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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해 파병하나
미국의 부도덕한 전쟁에 들러리서지 말아야
 
손혁재   기사입력  2003/09/24 [10:47]

또다시 이라크 파병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봄 우리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와 국제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이라크에 파병을 했다. 지금 이라크에는 건설공병지원단 575명과 의료지원단 100명 등 675명의 우리 군대가 파견되어 있다. 그런데 국제여론의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강행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우리 나라를 비롯해 동맹국들에게 추가파병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의 다국적군 파병 요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전략 실패의 고백이자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술책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오판과 오만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추가적인 군비를 국제사회에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서장균 만평     ©뉴스툰
미국이 이미 오래 전에 종전을 선언했고 이라크가 평화를 되찾았다고 주장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미 미군은 전쟁기간 중 발생한 사상자 수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또한 게릴라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상황은 파견된 비전투병의 안전마저 심각하게 위협받을 정도로 나쁘다. 전쟁의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오리라는 것은 지난 봄 미국이 불법적인 전쟁을 일으킬 당시 국제평화단체들과 시민들이 경고한 바 있다.

전쟁의 부도덕성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전쟁도발 국가들이 제기했던 전쟁불가피론의 근거는 모두 실체가 없는 여론조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증거조작 의혹까지 대두되어 전쟁주도세력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은 지금 "대량살상무기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알 카에다와 후세인은 무슨 연관이 있는가?" 되묻고 있다. 후세인이 독재자이며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어서 정당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던 부시조차도 이 사실을 시인했다.

이라크 전쟁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다. 정의와 자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속셈이 이라크의 석유 확보와 MD의 정당성 확보에 있다. 그래서 유엔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침략을 시작한 3월 20일을 '국제사회에 슬픈 날'이라고 불렀다. 이라크 전쟁은 '해방의 전쟁'이 아니라 명백한 '억압의 폭력'이다. 미국의 공격으로 수많은 이라크의 어린이들과 여성, 그리고 시민들이 죄 없이 죽어갔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독자적 작전수행능력을 가진 '폴란드 사단형' 병력규모의 경보병부대 파병 압박을 받고 있다. 이미 소수의 비전투병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라크와 국민들을 향한 명분 없는 전쟁폭력에 동참한 셈이다. 따라서 파병된 한국군 철수를 논의해야 마땅한 때에 오히려 이라크 국민들에게 직접 총을 겨눌 전투병력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싸움터에 우리 군대를 보내 피를 흘리는 것은 미국과 함께 폭력의 악순환을 부르는 장기전의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길이다.

정부는 부당한 파병요청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파병의 명분으로 막연한 국익 또는 안보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봄 파병결정 당시 정부는 국익과 실리를 내세웠지만 무엇 하나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제시하지 않았고 입증하지도 못했다. 주한미군 재배치, 한반도 북핵문제 해결, 통상문제 등에서 미국이 이라크 파병을 대가로 우리에게 제공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파병거부에 따른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 역시 막연하고 모호한 것이기는 마찬가지다.

추석 연휴가 지난 직후인 9월 16일 전국 361개 시민사회단체가 부당한 이라크 추가파병을 반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전세계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불법전쟁을 강행한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의 추가 파병요구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또한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전으로 파병된 비전투병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부르는 장기전의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추가파병은 있을 수 없으며 정부와 국회가 미국의 부당한 파병요구를 거부할 것을 거듭 촉구하였다.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견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부당한 추가파병 요청을 거부해야 한다. 유엔결의의 전망도 불투명하고, 유엔 결의가 있다하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부당한 점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군 중심의 다국적군 활동은 설사 그것이 유엔의 이름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라크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없으며 평화를 가져올 수도 없다. 이라크에 대한 전투병 파병은 동티모르의 평화유지 활동과 전혀 다르다.

파병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있다. 전쟁도 싫고 미국의 침략도 나쁘지만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파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국익이란 무엇인가. 파병했을 때 우리에게 돌아올 국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파병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입을 불이익은 또 무엇인가. 미국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김정일이 독재자이며 북한에 핵 등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북한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세계를 향해 반전을 호소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전투병 파견 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비전투병 파견에 이어 전투병까지 추가 파견하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은 물론 중동지역국민 전체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는 일이며 국익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정부가 미국의 부당한 요청에 굴복한다면 전면적인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전투병 파병에 동조한다면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성공회대 교수이며,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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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9/24 [10: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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