대자보
▼ 그래도 우리의 여건상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정부는 이번에 파병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후복구비용 2억 6천만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나가 있는 서희부대 제마부대를 유지하기위해 4천만불 정도 들어 갔다. DJ 정부와현정부가 지금까지 퍼주기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대북지원 했던 금액이 3억3천만 달러다. 굶어 죽어가는 동포에게 지원한 3억3천만불을 지원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논란을 겪는 우리가 이 액수에 상응하는 액수를 이라크에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만 해도 할일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라크 파병 문제를 조금 균형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15억불을 약속하고 있는데 일본과 우리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우리가 부담하는 액수가 훨씬 더 많다. 이런 점들이 왜 간과되나? 미국의 요청이 있을 때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한미동맹인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상호이해득실을 따져야 한다.

▼ 이라크 파병 결정에 절차상의 문제가 많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절차상 큰 문제가 있다. 발표전날 까지만 해도 시민단체 회원들을 모아놓고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이것은 노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지만, 정부가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밀실에서 각본이 짜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이라크 파병의 형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향후 언젠가는 정부의 본심이 들어날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비전투병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그것은 보기 좋은 허울뿐이다. 향후 추가 파병은 어떠한 형태로든 전투병의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라크의 치안유지와 재건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우리가 파병을 하는 것은 모술을 중심으로 한 미101 공중강습사단이 담당하고 있는 북부지역을 우리가 대신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전투를 위한 부대이다.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왜 전투병을 보내려 하는가?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치르는 동안 발생한 전사자보다 전쟁 종료후에 발생한 전사자수가 더 많다. 전쟁상황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유엔결의를 보면 PKO에 대한 언급은 없고 명백히 미군주도하의 군대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참가했던 독일이나, 프랑스 러시아까지도 파병은 물론이고 재정지원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모술지역은 바그다드를 제외하고 전쟁이후에 가장 많은 전사자가 나온 곳이다. 우리가 여기에 들어가면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현지 저항세력의 공격에 우리가 노출 돼 있는 것이다.

▼ 평화유지군이었다면 파병에 찬성했을 것인가?
PKO군대라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반대할 명분이 없다.

▼ 정부는 “파병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부대의 규모, 시기, 성격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에이펙 정상회담에서 만든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을 보면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해서 조사단의 결과와 우리군의 특성및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나와있는데, 외교통상부가 배포한 보고문에 보면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독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애초에 협상전략으로 삼았던 것은 파병규모와 파병형태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준비를 했지만, 결국 부시 대통령과의 협상과정에 삭제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것은 상당한 부분 미국의 주도하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고 있는지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향후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반대를 위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우선 당내 평화민주세력 10명과 함께 당내에서 전투병 파병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라크 추가 파병의 부당성을 끊임 없이 알려 낼 것이며, 정부에게 강력히 반대 의사를 펼칠 것이다.

▼ 감사하다.


[인터뷰 후기]

▲정범구 의원     ©대자보
시사평론가 이자 지난 97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명사회자로 이름을 떨친 민주당 정범구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당초 1시간정도 예정돼 있었으나,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으로 인해 이라크 파병 문제로 국한해서 질문을 주고 받았다.

그는 "상임위원회를 빠지면 의원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며 "인터뷰도 중요하지만, 내가 해야할일은 해 놓고 하는 것이 순서"라며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정의원은 재신임 정국과 대선자금 문제, 정치개혁 등에 관한 사항은 추후에 본지에서 심도있게 다루기로 했다.
그는 인터뷰의 시종일관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이라크 파병에 있어 '국익'은 절대 존재하고 있지 않음을 주장했다. 때로는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 할 때도 있었지만, 정부의 파병 결정이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큰 눈을 부라리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의원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처음처럼'이라는 포스터이다. 지금은 민주당이 야당이 됐지만, 당이 분당되기 이전 그는 '여당 속에 야당의원'으로 불려졌다. 언제나 당에서 쓴 소리를 서슴없이 하는 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라' 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도 힘차게 이라크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는가운데, 파병 반대의 중심에 서있는 정범구 의원의 노력이 평화를 이룩하는 데 초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범구 그는 누구인가?]

 학력
   1971. 02서울 성동고등학교 졸업
   1975. 02 경희대학교 정치외교과 졸업
   1987. 07 독일 마부르크(Marburg)대 석사 (정치학전공)
   1990. 09 독일 마부르크(Marburg)대 박사 (정치학전공)
 
 경력
   1976-1979 서울 기독교 청년회(YMCA) 사회개발부 간사
   1990-1993 경희대, 충남대, 한남대 출강
   1992-1994 현대 경제사회연구원 정책 연구실장
   1997. 12 대통령후보 합동 TV토론 사회
   2000 [창조적개혁연대] 결성
   2000-2001 새천년 민주당 홍보 위원장
   2001 [창조적개혁연대] 해체 후 [새벽21] 결성
     ( 민주당 개혁파 초선의원 모임 )
   2002 새천년민주당 원내부총무
   2002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현재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일산 갑 지구당 위원장, 동북아시아 환경 문화 연합 사무총장, 한국신문 윤리위원회 윤리위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 [새벽 21]회원, 대통령 선거기획단 기획위원
 
주요 저서 및 논문
■ [정범구의 세상읽기] (창작과 비평사, 1998.12)
■ [21세기 프론티어- 전환의 물결과 신발전모델]
    (공저, 도서출판 길벗 刊, 1994.3)
■ [현대의 위기와 새로운 사회운동] (공저, 도서출판 문원 刊, 1994.2)
■ [정치개혁 시민운동론] (공저, 백산서당, 1992.7)
■ [세계화와 지역주의, 그리고 국민국가]
    (한국정치학회 주최 제4회 한국정치 세계학술대회 발표논문 19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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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25 [22: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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