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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는 대학 로비창구" 고질병 왜 못고치나
교수 출신 의원들 눈치 보느라 '폴리페서 제한 법안' 처리는 만년 계류 중
 
조은정·유재연   기사입력  2009/06/17 [08:56]

상아탑을 등지고 정치에 뛰어든 '폴리페서' 부작용이 선거철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고, 대학에서도 교수들을 로비창구로 활용하려는 욕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폴리페서 홍역을 치렀던 서울대가 오히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교수들의 휴직을 허용하려 했다가 역풍을 맞는 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 "대학들, 폴리페서 로비창구로 활용"
 
정계 입문에만 관심이 있는 교수들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세간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학의 의지는 약하다.
 
참여정부 이후 '폴리페서'가 화두가 된지 수년이 지나도록 자체 제한 규정을 마련한 학교는 거의 없다.
 
지난해 체육교육과 김연수 교수의 학기중 총선 출마 파문이 불거져 홍역을 치른 서울대가 최근 뒤늦게 내규 손질에 나섰지만 오히려 폴리페서 양산을 부추기는 개정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가 결국 하루만에 이를 다시 백지화했다.
 
이처럼 대학이 대책마련에 지지부진 한 것은 손익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폴리페서들이 입법과정이나 예산, 각종 정부지원 사업권 등에서 학교를 위한 ‘로비창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군소대학의 경우 출신 교수가 정계에 진출했다는 것 자체로 대외적인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18대 국회에서 폴리페서를 여러명 배출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솔직히 교수들이 정계에 진출하면 학교 운영에 많은 혜택이 있고 학교차원에서 교수들에게 기대를 걸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립대의 모 교수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교수가 학교측에 사직 의사를 내비치면 오히려 붙잡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로비나 각종 민원을 넣을 때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폴리페서를 비호하고 교수들의 정계입문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 교수출신 의원들 눈치 보느라 '폴리페서 제한법안' 처리는 만년계류
 
폴리페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개정 법안이 국회에서 수년째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교수직 사퇴를 명문화 하는 방안부터, 선거 기간의 휴직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각종 개정안이 쌓여 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대부분의 법안은 여전히 '계류중'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법 및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직 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임기 시작 일에 자동으로 교수직을 내놓고,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된 경우에도 1년 이내에 교수직을 사퇴하도록 명문화해 폴리페서 문제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
 
심 의원은 "대학 당국은 물론이고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도 수년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꺼려해 법안 통과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시점부터 선거일 3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교수의 휴직을 의무화하고 횟수도 1회로 제한해 학습권을 보장하는 다소 완화된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통과되지 못했다.
 
김 의원측은 "교수 출신들 의원들의 눈치도 있고, 다른 동료 의원들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폴리페서와 관련된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폴리페서'의 과도한 정치 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학교와 국회에서 수년째 문제를 방치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박진혁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아무리 학기 시작전에 휴학을 한다고 해도 한 교수 자리가 오랜기간 공석으로 있으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대학에서도 교육의 의무를 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지문 흥사단 공익센터장은 "교육공무원법 등 상위법을 서둘러 개정함과 동시에 대학에서도 폴리페서를 로비창구로 활용하려는 욕심보다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우선해 개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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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7 [08: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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