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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학생, '빨대꼽힌 인생' 살 것인가
[하재근 칼럼] 한국사회 우경화의 기수, 사상 최악의 멍청한 집단 전락
 
하재근   기사입력  2009/04/28 [17:08]
요즘 대학생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불쌍하다’와 ‘멍청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연상되는 단어는 ‘스펙 쌓기’, ‘학자금 대출’, ‘실업’ 등이다.  

과거에 대학생하면 떠오르는 것은 ‘데모’, ‘운동권’이었다. 그땐 대학생이 불쌍하거나, 멍청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반대로 대단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기성세대도 절대로 대학생을 무시하지 못했다.  

요즘의 ‘중고딩’은 불쌍하게 느껴진다. 그와 달리 대학생이 불쌍하기는 하되 ‘멍청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성인이기 때문이다. 다 큰 어른으로서, 그리고 고등교육을 받는 지성인으로서의 지성과 책임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죽을 길로 가고 있다. 사상 최악의 멍청한 집단이다.  

곧 있으면 다시 노동절이 닥친다. 김영삼 정부 이래 한국의 역사는 노동계급 파괴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고용유연화로 파괴되고, 성과급 경쟁체제로 파괴됐다. 반노조정서는 집요하게 노동을 공격했고 이제 노조들의 위상은 땅바닥을 지나 지하를 향해 참호를 파고 있다.  

대학생들은 미래의 노동자이면서도, 마치 하늘나라의 신선처럼 전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했다. 노동이 공격받는 것은 대학생의 미래가 공격받는 것과 같다. 노동이 위축되면 대학생의 미래도 위축된다. 하지만 그들은 반노조정서에 동참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열정을 잃었고, 심지어 상당수 학생들은 우경화하기까지 했다.  
 
▲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박람회 모습.     © CBS노컷뉴스

또 알량한 서열의식에 젖어, 본교 학생은 분교 학생을 능멸하고, 수도권 학생은 지방대 학생을 능멸하며 대학서열체제에 가담했다. 같은 지방대끼리도 학생들 사이에 차별이 있을 정도다. 또 전국의 대학생이 총단결해 고등교육 국립무상화를 요구하는 소요사태를 일으키지도 못했다.  

그 결과 위축된 노동에 의해 대학생의 미래는 암울해졌고, 심화된 대학서열체제 때문에 절대 다수 대학생은 삼류대의 낙인을 피할 수 없으며, 등록금 지옥 속에서 부채 인생을 살아가는 처지가 됐다. 현재는 부채, 미래는 실업. 이것이 한국 대학생의 모습인데 이들은 스펙 쌓기로 이것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상 최악의 미련함이다. 
 
노동유연화 등으로 전체 노동몫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무리 개인적으로 스펙을 쌓아봐야 헛일이다. 게다가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노조를 욕하면 욕할수록 안정된 노동을 지키는 힘이 줄어들어 결국 대학생의 미래를 치고 말 것이다.  

대기업과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생각도 멍청하기는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후 대기업은 수익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없이 일자리를 줄여왔다. 일자리를 늘인 건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의 광포한 포식성은 중소기업을 압박해 결국 한국의 일자리를 줄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그 정치세력에게 희망을 걸었던 대학생들은 정말 멍청했다.  

과거의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약자들에게 연대했으며, 문제를 국가 정치의 차원에서 풀려고 했다. 현재의 대학생들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끊고, 약자에 무관심하며, 문제를 학내 복지나 스펙 쌓기로 풀려고 한다.  

그렇게 대학생들이 민중과 정치로부터 멀어지자 한국사회가 우경화된 것은 물론, 대학생 자신들도 비참해졌다. 최근 엄청나게 치솟은 등록금은 대학생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는지를 나타낸다. 학생들의 반발이 무서웠으면 절대로 그렇게 등록금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며, 학자금 대출의 금리도 그렇게 높도록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스펙 쌓기에 열 올리며 정치적으로 우경화한 대학생들을 한국사회는 호구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대학생들은 자기 인생을 저당잡히며 알바를 하고, 몸을 팔고, 자살까지 해가면서 번 돈을 상납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빨대 꼽힌 인생이다. 
 
이들이 사회로 진입해서도 여전히 빨대 꼽힌 인생을 살 것이다. 인턴 등의 명목으로 중노동 저임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회사의 수익 극대화, 노동비용 극소화를 위해 ‘몸빵’해야 할 운명인 것이다. 집단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은 세대의 필연이다. 만만하게 보이니 결국 먹힌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희망도 없다.  

추세의 역전은 대학생이 다시 전국적으로 뭉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뭉쳐서 노동계급과 민중에 연대해야 한다. 개인별 스펙 쌓기는 모두가 죽을 길로 가는 것이고, 노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모두의 미래에 고속도로를 까는 일이다. 
 
또 대기업 세력이 아닌 노동과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에 가담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동안의 삶의 질이 보장된다. 대학생이 집단적으로 무시 못할 힘을 행사하게 되면 등록금 따위의 소소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그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이다.  

이제 곧 닥칠 노동절은 절대로 노동자, 노조 등 ‘그들만의 날’이 아니다. 한국은 산업국가다. 농업국가였을 땐 농부가 천하의 대본이었으나, 지금은 노동자가 천하의 대본이며 모든 학생의 미래다. 한국이 현재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은 바로 이 ‘천하의 대본’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본이 흔들린 이유는 학생들을 비롯해 사회 전체가 노동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노동절을 맞아 대학생들의 노동의식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 부문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설사 이명박 정부를 제지하는 데 성공해 노무현 정부식으로 민주적 제도들이 지켜지는 나라가 되더라도 청년의 등엔 여전히 빨대가 꼽혀 있을 것이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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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28 [17: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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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 2009/05/09 [16:20] 수정 | 삭제
  • 사교육척결 투쟁
    2009-05-09 16:25:11

    전교조 및 학벌타파 교육개혁 운동가들 중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에게 긴급동원령이 발동되다 !

    학벌타파 교육개혁 운동한다는 진보센님들 중, 사교육-공교육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되 학벌사회에서 사교육은 악마 공교육은 천사라도 되는 양 선전하며 한국의 교육문제의 진실과 학벌패권의 본질을 감추고 호도하는데 공헌하는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은, 지금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명박 정권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을 온몸으로 사수하며 지지 보필하여야 할 것이다.

    단결투쟁! 사교육척결 !
  • 레디앙(펌) 2009/05/02 [10:20] 수정 | 삭제
  • 아래댓글들
    2009-05-01 12:47:35

    하재근의 글은 스스로 모순의 결정체다. 여기서 '그냥'님은 차라리 정직하기라도 한 것이다.
    "추세의 역전은 대학생이 다시 전국적으로 뭉치는 것...뭉쳐서 노동계급과 민중에 연대해야 한다. 개인별 스펙 쌓기는 모두가 죽을 길로 가는 것이고, 노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모두의 미래에 고속도로를 까는 일" 하재근 사고는 모순의 집약이다. '대학입학'이 미래의 '노동과 민중'되기 위함이라면(당산나무 댓글) '대학생 신분'의 부정이 되고, 노동과 민중되기의 '기피'라면 자기존재의 부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래댓글들
    2009-05-01 12:30:14

    '그냥'을 비웃는 아래 댓글들/니들은 어떤 존재들인지 알고 있니?
    장담하지만 니들은 결코 니들보다 낮은 사람들을 위해 살지 않는다. 니들의 불만을 충족시키려 할 뿐이지. 그런데 그 욕망을 키워준 고마운 스승이 바로 '대학졸업'노동자 신분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80년대에 (표면적으로나마) 존재했던 '아래로 연대'하려는 신념의 '대학졸업 신분'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 원인과 배경을 간과하고 내뱉는 비판 또한 그저 위를 흠모하는 니들의 욕망일 뿐이라는 말, 하재근스럽다.

    대학생들의 냉정한 상황? 인정한다. 그런데, 더 냉정하게 생각해 봐라. 학벌사회에 대해 개념이 부족하구나. 한마디로 수요가 많아져서 그런 거다. 학벌학력사회-85%대학생 시대에서는 하재근식 대안은 나올 수 없다. 그런 구조에서 정치의식으로 무장하라는 요구 그 자체가 냉정한 현실인식 부족이거나 관념의 정치선동일 뿐이다. 또 그렇게 무장돼도 사회가 평온해 질 파이가 모자라 불만섞인 거품만 인다.
  • 한심함 2009/04/30 [02:59] 수정 | 삭제
  • 대학생 신분이 사회 계급 계층 구성 어디를 차지하게 되는지 전혀 사유가 없는 우파 개혁적 글이다.

    그러면서도 노동계급을 얘기하고 민중을 끼워 넣으니까 좌파처럼 위장되지만 이런 글은 전형적인 중도우파 개혁 사기질이지 진정한 계급좌파가 될 수 없다.

    한국에선 고졸의 85%가 대학생 신분이 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학벌사회에서 전국민이 신분상승 욕구를 진지하게 실천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85%내 계급계층 질서엔 아무런 이동이나 변화가 없다. 다만 가치 규정질에 대해 대응이 가능해질 뿐이다.

    만약 다시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사회구성원의 30~40%가 대학신분이 되는 사회로 변한다고 치자. 극심한 학벌사회에서 그들의 사회구성상 신분 계급 계층은 어디에 질서되나. 사회의 파이는 확장(또는 축소) 제로섬이다.

    지난 시기 변혁운동에서 대학생 운동은 민주주의를 가져 오는데 크게 공헌하였지만 역으로 학력으로 서열화가 구축되고 학벌에 의해 계급계층 분화가 공고화 된 역사에 기여하기도 했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민주주의 쟁취단계인가? 변혁을 담보하지 않는 '대학생 의식(집단)'으로의 단결과 정치의식 고양은 필연적으로 무엇을 가져오는가. (하재근같은 친구가 '학벌없는 사회' 단체의 사무처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이 한국 시민단체의 무기력과 반좌파적 개혁 들러리의 본질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왜 개념없이 설익은 빠돌이들이 레디앙이나 대자보에 기생하며 계급좌파인양 사기질 매명질 정치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 대자보 애독자 2009/04/29 [17:39] 수정 | 삭제
  • 너 왕년에 노빠 부역질 엄청 했담서?
    그러면 지금 이 와중에 니가 씨부릴 야그가 이런 것이냐?
    역시 한때의 왕노빠 지승호가 요즘 문화계 인사들하고만 인터뷰하는거나, 니놈 하는 짓이나 어쩜 해방직후의 춘원 이광수랑 그리도 닮았느냐?
    야이 노빠 개잡것들아!!!!! 머라고 좀 늬네 왕초에 대해서 말해봐라. 아니면 늬들 지난 과거에 대해서 좀 얘기해봐라.
    아직도 늬들이 옳았다고 생각대면 그대로 노쭈그리와 함께 흘러가 버리던지,
    아니면 머라고 반성의 변을 읊어 대던지...
    도대체 늬들이 왜 대한민국의 문화, 청소년, 20대... 이딴 주제로 엉뚱한 잡설 늘어놓느냐 말이다.
    늬들이 세상에 토해낸 그 오물들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이대로 그냥 늬들 과거는 잊어주고, 문화비평가 정도로 새로 태어나고 싶으냐?
    지켜본 눈들이 몇갠데 그걸 잊어버리겠니? 늬들이 쏘아댄 언설의 화살에 난도질당한 사람들이 몇인데 잊어버리겠니?
    청산하자! 일제도 청산하고, 노빠 부역질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하고 넘어가자! 그것이 노무현 시대를 정리하고 넘어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 참말로 2009/04/29 [12:03] 수정 | 삭제
  • 말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실력으로 좀 보여줘봐.. 입으로만 떠드는거 질린다.
    그러면서 어떻게 글은 이렇게 쉽게 쓰고... 무조건 대학생을 싸잡아 욕하지 마쇼. 걔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거라오. 대학생의 정치세력화?? 진짜 당신말대로 대학생들이 우매한 멍청이라서 안되는 줄 아시오? 학생운동이 힘을 잃게 된 것은 내부적 문제보다 외부적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 안 합니까?
    생각하고 말 좀 하시오. 자극적인 표현으로 선동하려고 하지말고.
  • 애독자 2009/04/28 [22:02] 수정 | 삭제
  • 노동절을 앞두고 귀감이 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노동현장과 학생집단 속에서의 여러가지 왜곡된 현실로 인해 노동운동 결집이 어려운 시기에 왜곡을 바로잡고 연대를 위한 질타의 말씀으로 이해하며 잘 읽고 갑니다.

    대자보에서는 늘 이런 좋은 글이 있어서 좋습니다.
  • 2009/04/28 [21:09] 수정 | 삭제
  • 패러다임을 강요하는군요.
    게다가 국민과 대학생들을 우매하게 보면서 가르치려드는 모양새가 지긋지긋한 '노빠'의 악취를 느끼게 하네요.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노동운동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우매한 대학생'?

    과거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독재에 대항해 '반정권 투쟁'과 맞물리면서 펼쳐졌던 노동운동이 스스로의 선명성과 국민들의 호응으로 대한민국 사회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지만, 현재의 '노동운동'의 행태와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군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중대한 역사적 기로에서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해왔습니다. 3당햐합과 imf를 극복해달라고 DJ를 선택했으며, 지속적인 개혁을 이루어내라고 노무현을 선택했습니다. 밤낮 '언론탓' '우매한 국민탓'하던 누구들의 생각처럼 언론에 휘둘리는 바보가 아니지요.

    노동운동을 강요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군요. 오히려 아직까지 뭐가 뭔지 제대로 판단을 못하고 오로지 '노무현'만을 부르짖으며 '팬클럽'생활로 주변에 눈감고 귀막은 일부 대학생들을 꾸짖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