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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의 경직성이 DTV 전환 해결 못해
언론운동 단체 'DTV방식 전환' 한 목소리
 
김철관   기사입력  2003/08/20 [14:53]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언론운동단체들의 성명이 최근 잇달고 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이하 PD연합회,회장 방성근)는 20일 오전 논란이 되고 있는'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디지털 전송방식 전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관료적 경직성을 극복하지 못한 정통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지난 5년간 정통부는‘미국방식도 기술이 개선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막연한 기대 속에서 미국방식을 고집해왔다"며 "하지만 미국마저 자신들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방향전환 움직임을 보이자 정통부는 이제 ‘투자비용’과 보상비용’등 터무니없는 산출 근거를 들이대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디지털지상파 전송방식 전환문제와 관련해 방송위원회의 무책임함과 KBS보신주의적 태도를 싸잡어 공격했다.

PD연합회는 "이제 더 이상 디지털TV의 전송방식을 놓고 비이성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우선 정통부가 수십조의 국민적 부담이 예상되는 미국방식에 대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아가 미국 시장을 전제로 한 산업논리의 한계를 깨달아야 한다"며 "가전산업의 시장은 미국만이 아니라 머지않아 13억의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제일의 시장이 될 것이다. 재벌들의 단기 이익에만 집착해 미국마저도 포기한 전송방식을 고집하다가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오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도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관련 성명을 내고 "사실상 미국에서조차 '미국식 디지털전송방식'을 포기한 상황이다. ATSC는 지난 3년 동안 '이동수신 불가' 등 '8-VSB'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개선에 매달려왔으나 실패했고 결국 '개선포기', '새방식 채택'으로 디지털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이라고 KBS와 방송위의 결단을 촉구했다.

또 방송위원회 로비에서 철야농성을 강행하고 있는 방노협과 기술인연합회 임원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최근 미국의 방송협회(NAB)가 채택한 방식변경안(E-VSB)도 이동수신이 불가능하고 수신률도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있다"며 "국가기간 방송사인 KBS도 DTV전담반을 구성해 전송방식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방송위에 전송방식 재검토를 요구했다.

-PD연합회 성명서-

미래의 방송환경을 좌우할 디지털TV 전송방식 문제와 관련해, 최근 방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논란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그 핵심에는 ‘정책불변의 법칙’에 집착하여 관료적 경직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통부가 있다. 지난 5년간 정통부는 ‘미국방식도 기술이 개선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막연한 기대(?) 속에서 미국방식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마저 자신들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방향전환 움직임을 보이자 이제는 또 ‘투자비용’과 ‘보상비용’ 등에 터무니없는 산출 근거를 들이대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의 무책임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기 방송위원회가 3년 동안 검토했던 사안을 놓고 아직도 ‘방송위원들이 DTV 문제 등 방송현안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든가 ‘정통부 고유권한인 전송방식에 대해 주무부서도 아닌 방송위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며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KBS 또한 보신주의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C가 이미 유럽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 반해, 디지털 전송방식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KBS 정연주 사장은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하겠다’던 취임초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최근에는 ‘(DTV 전송방식은) 방송위원회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공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KBS는 정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시청자의 권익을 우선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방송기술 전문가들은 미국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동수신이 불가능하고 난시청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한결같이 ‘기술적인 판명은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이는 호주와 대만이 기술 비교실험을 통해 미국방식을 버리고 유럽방식으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조차 자신들이 추진해온 전송방식(8-VSB)을 포기하기로 한 데서도 그 결함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최근 중국이 케이블 디지털TV의 기술표준을 유럽방식인 DVB-C로 결정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중국은 이번 결정에 한국이 채택한 미국식 ATSC방식이 TV세트당 30~40달러의 로열티가 지불된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디지털TV의 전송방식을 놓고 비이성적이고 소모적인 논란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통부는 수십조의 국민적 부담이 예상되는 미국방식에 대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 나아가 미국 시장을 전제로 한 산업논리의 한계를 깨달아야 한다. 가전산업의 시장은 미국만이 아니다. 머지않아 13억의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제일의 시장이 될 것이다. 재벌들의 단기 이익에만 집착하여, 미국마저도 포기한 전송방식을 고집하다가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깊은 늪에 빠져들기 전에 방송위원회는 금년 말과 내년으로 예정된 수도권과 지방 도시의 디지털 전환 일정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서 디지털 전환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1기 방송위원회가 비난받았던 무책임과 정책적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2003년 8월 20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민언련 성명서>

KBS의 결단을 촉구한다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가 'DTV 전송방식'과 관련해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정연주사장의 뜻에 따라 각계의 의견을 수렴, 곧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KBS가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개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 97년 말 정통부가 디지털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졸속결정한 이후 방송기술인들을 비롯하여 시민사회가 방식재검토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미국방식은 '이동수신'이 불가능하고, 산악과 고층건물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난시청문제를 전혀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식의 취약함은 DTV 전송방식으로 미국식을 채택한 나라가 극소수에 그쳤다는 사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나마 미국식을 채택했던 대만과 싱가폴이 비교실험 후 유럽식으로 DTV 방식을 변경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컸다. 현재 미국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밖에 없다. 기실 캐나다는 미국과 같은 권역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미국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미국방식을 변경한데 있다. 5월 29일 미국 첨단텔레비전방식위원회(이하 ATSC) 산하의 기술분과는 기존의 '미국식 디지털TV 전송방식'인 '8-VSB'를 포기하고 새로운 전송방식인 'E-VSB'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어 6월 11일에는 미국의 전미방송협회(NAB)가 '8-VSB' 대신 새로운 전송방식을 지지키로 결의해, 사실상 미국에서조차 '미국식 디지털전송방식'을 포기한 상황이다. ATSC는 지난 3년 동안 '이동수신 불가' 등 '8-VSB'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개선에 매달려왔으나 실패했고 결국 '개선포기', '새방식 채택'으로 디지털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방식'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미국에서 기술개선이 이루어지면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던 정통부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정통부는 관료적 경직성에 빠져 복지부동이다.
도대체 미국에서조차 포기한 방식을 정통부가 이토록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정통부의 이러한 '마이동풍'식 대응 행태로 인해 KBS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는 KBS가 기왕에 추진해왔던 미국방식을 유럽식으로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액과 미국식을 고집할 경우 생길 국가적 손실을 공정하게 비교 검토해 업계나 정통부관료의 이해에 끄달리거나 눈치보지 말고 시청자와 국민의 입장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MBC는 'DTV 방식변경'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고 SBS내부에서도 방식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KBS내 양식 있는 방송기술인들도 이미 미국식의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 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KBS경영진의 결단뿐이다. 우리는 정연주사장을 비롯한 KBS경영진의 용기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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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8/20 [14: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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