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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구하면 몇만명이든 파병해야 한다'
이라크파병지지대회 열려, 친북단체가 안티조선 주도
 
김주영   기사입력  2003/09/26 [20:16]

▲집회모습     ©대자보
지난 9월 26일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반핵반김청년본부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의 주최로 '이라크 파병지지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서는 '파병은 곧 국익'을 주장하며, 파병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파병찬성의 이유로 '파병을 안 할 경우 피해가 크기 때문'과 '이라크 평화' 그리고 '파병반대는 김정일(북한)의 논리이기 때문'을 들었다. 우익단체 관계자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뤄진 이번 집회에서는 민주참여네티즌연대의 이준호씨가 김정일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의 이준호씨가 김정일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자보

집회에서는 파병반대 단체들을 친북단체로 규정해 비판했다. 이들이 외친 "파병 반대하는 친북 단체는 각성하라."라는 구호에 대해 파병반대가 친북이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반핵반김청년본부 신혜식 대표는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진정한 평화주의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파병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미를 외치고, 미군철수를 주장하며, 나아가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반미를 외치면서 김정일에 대한 비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친북단체다."라며 이어 "이라크 파병반대하는 친북단체는 북한으로 가던지, 아니면 각성해라!"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 인터넷 독립신문의 신혜식씨가 열성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자보

이번 집회에서는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90세의 노인은 "이번 파병은 우리의 은혜나라 미국이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만명이든 몇 명이든 이라크로 파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귀순한 사람임을 주장하는 한 시민은 "내가 북한에서 군사훈련을 받을 때 UN공군기가 폭파해주기를 바랬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라크사람들도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파병을 정당화했다. 또한 "말 잘한다고 대통령 되면 웅변대회해서 대통령 뽑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신을 목사라고 설명한 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     ©대자보
실향민2세라는 한 시민은 파병에 대해 "북한 주민처럼 살아야 하는가? 미국국민처럼 풍요롭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김정일이 나쁘나? 부시가 나쁘냐? 김정일은 수만명의 주민들을 굶어죽이고 있고, 후세인은 몇만명의 사람들을 학살하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또한 파병을 반대하는 것은 김정일 북한의 논리이다. 파병반대는 김정일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라는 단순명로한(?) 논리를 를 펼쳐 모인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 시민은 전쟁터로 자식들을 보낼 수 없다라는 의견에 대해서 "군인은 싸우기 위해서 훈련을 받는다. 전쟁이 났으면 싸우러 가야지 위험해서 보낼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국익을 생각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안티조선 운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자신을 목사라고 밝힌 한 시민은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서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의 실상을 까발려 주는 조선일보에 대해서 친북단체들은 안티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라고 설명하며 조선일보의 역할을 정당화했다. 이어 지난 8월 30일 국민의 힘과 조갑제씨와 서정갑씨등과 있었던 마찰에 대해 "그들은 과격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 있었던 명계남씨에 대해 "개새끼"라는 욕을 퍼부었다. 또한 명계남씨에 대해 "우리가 명계남을 만나게 되면 다리를 한번 걷어 차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옳소, 옳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신혜식 대표는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집회를 가질 것이며, 파병에 대한 올바른 결달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라며 지속적인 집회를 예고했다. 이어 만세삼창 후 한국전쟁 시대의 군가를 부르면서 집회를 마쳤다. 광화문 열린광장에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라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신해식씨와 이준호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일얼굴을 본뜬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대자보

▲집회에 모인 사람들, 미국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자보

오늘 집회의 화두는 파병과 국익이다. 파병이라는 국가의 중대사이자 '국익'의 문제를 그들은 오로지 미국의 '은혜'와 '반북'이라는 정서속에서만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자칭 국민대회라고 하면서 모인 십수명은 대개가 실향민이었고 은발이 성성한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인 것은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과 미국에 대한 감동뿐이었다. 2003년 9월 26일 화창한 가을날씨의 광화문 열린공원 안 풍경은 빛바랜 50년대 반공궐기대회에 지나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런 장면이 되풀이돼야 할지. 분노한 노인들과 취재진밖에 없는 열린공원에 따가운 가을 햇살만 내리쬐고 있다. / 사회부기자

▲집회에 참여한 서정갑씨     ©대자보

▲집회장소에서 나눠준 책자, 김대중과 분열의 한국정치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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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6 [20:1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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