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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본존불에 참배객들 넋을 잃고...”
[버마 난민촌을 가다 20] 사원구경을 마치고 '동양의 베네치아'로 가다
 
최방식   기사입력  2006/11/28 [00:46]
파자마가 덮고 볼품이 없긴 하지만 어쩔 도리는 없다. 게다가 태국 최고의 사원에 왔는데 그깟 날씨 좀 덥다고 촐랑댈 수도 없잖은가. 자발없는 귀신 무랍도 못 얻어먹는다니 꾹 참기로 했다. 파자마 입고 짐짓 점잔을 빼며 방콕 최고의 사원순례를 시작했다.

이곳의 공식 이름은 에메랄드 부처의 사원(Temple of Emerald Buddha). 지난 호에 다이아몬드 사원이라 표현했는데 틀렸다. 사원 안에 높이 75cm, 폭 45cm의 통 비취를 깎아 만든 본존불이 있어 그리 불린단다. 건물 외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건 에메랄드나 보석이 아니고 색유리. 행여 가실 분은 보석 떼어 주머니에 넣으려는 생각 마시길.
 
티다·부디는 참배, 우린 몰래 나와 흡연
 
에메랄드 사원은 1782년 건축됐다. 15세기경 라오스에서 들여온 에메랄드 본존불을 새벽사원에 모셨다가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사원 곁으로는 2백여년 이어온 왕궁이 붙어있다. 유럽식 건축인데 서남아 전통사원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화려하다.
 
▲에메랄드 사원 옆에 자리한 왕궁.     © 최방식
 
우리 일행도 비취 본존불 앞에 가 조용히 앉았다. 순례객들이 앞 다퉈 들어오는 곳이라 에메랄드 부처가 모셔진 건물 안쪽은 정말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 큰 사당 안쪽 벽들은 부처의 일생을 그려놓은 그림으로 가득하다.

불교 신도들은 지극 정성으로 배례를 하며 기도한다. 대부분의 서양 관광객과 불교도가 아닌 이들은 에메랄드 부처가 어찌 생겼는지를 보려고 그 높은 천정 위쪽 본존불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사당이 얼마나 큰지 제단 위 부처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티다와 부디도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리고 있다. 헌데 난데없이 종순 형은 나가잔다. 분명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였을 게다. 나도 그 몹쓸 담배 때문에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마른기침이 나오는데도 죽어라 피워댔으니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우리만 얼른 사당을 나와 흡연구역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곤 미친 듯이 빨아댔다. 중독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불공을 마친 둘이 나온다. 함께 몇 곳을 더 돌아봤다. 사원을 지나 왕궁도 여기저기 둘러봤다. 한국 사람도 꽤 눈에 띈다. 그렇게 여기 저기 구경하느라 다리도 아프고 허기도 질 쯤 되니 티다가 나가잔다. 얼른 가서 파자마 반납하고 오라는 것이다.

▲방콕의 유명한 수산 시장. 시장이 들어서지 않아 그런지 한적하다.     © 최방식
 
사원의 정문을 나서는 데 호객꾼들이 여기저기 늘어서 무언가 열심히 사람들을 부르고 설명해댄다. 조금 있으니 티다가 한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에게로 온다. 수상시장(Floating Market)의 보트 호객꾼들인데 지금 그곳으로 가잔다. 우리도 가고 싶었던 데라 얼른 따라나섰다.
 
'플로팅마켓'에 오니 ‘동양의 베네치아’
 
시장을 지나 이곳저곳 골목을 스쳐간다. 얼만큼 걸었을까? 티다가 먹을 것을 좀 사자고 한다. 보트를 타고 가다가 살 수도 있는데, 플로팅마켓에서 사려면 훨씬 비싸다며 시장에서 사가잔다. 그래서 과일화채처럼 생긴 걸 좀 샀다. 그리고 생수도 서너병 구입했다.

그리곤 곧장 호객꾼을 따라가는데, 좁고 혼잡한 건물을 빠져나오자 확 트인 부두가 나온다. 멀리 강가로 방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좀 한산했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배들이 줄지어 서있다. 도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타란다. 넷은 곤돌라처럼 생긴 배에 올랐다. 기다란 몸체의 배가 굉음을 내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시원한 바람에 시큼한 강갯내음이 코를 찌른다.

방콕의 주요 전경이 이쪽저쪽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가장 아름다운 건 휘황찬란한 사원들이다. 마천루들이야 세계 어디가도 볼 수 있으니 그럴 것이다. 한참을 가니 폭이 좁은 샛강으로 들어선다. 한 눈에 플로팅 마켓임을 알아 볼 수 있다.
 
▲플로팅마켓의 정경. 조금은 흐린 물이지만 방콕인들의 수로 이용 지혜는 도시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 최방식

좁은 강 양 옆으로 수상 가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폐장상태에서 전통 풍경을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한가한 수상시장은 들여다 볼 수 있다. 조금 더 가니 자그마한 배에 각종 음식을 실은 상인들이 달려든다. 우리 배를 막아서곤 물건을 내민다.

맥주, 각종 안주, 음료 등이 배 안에 가득하다. 살 맘이 없다는 데도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다. 우리 배의 주인도 의례 그렇다는 듯 딴 청을 부리고 있다. 5분여 씨름 끝에 그 상인을 따돌리고 배가 다시 출발했다.
 
방콕인들의 수로이용 지혜 돋보여
 
플로팅마켓은 동양의 베네치아(베니스)라는 별명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 미로처럼 얽힌 길을 따라 배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30여분을 여행 할 수 있을 정도로 길다. 대부분의 수상 전통 가옥들은 허름한 상태인데, 그중에는 부잣집들도 간혹 눈에 띈다. 화려한 사원들도 여럿 보인다.

방향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티다가 가끔 설명해주는 것 말고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없다. 물은 좀 흐리고 역한 냄새도 난다. 하지만 이처럼 수로를 활용하는 방콕인들의 지혜는 남달라 보였다. 가끔 우리 같은 관광객들을 실은 배들이 하나 둘 지나친다. 손을 흔들며 환영인사다. 어딘가를 지나는데 흙탕물로 보이는 강에서 아이 몇이 멱을 감고 있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니까 가능하겠지. <다음 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본지 편집위원) sbchoice@yahoo.com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보는 이마다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영상자료를 모아 보자고요.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후원계좌(국민 034502-04-115534 예금주 유종순)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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