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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외교'에 맞먹는 북미 '태권도 외교'
[새사연의 눈] 북미간 교류, 관계정상화 촉진시키는 선순환 과정의 일환
 
새사연   기사입력  2007/10/11 [12:12]
지난 10월 3일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6자회담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이제 비핵화 2단계 행동조치를 이행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북미 간 정치적 냉전의 벽이 차츰 허물어지는 것에 발맞춰 문화와 체육 분야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북미 정상화 단계에서 문화. 체육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6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에서 첫 공연을 펼쳤다    

북미 정상화와 함께 시작된 문화와 체육 교류
 
지난 4일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 18명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6일과 7일에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14일 아틀란타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 도시에서 순회 시범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7일 공연 개막식에서는 북한의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북한 국기를 드는 등 북미 간 정치적 해빙을 실감하게 했다. 
 
초청을 주관한 ‘태권도 타임스’는 “민간 교류를 통해 평화적 북미관계 구축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지난 15년 동안 북한 대표단을 초청하려고 노력했으나 정치적 문제로 성사되지 못하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7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상호 신뢰구축을 위해 문화교류를 적극 추진하자며,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초청을 제안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달 뉴욕 필하모닉 관계자들을 국무부에서 만나 평양 공연을 적극 권유하고,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비자 발급도 도와주었다. 현재 자린 메타 뉴욕 필하모닉 회장을 필두로 한 준비팀과 국무부 관계자가 6일 평양에 도착해 북한측과 평양 공연 일정과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태권도 외교’ 혹은 ‘오케스트라 외교’로 신뢰 쌓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미국 초청 대표단이 북한의 애국가 연주에 맞춰 북한 국기를 들며 친선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최근 북미 문화와 체육 교류의 시작은 마치 70년대 중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핑퐁 외교를 연상시킨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중국의 주은래 총리는 미국 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당시 미국 탁구대표팀 15명은 중국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으며, 72년 2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미관계는 정상화의 수순을 밟았다.
 
따라서 최근 시작된 북미 간 문화와 체육 교류가 탁구공을 매개로 한 핑퐁외교에 맞먹는 ‘태권도외교’ 혹은 ‘오케스트라외교’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북미 간 불신의 근원에는 프로크루스테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도적으로,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말)의 신화처럼, 상대방에 대한 극단적인 개념 규정과 조작이 자리 잡고 있다.
 
대상에 대한 인식상의 선험적 오류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만나고 대화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을 것이다. ‘핵협상’을 매개로 관계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문화와 체육 교류는 북미 간 관계정상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선순환 과정의 일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본문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연>(http://eplatform.or.kr/)이 발행하는 'R통신 64호' 이슈해설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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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0/11 [12: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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