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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반기업적 반시장적인 보유세 비판
[토지정의 논평] 기업잡는 세금이라는 윤건영 의원의 '보유세 강화‘ 비판
 
고영근   기사입력  2007/10/04 [12:05]
윤건영 의원(한나라당, 비례대표)은 10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종합부동산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의 절반이상을 법인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의 경쟁력 하락에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토지정의>는 윤 의원의 보유세 인식은 정치인이기 전에 경제학자로서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반(反) 기업적이며, 반(反) 시장적이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
 
윤 의원의 주장은 반(反) 기업적이다.
 
윤 의원은 “2006년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3.8%인 법인이 55.3%를 부담”한다고 하면서, 이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였다. 물론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란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지만, 지금까지 윤 의원이 보인 종부세 후퇴 발언과 그것을 위한 법안까지 발의한 것을 종합해보면 분명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의 강화가 정말로 기업경쟁력 하락을 가져올까?
 
우리나라의 기업경쟁력 하락, 수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고지가(高地價)에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선진국의 경우 땅값이 GDP의 1배 정도 안팎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3.33배(2006년)이고, 경실련의 추산에 따르면 6.4배가 된다. 즉, 토지임대료가 높고,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토지를 임대해서 쓰거나, 넓은 토지가 소요되는 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하여 발전하기 어려우며, 급기야는 해외로 빠져나가고,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 제조업공동화(disindustrialization)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높은 지가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으로 연결시키는 ‘창업활동’도 가로막고 있다. 다시 말해 고지가(高地價)가 자연스런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의 땅값은 이렇게 높은 것일까? 가장 중요한 원인중 하나가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보유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써, 이 세금이 낮으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높은 기대치는 부동산 투기로 이어져 고지가로 귀결된다. 따라서 고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보유세는 강화되어야 한다.
 
윤 의원도 잘 알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2007년 보유세 실효세율은 선진국에 1/5 ~ 1/7밖에 안 되고, 그것을 참여정부가 2017년까지 절반 정도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보유세 후퇴 → 부동산 투기 → 기업경쟁력 하락
 
그러면 윤 의원이 바라는 바처럼 보유세를 후퇴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부동산 투기는 재연되고, 그것은 더 높은 땅값, 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기업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게다가 보유세 후퇴는 또한 기업이 본연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생산 활동을 통한 이윤추구가 아닌 이윤과 부동산 불로소득을 동시에 추구하도록 독려하여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고 만다.
 
<토지정의>는 이런 메커니즘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윤 의원이 왜 이런 걱정(?)을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윤 의원의 태도가 정확히 ‘반(反) 기업적’이라고 할 것이다.
 
윤 의원의 주장은 반(反) 시장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보유세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특히 토지보유세는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가장 좋은 수단일 뿐만 아니라, 투기를 막고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요약하자면 보유세는 그 자체가 정의롭고 효율적이다.
 
시장경제가 발전하려면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노력소득을 더 보장해야 한다. 불로소득이 만연한 사회에서 시장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가 일어 부동산불로소득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몇 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벌 수 있는 돈을 투기 한 두 번으로 벌 수 있는 시스템에서, ‘근로의욕’, ‘창의’, ‘창조적 파괴’와 같은 귀중한 단어들은 발붙일 공간이 없다. 다시 말해, 사회구성원들이 땀 흘려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가 건강한 시장을 만들고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더 많이 환수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세금은 감면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투기가 점차 사라지고, 조세의 자본화 효과로 지가가 낮아져서 신규기업의 시장진출은 더 쉬워지고, 기존기업도 사업을 확장하는데 더 유리해진다.
 
이렇게 보면 종부세 강화에 부정적인 윤 의원의 태도가 정확히 ‘반(反) 시장적’이라 하겠다. 윤 의원의 바램대로 종부세가 후퇴되면 부동산에 불로소득이 더 커져,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은 아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돈을 버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거나 과소하게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은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도 더 가난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요컨대, 윤 의원의 입장이 건강한 시장경제의 정착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윤 의원은 희한한 논리로 국민들을 현혹하지 마라.
 
결론적으로 말해서, 윤 의원의 보유세 강화가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 오히려 그의 주장이 반(反) 기업적이고, 반(反) 시장적이며, 결국에 가서는 국가의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윤 의원은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들을 현혹하지 말길 바란다.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정책을 만드는데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윤 의원의 이런 논리가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그리고 그런 그가 대통령이 되어 그 정책이 집행된다면 대한민국은 더욱 투기공화국으로 변해가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윤 의원이 정말 시장경제를 수호하고 싶다면 보유세 강화, 그것도 토지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깎아주자고 해야 한다. 그것이 학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태도이다. 윤 의원의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18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공식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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