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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제개편안은 미국 유학생용인가?
[비나리의 초록공명] 교육부 교육목표는 유학 전 영어교육시키는 것인가
 
우석훈   기사입력  2006/08/28 [17:06]
세상에서 가장 웃겼던 사나이 몰리에르... 가을학기 개편한다는 대한민국 교육부는 몰리에르 이후의 최고의 희곡 작가이다.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유머는 한글운동하시는 이대로 선생님이 <대자보>에 기고한 “교육부는 영어학원이다”는 지적이다. 해학이야말로 현실을 가장 짧게 보여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현재의 교육부는 영어학원에다가 학교의 적이고, 좀 심하게 표현하면 역사의 반동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다. 환경운동을 오래했던 내가 건설교통부 보다 교육부가 더 나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한탄강댐을 다시 만들자고 하는 건설교통부의 의도보다 교육부의 의도가 더 나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동안 정보부처 같은 곳이 정부 기관 중에서 제일 악랄한 곳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같아서는 교육부가 성인오락실과의 싸움에서 거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국정원 보다 몇 배는 악랄할 것이라는 생각을 금하기가 어렵다.
 
하는 일마다 악랄하고, 특히 참여정부 이후, 정확히 이야기하면 최단기 퇴임기록을 세운 이기준 교육부총리 이후로 도대체 이런 정부기관이 도대체 국민의 녹을 받고 있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라고 의심받는 이 기관이 또 하나의 대형사고를 친다.
 
이름하여 “학제개편 논의”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6-3-3-4로 되어 있는 교육년수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그거야 숫자놀음이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미취학 아동에 대한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편입하겠다는 이유가 그 이후의 교육년수를 개편하는 것과 무슨 상관인지 도무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게다가 학생수가 준다는 것과 교육년수를 개편한다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다. 그야말로 국민들을 조삼모사에 익숙해진 원숭이로 본다는 생각 이외에는 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 해에 240개씩 앞으로 3년간 열심히 학교 문 닫겠다는 최근의 학교통폐합을 통한 예산절감 계획에 비해서는 낫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데에도 내가 지불하는 교육세와 이리저리 떼어가는 일반세원이 사용되고, 그 국록을 받으면서 별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한다는 점이다. 내 얄팍한 소득에서 떼어가는 세금 가지고 교육년수 숫자놀음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나는 힘없고 선량한 납세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데에 슬쩍 ‘가을학기 개편안’을 집어넣은 것을 보고나서는 이대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듯이 이들은 단순한 영어학원일 뿐만 아니라 아주 악랄하면서도 교활한 미국 숭배자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3월에 학기가 시작한다. 그렇게 된 걸 어쩔 것이냐. 도대체 몇 명이나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가게 될 것이라고 아예 역사적으로 정착된 학기제마저 바꾸고자 하는 것인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예 숫제, 교육부는 단순히 미국 유학가기 위한 영어학원일 뿐더러, 유학가기 전까지 “국민 기초 유학교육”을 담당하는 유학전담부가 되고 싶다는 노골적인 고백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유학 가는 아이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유학 가도록 하겠다는 이 가을학기 개편안은 노무현 정권의 “골프장 300개를 통한 국민경제의 획기적 발전” 이후로 간만에 들어보는 초호화급 유머이다. 학기가 3월에 시작하든, 9월에 시작하든,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체계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야말로 게임이론의 관점에서는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하나의 제도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별 상관이 없다.
 
교육부에서는 지금 이 일관성을 바꾸겠다고 하는 말이다. 이게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부에서 꼭 해줘야 하는 일이 있다고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에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까지 일관되게 얘기하던 바로 그 ‘개혁’인가? 이 말은 아예 대놓고, 미국 유학가기 전까지만 교육부가 영어교육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라고 하는 셈이다.
 
일본은 4월과 10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일본 교육에 문제가 있는가?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학기의 차이로 큰 문제가 있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유럽은 학부는 9월, 대학원은 10월, 박사과정은 11월에 시작하고, 종강은 똑같이 6월에 한다. 나름대로의 시스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 되는 일이다.
 
아니, 한 번 생각을 해보시라. 교육부의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2월에 모두가 졸업을 하고 나면, 그 해 9월에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할 때까지 6개월 동안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6개월간 학교 놀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6살짜리 아이들은 그냥 기다린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3학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6개월을 학교에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덩달아 선생님들도 6개월을 놀고, 대학입시를 위해서 작동되는, 그 365일 사교육 체계를 제외하면 모든 공공 교육체계가 전부 6개월을 쉬어야 한다. 18세기에 근대대학이 형성되고, 19세기에 공민교육의 체계가 벌어진 이후로 전 세계에 이런 일이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미국을 포함한 유학가기 위한 일부를 위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이 6개월간 쉬고 있고, 그 조정을 하기 위한 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되시는가?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을 6개월간 정지시켜 놓고서 그 동안에도 교육부 공무원들은 월급을 타고 있을 생각들이신가?
 
그나마도 3~6년간 조정을 하면서 2011년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경우라고 한다. 이 일부 유학생을 위한 유학정책을 위해서 중앙정부의 상당수 공무원과 연구원들을 이 바보같은 일의 연구에 투입하고, 2011년까지 “기다리시라, 개봉박두!”를 외치면서 꼬박꼬박 자기 월급을 타가게 될 공무원들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가을학기로 우리나라 교육을 바꾸는 일은 하나도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6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교육을 세워야 하는 바보 같은 일을 동반하는, 아주 고비용의 정책개편이다.  

그런데 이걸 자기들끼리 앉아서 ‘로드맵’이라고 만들고, 이렇게 해서 교육개혁한다고 말하는 교육부를 보면서, 차라리 “영어교육부”로 개칭하고 영어교육이나 열심히 시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비용의 시각으로 볼까? 학생들을 잠재적 폭력자로 보고 있는 교육부의 시각에 의하면, 일시적으로 교육과정에서 풀려난 학생들의 “폭력”과 그 폭력을 다스리기 위해서 투입해야 할 행정비용은 또 얼마일까?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하고도 마치 국제경쟁에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 엄청난 개혁을 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교육부의 일부 공무원들 얼굴을 생각하면, 몰리에르보다 더 재미있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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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28 [17: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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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ㄴㄴ 2006/09/04 [05:08] 수정 | 삭제
  • 한국 교육부는 '미국유학 준비부'라고 보든지 '공교육폐기부'라고 보아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