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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촛불집회 참여 학생 '사찰' 문건 파문
관련학생들 신상정보 포함돼 '인권침해' 논란
 
이동직   기사입력  2010/01/26 [19:07]

숙명여대가 과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 시국사건에 참여하거나 학교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던 학생들의 글과 신상정보를 문건으로 만들어 관리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숙대 총학생회와 대학 측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학생이 학생회관 1층 복도에서 학교 직원이 사무실 리모델링 과정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발견해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작성자가 학생문화복지팀으로 돼 있고 모두 7개 파일로 정리된 이 문건에는 지난 1999년, 2002년, 2003년, 2008년도에 학생들이 교내 신문과 커뮤니티 사이트,익명 게시판 등에 올린 글과 신상자료가 들어있다.
 
파일안의 글들은 과거 촛불집회 등 시국문제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학교 측을 비판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부 자료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출신고교, 보호자 정보 등이 기재돼 있는 학생 10여명의 학적부 내용도 들어있다고 총학 관계자는 밝혔다.
 
총학 측은 "(문건 작성으로) 학생들의 의사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었다"며 총장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당시 학생처내 한 부서가 학교 측과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한 일일뿐 총장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현숙 학생처장은 학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2008년 11월 이후 이런 문건이 더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발방지 조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경숙 전 총장(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날 재단 홍보팀을 통해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당시 보고를 받지도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학생들의 비판글과 개인정보를 수집한 이유와 경위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어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민경 부총학생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학 측에 진상규명기구를 구성하자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답변이 없는 상태"라며 "양측이 만나 시시비비를 가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총학생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학생들이 의사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여론을 수렴해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생관리 문건' 작성에 대해 학내외의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파일에 자신이 쓴 비판글과 개인정보가 올라가 있다고 밝힌 박모(여.2학년 언론정보학부) 씨는 "문제의 문건은 학교 측이 비판적 성향의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 측은 문건작성 경위와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대학이 학생들의 비판글과 개정정보를 수집.보관해 온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할 경우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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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6 [19: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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