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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면전'…"2차 시국선언, 3만 이상 참여"
투쟁본부 전환, 232개 시군구 선전전…경찰, 정진후 위원장 등 연행 '논란'
 
이석주   기사입력  2009/06/29 [17:20]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교육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9일 부터 '제2차 시국선언'을 위한 교사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 행태에 대해 사실상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특히 7월 중순 경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2차 시국선언 명단은 1만 7천여명이 참여한 1차 때의 교사 수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가공무원법 위배'를 이유로 징계 방침을 밝힌 교육부와의 대립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교과부, 사실상 1만7천여 교사 모두 징계…"정의 위한 대장정 나선다"

전교조(위원장 정진후)는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은 국민의 대접을 받지만,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국민은 세뇌와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자유와 정의를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 전교조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의 대규모 중징계 방침을 성토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육희망)

이들은 지난 18일 발표한 시국선언에 대해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참된 권리행사이자 의무였다"며 "그러나 정부는 교사 1만 7천여 명에 대한 징계와 고발로 교사들의 요구와 바람을 처참이 짓이기는 폭거를 저지르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이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와 57조 복종의 의무 등을 위배했다고 판단, 전교조 소속 교사 88명에 대해 해임·정직 처분을 내리고 41명을 검찰에 고발, 나머지에 대해서도 시·도교육청을 통한 고발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1만 7천 여명의 교사 전원을 처벌하겠다는 것. 교과부는 시국선언이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위기와 교육정책, 표현의 자유 등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활동 금지를 규정한 교원노조법에도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교조는 28일 저녁 정진후 위원장과 시·도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교육당국의 중징계 방침에 따른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징계 및 고발은 시국선언 교사의 양심을 유린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라며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할 교육당국은 오히려 교사들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1차 때 보다 많은 교사들 참여할 것"…전국 232개 시군구 선전전도 병행

이와 관련, 전교조는 29일 부터 조직을 '민주주의 사수, 표현의 자유 보장, 시국언선 탄압 저지를 위한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이날 부터 7월 15일까지 2차 시국선언을 위한 교사 서명 운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엄민용 대변인은 이날 <대자보>와의 통화에서 "(1만 7천 여명의) 1차 때 보다 많은 교사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시국선언 문안이 내일 오전 중에 각 학교로 내려 갈 예정이다. 이후 7월 중순까지 진행한 뒤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8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차 시국선언' 모습.     © CBS노컷뉴스

엄 대변인에 따르면, 1차 시국선언의 주요 내용이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상황과 교육정책 등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2차는 교사들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 등 표현의 자유 침해를 성토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엄 대변인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구체적 예상 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28일 <한겨레>에 따르면 중앙집행위원회 측에선 최소 3만에서 최대 5만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엄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가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며 "1만 7천 여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전교조는 오는 7월부터 교사들에 대한 부당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매주 목요일, 전국 232개 시군구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동시다발 집회와 1인시위, 거리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며, 다음달 5일에는 '전국교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전교조는 "민주주의 회복 공무원, 교원의 공동투쟁을 조직할 예정"이라며 "국제인권단체, 세계 교원노조 등에 한국의 민주주의 유린의 상황을 전달하고, 국제 기구들과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경찰, 정진후 위원장 등 17명 연행…"MB '중도실용'은 시장통 립서비스"

한편 전교조 측이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진후 위원장과 소속 교직원 등 1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 정부와 전교조 간의 날선 공방이 사실상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교조 위원장이 경찰에 강제 연행된 것은 지난 2003년 네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투쟁 당시, 원영만 위원장이 연행·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정 위원장과 조합원 20여 명이 참여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민원실로 향했으나, 사전에 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날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간주한 경찰은 항의서한 전달 자체를 막고 나섰다.
 
▲ 기자회견 뒤 정진후 위원장 등이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정 위원장과 소속 조합원 등 17명을 강제연행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육희망)

이후 전교조 조합원들이 이에 항의해 연좌농성에 돌입했고, 경찰은 3차례에 걸쳐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이 해산을 거부하자, 검거조를 투입해 17명을 연행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긴급 규탄성명을 발표, "공권력은 대표단의 길을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부터 차단해 항의서한 전달을 가로막았다"며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 연행하는 야만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맹성토했다.

또 "오늘의 불법 강제연행은 현정부의 정책기조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도실용'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통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폭력적인 수단으로 정국을 운영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정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회 소속 지도부 17명을 종로경찰서와 양천서에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역시 교과부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29일 공안2부(윤웅걸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혀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둘러싼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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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29 [17: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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