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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이 문희상 유시민보다 정확하다
[논단] ‘개혁정체성 확장’과 경제개혁없이 우리당은 한나라당 못이긴다
 
이태경   기사입력  2005/05/03 [18:38]
며칠전에 끝난 4.30 보선에서 여당이 완패한 원인을 둘러싸고 이론이 분분하다.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걸 보았느냐는 자조섞인 한탄에서부터 잘못된 공천의 결과라는 분석을 거쳐 실용주의 노선의 파산이라는 평가까지 실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동일한 패배를 두고 상이한 평가가 나오는 것은 여당 내에서조차 이번 총선에 임하는 태도와 국정운영을 바라보는 시선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번 보선에 이긴 것이 아니라는 데에는 여당내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겠지만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여당 안팎에서는 이번 보선의 패인을 지나치게 선거공학적 요인에 기대서 분석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무원칙한 공천을 하지 않았으면 몇석은 건질 수 있었을까? 보다 화끈한 개발공약을 내걸었다면 참패는 면했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보선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 낮은 투표율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여당이 보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혁 내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것 뿐이었다. 본디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보다 투표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여당으로서는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할 아무런 유인(誘因)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탄핵사태로 말이암아 과반 정당이 된 이후 여당이 걸어온 여정은 한나라당과 거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여당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개혁'이라는 단어는 생기를 잃고 화석이 된지 이미 오래다. 힘이 없어 개혁을 못하니 힘을 달라고 해서 힘을 주었는데도 그 힘을 사용할 줄 모르는 여당에게 표를 던질 이유를 유권자들이 찾기 어려웠을 것은 자명하다.
 
여당을 한층 곤경으로 몰아넣은 데에는 보선이 기본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승부라는 점도 일정부분 작용했다. 아마도 지난 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4.15 총선을 회고해 보면 그 이치를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패해서는 안되는 건곤일척의 승부라는 절박함이 여당 지지자들에게는 없었거나 옅었다.
 
이와 같이 여당의 패인을 분석해보자면 공천이나 그 밖의 실수들은 차라리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여당은 한국사회 전 부면에 대한 철저한 개혁을 주문했던 유권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배신한 채로 또 다시 표를 달라고 몰염치(?)하게 손을 벌렸던 것이고, 유권자들은 이에 냉담하게 반응했을 뿐이다.
 
사뭇 놀라운 것은 이렇듯 분명한 민심을 여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은 이기기가 힘들다”는 염동연 선대위원장의 발언과 민주당과의 합당을 원한다는 취지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는 문희상 의장의 언행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하겠다.
 
염동연 선대위원장의 발언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미에서, 문희상 의장의 발언은 정치공학에 매몰된 단견이라는 차원에서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릇 잘못이 있으면 이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통절히 반성한 후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마음가짐이라 할 때 위와 같은 여당 지도부의 현실 인식은 무익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여당 내 개혁파의 일원인 임종인 의원의 존재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임종인 의원은 여당이 이번 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지난 1년 동안 한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며 여당은 정치개혁, 사회정의 살리기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보자!
 
실용노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온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1일 정치개혁, 사회정의 살리기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나라와 당이 산다고 '개혁 정체성 확장'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 의원은 이번 4.30 보궐 참패의 원인은 과반을 만들어줘도 1년 동안 한일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국민들이 투표해 줄 이유가 없었다며 당내 실용주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노동자의 날인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회경제개혁을 해야 나라와 당이 산다 - 4.30보궐선거 패인과 대책’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4.30보궐 선거 참패의 원인을 크게 다섯 가지로 꼽았다.
 
첫째 잘못된 실용주의 노선을 꼽았다. 임 의원은 지난 1년간 우리당은 시간이 갈수록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는 노선으로만 갔다며 최근에는 과거사법과 비정규직 법안의 후퇴가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 셋째 임 의원은 국민은 우리당을 과반수로 만들어 줄 이유가 없었다며 변화와 개혁을 하라고 과반수 만들어줬는데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고 우리당의 행보를 비판했다.
 
… 넷째로 임 의원은 “노선이 잘못되었으니 선거운동 이슈도 할 말이 없었다”며 “강력한 여당후보론, 지역개발론 외에 더 할 말이 없었다”고 총체적 무능력을 지적했다.
 
향후 열린우리당의 방향성에 대해 임 의원은 정치개혁은 물론이고 사회경제개혁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우리당을 지지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며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경제적 소외층의 눈물을 닦아주는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경제정책을 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임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 완화, 복지 증대, 비정규직 보호법안 제정, 빈곤문제 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과 여당의 나아갈 길에 대한 임종인 의원의 분석은 참으로 적확하다. 특히 사회경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더욱 빛을 발한다.
 
모름지기 개혁과 진보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고 할 때 여당이 힘있게 추진해야 할 지향점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한국사회를 정상사회(?)로 돌려놓을 개혁입법-예컨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조속히 마련하고 경제개혁과 빈부격차 해소에 온 힘을 쏟는 일이다.
 
만약 여당이 이번 보선 참패에서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정치공학에만 집착할 때 2007년 대선은 여당에게 다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될 것이다.
 
여당은 탄핵으로 인해 과반정당이라는 복권에 당첨된 행운아일 뿐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 편집위원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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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03 [18: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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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리꾼 2005/05/06 [09:39] 수정 | 삭제
  • 우리당 안에서 미움을 사는 일이 있다. 내가 보기 정치판은 말흘 거 없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조금 요령과 지혜가 더해지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정치인이다. 임종인 아자 아자!
  • 2005/05/04 [19:31] 수정 | 삭제
  • 임 의원 홈피에 가보니 이 글이 메인 탑에 걸렸더군요.
    암튼 임 의원이라도 변질되지 말고 개혁과 진보적 노선을 꿋꿋하게 이어가길 바랍니다.
  • 부산 2005/05/04 [00:11] 수정 | 삭제
  • 단순히 인물의 유명도보다도
    그가 어떤 정책을 지지하고 어떤 정책에 반대했나 하는 것으로
    열우당 내 인물들을 평가하면...
    단연코 임종인 의원이 가장 개혁적입니다.

    지금은 초라해 보이고 당내 소수자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다 알 것입니다.

    열우당은 정말 꼴도 보기 싫지만
    임종인 힘내세요!
  • 자보팬 2005/05/03 [19:54] 수정 | 삭제
  • 이태경 기자가 열림우리당내 임종인 의원을 찝어 그의 주장이 열린우리당의 나아갈 길이라고 지적한 것도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