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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 후보, 아파트 공급은 안해도 되는 겁니까?
[쟁점] 한국사회당 신석준 정책위의장에 반론, 부동산 정책 너무 허술
 
홍헌호   기사입력  2007/12/19 [08:23]
신석준님. 일단 저의 글과 관련하여 좋은 글(신석준, “내 집 마련이 주거 형태 전환보다 진보적인가”-<대자보> 18일자)를 올려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논쟁에서 누구 말이 옳고 누구 말이 그른가를 떠나 그 동안 하고 싶은데 못다 한 이야기를 지면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님의 반론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 드리거나 반론 드리겠습니다. 글을 써 가면서 논쟁에서 필수적인 “예의”를 최대한 챙겨 보겠습니다만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먼저 님의 글 제목은 저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제 글에서 내 집 마련이 주거 형태 전환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진보진영에서는 양자를 병렬적 과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이구요. 님의 지적과는 반대로 대부분의 진보진영 사람들은 “서민들을 위한 공영임대주택” 확보를 어떤 다른 과제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당만 “서민들을 위한 사회주택” 확보를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님의 글 중에서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부터 반론하기로 하겠습니다.
 
“어떤 공약이 더 진보적입니까? 싼값에 ‘내 집 마련’, 게다가 공공택지에 의한 개발과 공급정책까지 강조하는 권영길 후보의 주택정책입니까? 아니면 주거형태 전환을 목표로 하는 금민 후보의 주택정책입니까? 참고삼아, 현재 주택 보급률은 107%이고, 더 공급할 이유는 없습니다.”-신석준님의 글
 
이 부분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주택 보급률이 107%이니 주택을 더 공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국사회당 공식 견해이고 금민 후보의 공약입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님은 나대지에 새 집을 짓는 것만 주택공급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의 주택 공급 현황을 보면 (매우 미흡하기는 합니다만 투기수요를 억제한 상태에서) 구형 주택을 신형 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택 공급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보진영의 핵심 주장은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를 반대한다”는 것이지 “재건축,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건교부 공식 통계에 올라 있는 주택공급이란 구형 주택 100채 허물고 신형주택 120채 짓는 재건축의 경우 120채를 신축으로 보고 그 해 그 지역 주택공급량을 120호라고 발표하는 것입니다.(보통 사업 승인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함).
 
그렇다면 정부는 왜 신도시를 건설하려 하는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뉴타운개발사업에서 보듯이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허가 확대나 규제완화가 가져오는 투기수요 유발효과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가져오는 이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하여 신도시를 건설하곤 하는데요. 이 역시 정부의 투기수요 억제장치가 강력하지 못해서 주변 지역 주택가격을 크게 올려 놓곤 하지요.
 
현재 주택 보급률이 107%이니 주택을 더 공급할 이유가 없다는 님의 발언은 전혀 현실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터져 나오는 발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2007년 전국의 주택 보급율이 200%인데 그 중 90%가 초가집이고 10%가 아파트라 가정합시다. 이 상태에서 주택보급율이 높고 공급이 충분하니 가격이 안정될까요 ? 천만의 말씀이지요. 만약 저런 경우가 2007년 현재의 현실이라면 아파트 가격은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현실의 주택시장에서 여전히 구형주택 비중이 매우 높은데 고급 신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으면 주택보급율과 상관없이 가격은 오릅니다. 따라서 정부는 “강력한 투기수요 억제장치를 구비한 상태에서” 구형주택을 고급 신형주택으로 재개발하거나 재건축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수구적이고 보수적인 건설족과 싸울 때는 “주택 보급률이 107%이니 주택을 더 공급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고급 신형주택 공급을 중단하면 향후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진정한 진보는 “대출규제 강화,개발이익환수제 강화,분양가 상한제 실질적 강화,보유세 강화, 양도세 강화 등의 투기수요 억제장치를 구비하여 최대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면서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조건적인 공급확대 반대 논리는 고급 신형주택의 희소가치를 더욱 높여서 가격을 치솟게 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국민들의 가계소득은 올라가는데 고급 신형주택 공급은 동결되어 있다? 이런 경우 고급 신형주택 가격이 안 오르고 배기겠습니까?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는데 다른 부분은 지면관계상 최대한 짧게 코멘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95년, 2006년엔 왜 축소 보고를 안 했을까요? 미분양 물량이 적고 부도 위기가 없을 때였기 때문입니다.”-신석준님의 글
 
님은 미분양과 건설사 부도율에 대한 기본 정보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건교부의 공식 발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1995년 12월, 15만 2313호였고 2006년 12월, 7만 3772호였습니다. 그리고 건설사 부도율은 1995년 4.04%였고 2006년  0.62%였습니다. 2006년 건설사 부도율 0.62%는 사상 최저수준입니다. 2007년 건설사 부도율 통계도 2006년 통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담금 부담률이 아니라 강제성입니다. 부담률이 높을 경우에는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님의 희망대로 입법과정에서 부담률이 조정되어도 강제매각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매물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권영길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적어도 2년이 지나면 쏟아지게 되어 있습니다.”-신석준님의 글
 
아마도 이 부분 때문에 제가 민주노동당에 관대하고 한국사회당에 혹독하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제가 해명해 드리겠습니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 직후 유럽을 보면 주택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전쟁으로 주택들은 대부분 파괴되어 있었는데 전후복구기 경기활황으로 국민들의 소득증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유럽 각국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난감한 상태에 직면하여 유럽 각국들은  불가피하게 강도 높은 초강력 조치를 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상당 기간 민간 주택시장가격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임대료도 동결해 버리고 말입니다. 그리고 민간 주택시장 가격 동결과 동시에 정부는 상당 기간 동안 서민들을 위해 공영임대주택 건설과 공급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수 년이 흐른 후 공영임대주택 공급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민간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풀게 됩니다. 유럽 각국은 이런 강도 높은 방식으로 전후 주택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레드컴플렉스가 강한 나라에서 이런 강도 높은 조치가 가능할까요?  천만의 말씀이지요. 참여정부도 2003년과 2004년에 시장 원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대출규제 강화나 분양가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에 미적미적하다가 실기(失期)하고 말았지요. 어쨌거나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다소 급진적인 정책에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현행법상 1세대 다주택 소유자의 비거주 주택 수가 생각만큼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금민후보처럼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행정자치부가 2005년 8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법적으로 1세대 다주택 소유자의 비거주 주택은 148.7만 호에 불과하고  그 중 1세대 2주택 소유자 비거주주택은 72만호에 불과합니다. 민주노동당이 250만호 운운하는 모양인데 그 자료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확한 자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법적으로 1세대 다주택 소유자 비거주 주택이 적은 이유는 대부분이 가족들을 세대 분산시켜 1세대 1주택 소유자로 숨어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님의 말대로 거품이 붕괴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낮아지겠지요. 그러나 파열의 시점에서는 순간적인 유동성 동결로 금리가 폭등합니다. 여기에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거품을 빼겠다고 인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신석준님의 글
 
파열 시점의 금리에 대해서는 님이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북유럽이나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이 부동산 거품이 한 순간에 비누방울처럼 순간적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바보가 아닙니다. 미국 서브프리임 사태를 보세요. 중앙은행이 거품 파열 이후에 거품 잡는다고 금리를 올릴 것 같습니까? 그런 상상은 지나친 상상이지요. 유동성이 위축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원칙이고 드러나는 현실입니다.
 
님은 또 일본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시는 것 같은데 1990년대 일본의 거품 붕괴의 핵심 문제는 LTV문제였습니다. 1990년 당시 일본의 대부분의 주택 LTV가 100%를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에 거품붕괴가 바로 금융부실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악순환이 급진전된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아요. LTV 100%와 LTV 50%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 이하로 묶고 고정금리 2%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물론 이용 대상자는 1가구 1주택 서민이다.”-금민 후보님의 글
 
님들이 말하는 서민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저더러 그런 것까지 헤아려 읽으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렇게 중요한 글의 핵심부에 서민의 기준을 언급 안 한다는 게 저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악의적이니 뭐니 하기 전에 글의 핵심키워드는 제대로 쓰는 게 필요하지요. 그리고 님들이 말하는 서민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산투자하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에게 저렇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은 지나친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LTV 비율 규제 하에서 일정수준 이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LTV 비율이 올라갑니다. 이에 따라 대출회수 압력이 강해지죠. 이것이 다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그러면 또다시 LTV 비율이 올라가고 결국 대출금 회수가 어렵게 됩니다. 악순환입니다.
 
대출해준 돈을 제때 회수 못해서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이 금융 위기입니다. 다른 게 아닙니다. 이 정도는 신문에도 나오는 상식입니다. 어떻게 “LTV 규제 정책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금융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까?”-신석준님의 글
 
이런 이야기는 보수언론들로부터 수없이 자주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기사에는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어요. 저는 이들이 금감원에서 나온 자료를 왜곡하여 전달하는 경우는 보았어도 이를 정확히 소개하며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님도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금민 후보님의 글과 님의 글에 동조하지 못하는 이유는 2004년 7월의 경험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4년 7월 미국에서 거품붕괴론이 간간이 흘러 나왔지요. 이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은 한국에서 거품붕괴하면 큰일 난다며 “부동산 연착륙방안”이라는 것을 내 놓았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대부분 부동산 규제완화에 관한 것이었지요.그리고 이들은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양도세율 60% 부과 방안’ 유예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합니다.
 
당시 이헌재 부총리가 옳았을까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옳았을까요? 두 말하면 잔소리죠. 후자가 옳았습니다. 물론 그 이후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지만 님들이 이헌재 씨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연착륙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글을 쓰려 애썼습니다만 어느 정도 충족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 말미에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님들이 말하는 서민의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 주시고 그리고 이들이 받는 혜택은 어느 정도이고 아울러 이로 인한 재정 소요액은 어느 정도인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이 현재의 농어민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평균 지원액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밝혀 주십시오.
 
제가 님들의 공약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기술적으로도 님들의 공약은 매우 허술해 보입니다. 분위별로 지원 비율 차등을 두어야 기술적으로 기본이 된 정책이 될 것 같은데 이런 것도 없이 1세대 1주택 서민에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고 하니 허술하다 하는 것입니다. 님들이 저의 주문을 수용하여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다 보면 제가 왜 님들의 주장이 허술하다는 말을 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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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19 [08: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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