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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머슴이 주인에게 개돼지라고 할까?"
[Why뉴스] "고위공직자 막말 왜 자꾸 반복되나?"
 
권형철   기사입력  2016/07/15 [00:50]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멍멍, 꿀꿀... 갑자기 사람이 아니라 개 돼지 취급을 받다보니 할 말이 없다. 고위공직자들이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거나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거나 "빚이 있어야 화이팅을 한다"거나 심지어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제가 되자 '취중 실언'이라며 빠져나가려는 모습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이나 망언은 실수라기 보다는 본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게 국민적인 여론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고위공직자 막말 왜 자꾸 반복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이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망언을 한 교육부의 나향욱 국장이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왜 이렇게 고위공직자들의 망언이 계속되는 거냐?

= 첫 번째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그리고 헌법 제7조 1항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을 '국민의 공복 (公僕)'이라고 하는데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순 우리말로 하자면 '머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슴이 주인을 개돼지라고 부르면서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되고 신분제를 공고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주인과 머슴이 뒤바뀐 것이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사진=페이스북 캡처)

 

교육부 나형욱 정책기획관의 발언이나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는 안양옥 장학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국민을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화 하는 것이다. 국민을 주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개돼지로 보면서 그 개돼지로부터 월급을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주인인 국민이 자신이 주인인줄 모르고 머슴인줄 알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걸 잊어먹고 산다. 머슴들을 위해 투명한 유리지갑으로 온갖 세금을 다 내면서 머슴인 고위공직자가 주인인걸로 착각하고 사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리지도 못하고 머슴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무원과 국회의원의 결정적인 차이가 뭔지 아나? '공무원은 아무리 똑똑해도 인사권자만 쳐다보고 국회의원은 아무리 부패하고 못났더라도 유권자인 국민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있다. 머슴이 주인의 눈치를 봐야지 주인이 머슴의 눈치를 본다는게 말이 되는거냐?

선출직 공직자는 그래도 유권자의 선택이라도 받았다. 그렇지만 임명직 공직자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니다.

세 번째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라는 게 있다. 공직기강이 바로서면 이렇게 막말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고 그에 앞서서 이런 문제의 인물들이 중용되거나 낙하산을 타고 요직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대표적인 인물 홍기택 AIIB 부총재의 행보를 보면 잘 알 것이다. 애초에 능력이 되지 않는 인물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낙하산을 태우더니 국제금융기관에까지 보냈다가 나라 망신만 샀다.

낙하산들이 판을 치고 고위공직자들은 오로지 인사권자의 눈치만 살피는 현실이니 이런 망언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공무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졌거나 레임덕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정무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게 임기말 레임덕 현상으로 보십니까? 아님 지난 3년간 공직기강 해이의 누적된 결과로 보십니까?"라고 물었고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개인적인 일탈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 개인적 일탈이 맞는 건가요?

= 누군가 시켜서 한 말은 아닐테니까 조직적 일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느슨해 진건 맞다.

전직 고위공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고위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금도가 없다"거나 "선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네 번째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외무고시에 합격한 공직자들이 일종의 선민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통과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긴하지만 그 자격 하나로 국민위에 군림하면서 평생을 울궈먹는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런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 나 국장에 대해 전현직 교육부 고위관계자들은 "막무가내는 아니었다"거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뭔가 씌인것 같다"거나 "좀 튀는 스타일이었는데 결국 사고를 쳤다"는 평가들이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전직 고위간부는 "전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잘 나가다보니 사람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섯 번째는 모든 건 술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형욱 기획관도 술자리였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이정호 센터장도 회식자리였다. 최몽룡 명예교수도 술에 취해서 성희롱 발언을 했고 안양옥 장학재단 이사장도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였다.

1999년 파업유도사건의 진형구 검사장도 폭탄주 때문이었고, 2000년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의 성희롱성 발언도 폭탄주 탓이었다.

술 탓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고위공직자의 기본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식을 갖고 있다가 술이 들어가면서 본심이 드러나는 것이다.

교육부 나향욱 국장이 지난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당시 발언과 관련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교육부 나형욱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이 사석에서 한 발언인가? 아니면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인가?

= 교육부 대변인과 홍보담당관 그리고 나형욱 정책기획관이 참석했고 경향신문에서는 정책사회부장과 교육부 출입기자가 참석했다. 그러니 당연히 공적인 자리다. 다른 회의 때문이기는 하지만 세종시에서 서울로 저녁식사를 위해서 왔고 그런 자리가 있다는 걸 내부적으로 보고가 됐을 것이다.

이준석 교육부장관도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의 질의에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본다"며 공적인 자리라는 걸 확인했다.

다만 교육부 대변인과 나형욱 국장 그리고 경향신문 부장이 대학동문이었다.

 

▶ 고위공직자들과 저녁이나 술자리에서 막말을 자주 하는 거냐?

= 기자들과 취재원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지만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저녁자리를 같이하면서 가벼운 반주를 곁들이거나 때로는 통음을 하기도 한다.

진형구 검사장의 파업유도 발언이전에는 점심에도 폭탄주가 기본이었다. 술이 취하면 본심도 나오고 때로는 평소 보안을 지키던 얘기도 한다. 그러면서 특종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술을 마시고 대취해야 일종의 동지적 의식 내지는 공범의식을 가져야 친해졌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취재가 쉬워지고 깊은 얘기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화로 취재를 하다보면 정해진 답변 공식적인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취재원들과 식사도 하고 술자리도 하고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얘기를 다 기사화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세상이 바뀌었을까? 아니면 꽁꽁 더 숨겼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

▶ 술자리에서 한 얘기들을 기사로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냐?

= 그 부분은 논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각 언론사의 국장급기자들이나 논설위원, 고참기자들은 이 문제를 다의적으로 본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나 기획관의 발언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나 기획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평소 이런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술에 취했더라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기사화를 했을 것이다.

 

대학동문이고 그 이전부터 잘아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금도'라는 게 있다. 선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식사시간에 반주 정도 한 수준이었고, 녹음기를 켠 이후에는 녹음을 의식해서인지 민감한 발언들은 피해가면서 수위 조절을 했다"면서 "여러번 해명 기회를 줬으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말만 계속 하고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거나 철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소신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런 보도가 나가면서 기자들의 취재환경은 점점 어려워 지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곧 김영란법이 발효될테니까 기자들이 고위공직자들과 술을 마시거나 저녁을 먹는 일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파업유도사건 이후 기자들과 검사들과의 대낮 폭탄주는 사라졌다. 저녁에도 폭탄주를 멀리하거나 포도주스를 놓고 건배를 하기도 했다. 사실은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고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취재를 하는 입장에서는 사건이나 주요한 정책의 결정과정의 깊은 얘기는 알게 어렵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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