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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출신이 사는 세상, 대한민국 미래없다
[공희준의 일망타진] 강남 등 소수특권 의식 가진 학연구조 깨트려야
 
공희준   기사입력  2009/10/27 [19:18]
우리나라 신문들이 자칭 보수와 타칭 진보를 막론하고 맛이 가버린 지가 오래긴 하지만 아주 가끔씩 읽을 만한 기사들이 올라온다. 한겨레신문 김선주 전 논설주간의 ‘엄친아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칼럼과 정종섭 서울대 교수가 한국일보에 기고한 ‘특목고의 위헌적 횡포’란 논설이 이런 경우들이다.
 
두 글의 취지는 대동소이하다. 김선주의 ‘엄친아…’는 특목고와 강남 3구 출신의 젊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부모들의 부정하고 특권적인 세계관을 고스란히 답습해 끼리끼리 봐주면서 인생을 편하게 산다는 지적이다. 정종섭의 ‘특목고…’는 현대판 특수 귀족계급 창출 수단으로 변질된 특목고를 빨리 혁파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사회통합이 아래로부터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다.
 
정 교수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분들께 유감스러운 소식 한 가지를 전해야겠다. 대한민국의 통합은 진즉에 깨졌다. 새삼스럽게 특목고를 혁파하고 말고 할 것 조차 이제는 없게 되었다. 작금의 나라 형편, 어차피 ‘붕괴는 내 운명’이다. 어설픈 대증요법 동원해 무너지는 속도만 괜히 지연시켰다가는 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들, 즉 서민대중만 더 괴로워진다. 이왕지사 안락사도 합법화되는 분위기이니 대한민국 사회통합의 조속한 붕괴를 위해 이참에 특목고 문제에 아예 신경 끄자.
 
▲ 지난 19일 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선주 칼럼'     © hani.co.kr

참여정부가 성공했다고 계속 우기고 있는 한겨레에 여전히 간접적으로나마 몸담고 있을 김선주 전 논설주간께도 섭섭한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 듯싶다. 김 전 주간이 그리도 비판하는 엄친아들이 발호할 토양은 지난 1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던 민주정부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권도, 노무현 정권도 이른바 일류명문대 진학이라는,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사태를 수수방관 내지 심지어 조장했기 때문이다. 고교평준화와 그린벨트에 관해서는 국민의정부도, 참여정부도 별로 떳떳하게 할 말이 없을 터.
 
그럼에도 어째서 특목고냐? 모름지기 지혜로운 사람한테는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요구되는 까닭에서다. 그리고 그 통찰력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실천적 자세 또한 마땅히 필요하다. 특목고가 빚어내는 모순과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해법은 간단하다. 특목고 나온 게 출세하는 데 도움은커녕 도리어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저들 입장에서는 불길한 예감을 특목고를 다니거나 졸업한 인간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지속적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것이다.
 
정종섭 : 통계에 의하면, 특목고 출신 70%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휩쓸고 있다. (중략) 예컨대 대원외고 (중략) 출신의 법조인은 판사 57명, 검사 27명, 변호사 107명으로 사법연수생까지 합치면 300여 명에 이른다.
 
김선주 : 요즘 젊은 판사들 가운데 판결에 앞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봐야 안심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위 ‘엄친아’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새로 임용되는 판사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특목고와 강남 3구 출신이라는 뉴스를 들으며 과연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한 근거가 있구나 싶었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나라의 진보개혁진영이, 좀 더 범위를 축소하면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내가 설정한 좌표는 대한민국의 사회통합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객관적 사실을 전제로 삼고 있다. 이의 있으면 허경영을 불러봐.
 
특목고 나온 친구들이 민간 분야에 들어가서 잘 먹고 잘 사는 현상이야 뭐라고 탓하기 어렵다. 솔직히 배알이야 좀 뒤틀리지만. 그러나 특목고 출신들이 공공 부문으로 기어들어와 입신양명하는 일만큼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아니, 기왕에 기어들어온 거야 어쩔 수 없다손 하더라도 그들이 책임 있는 결정권자의 지위에 손쉽게 올라가도록 꽃가루를 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목고 놀이터가 될 게 분명한 한나라당은 애당초 제쳐두자. 대신 민주당에 제안한다. 당연히 정세균의 대표직 사퇴 이후의 민주당에. 향후에 특목고 출신은 대선이건, 총선이건, 지자체 선거건, 전국구든, 지역구든 원칙적으로 모든 종류와 수준의 공천과 경선에서 배제하겠다고 선언하라.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외고 출신으로 외교현장에서 실제로 뛰는 인사들과, 과학고 졸업생으로서 이공계통에 종사하는 인재들은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날이 괴물로 변해가는 특목고의 횡포를 앉아서 개탄만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장래에 정치권에 입문할 특목고 출신 인물들에게는 무조건 표를 주지 않겠다고 지금부터 단단히 마음을 다지자. 앞으로는 후보의 출신 고등학교도 소속 정당 이상으로 반드시 따지자. 후보의 출신 고등학교가 후보의 이념과 노선을 대변할 시대가 멀지 않았다. 특목고 출신에게 어떻게 친서민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나? 지방상고 야간반 다녔다는 이명박도 저 정도로 막장인데.
 
특목고 출신들이 제일 활발하게 진출하는 분야가 아마 법조계인 모양이다. 돈으로 처바르는 구조로 귀결될 로스쿨이 제도적으로 정착되면 특목고 출신 판검사는 더욱더 증가하게 되어 있다. 신설학교에 가까운 대원외고 하나가 이미 57명의 판사와 27명의 검사를 배출했다고 하니 현재에도 특목고 출신 판검사들이 법원과 검찰청에 대거 서식하고 있을 게다. 서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으로 강남 엄친아ㆍ엄친딸들 호강시켜주는 꼴일 수 밖에.
 
그래서 하는 얘기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갖가지 형태의 송사에 연루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싫든 좋든 판사나 검사와 대면할 수밖에 없다. 특목고 나온 판검사들에게 공정한 재판과 판결을 바란다면 그야말로 닭짓이다. 차라리 일반학교 나온 신영철 대법관이 나을 수도 있다.
 
따라서 특목고 출신 판검사와 재수 없게 만날 때의 행동수칙을 미리 정해두자. 간디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효과적이리라. 전면적 Boycott! 특목고 출신 검사가 사건 맡으면 이를테면 곧바로 재정신청 들어가고, 담당 판사가 특목고 졸업했다면 주저 없이 재판부 기피신청 넣는 거다. 특목고 출신 판검사들에게 엄마가 뒤봐주던 학창시절과는 판이하게 세상살이가 절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을 생생하게 보여주자.
 
특목고는 없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특목고 졸업한 판검사에게 순순히 고개 숙이고, 특목고 출신 정치인을 아무 생각 없이 찍어주는 한에는. 그렇지 않은가? 왜 국민이 특목고 출신 판검사 머리에 올라앉아 있는, 특목고 졸업한 국회의원 등 뒤에 서 있는, 세상이 엄친이라고 부르는 강남엄마들에게 사실상 재판받고 통치되어야 하는가? 특목고 출신 판검사들과 국회의원들 속된 말로 엿 먹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우리 모두는 신난다고야 라차라차타타!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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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27 [19: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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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가문제 2009/10/28 [13:23] 수정 | 삭제
  • 민주당이 정권잡고 있던 시절 갸들은 왜 그런생각을 안했고 늘리려고만 했을까?
  • 오겹살 2009/10/28 [11:45] 수정 | 삭제
  • 현직이든 전직이든,
    진보이건 보수이건
    정치인 교수 판검사 고위공무원,
    그들의 자녀가 어느 학교인지 보면 우리나라 수준 나온다.
    다들 얼마나 뒤로 호박씨 까는지.

    이 글 옆 사진의 정배, 문순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