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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 없는 버마군부, NLD에 권력 넘겨야"
[버마 난민촌을 가다 12] 민트 테인 총장 "조금만 더 도와주면 열매..."
 
최방식   기사입력  2006/10/20 [11:36]
민트 테인 총장은 일행이 질문을 던지기도 전해 말문을 튼다. 거침이 없고 시원시원하다. 호주, 일본 등 세계 곳곳의 지부, 그리고 태국 내 4개 지부 활동을 상세히 알려준다. 한국 시민사회의 도움에 감사도 잊지 않는다. 조금만 더 버마 민주화운동을 도와주면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내비친다.

낙관의 근거가 궁금해 비전을 더 캐묻자, 역시 머뭇거림이 없다. 현 군부정권이 노쇠한데다 오랜 폭정에 국민 불만은 커가고 있어 군부와 평화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와의 대화를 할 생각이며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불법적 군부는 '90년 총선승리' 인정해야"
 
▲민트 테인 협동사무총장. 본국의 사무총장을 아웅산수지가 맡고 있지만 군부의 통제로 활동을 못하니 국제NLD 활동을 총괄하는 사실상 대표이다.     © 최방식
그는 특히 NLD조직은 언제든지 집권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 정부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권이양 또는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나라안팎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도 그 때문이란다.

그는 NLD가 정치조직임을 상기시킨다. 합법적으로 집권초석을 마련했다가 군부에게 빼앗겨버린 1990년 총선을 들춰냈다. "군사정부가 정통성 없는 통치를 그만두고 정당하고 합법적인 정치조직인 NLD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겨야 합니다. 이를 위해 NLD는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국제사회도 더 도움을 줬으면 좋겠구요."

민트 테인 총장과의 대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러 군데서 NLD 이야기를 들어 그들의 활동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랬다. 더 큰 이유는 또 있었다. 저택이 들판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아님 저녁이 돼서 그런지 모기가 극성을 부려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인터뷰 정리하고 한 손으로 모기를 쫓고 가려운 델 긁어가며 대담하기를 40여분.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총장이 그만 하잔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테인 총장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은데 못가서 미안하다"며 시내 어느 식당을 예약해놨으나 다른 임원 2~3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란다.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보안상의 이유인 모양이다. 우리 일행 3명, 안내해준 ABSDF(전버마학생민주전선) 조직원 2명, 그리고 NLD 조직원 2명이 시내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NLD-LA 사무실 내부전경. 오른쪽 벽에 버마 독립운동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의 딸 아웅산 수지는 집권을 하고도 군부탄압으로 자기 집에 갖혀 산다    ©최방식

꽤 큰 규모의 식당이었다. 여느 식당과 다르지 않게 마당과 마루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들고 있다. 우리 자리도 밖에 마련돼 있다. 안내자는 우리가 모기로 고생하는 것을 우려했는지 실내 자리를 찾았다. 그런 곳은 없어 실내라고는 하지만 창과 문을 모두 열어 놔 안인지 밖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런 홀에 자리를 잡았다.
 
40여분 대담 마치고 NLD 임원들과 '저녁'
 
밥, 생선찜, 야채, 돼지고기 볶음, 그리고 태국산 쌀 위스키와 맥주 몇 병을 시켰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얼마나 허기졌는지 정신 없이 먹어치우는데 갑자기 시끌벅적한 음악이 시작된다. 한 태국 여성이 마이크를 잡았고 앳돼 보이는 젊은 남자가 신디사이저를 연주한다. 웬 공연이냐고 물으니 가라오케란다.

일본의 가라오케(한국 노래방)가 이곳 태국 땅에도 방방곡곡 퍼져있단다. 그러고 보니 도심을 다니다 간간이 히라가나와 영어를 혼용한 그 노래방 간판을 본 기억이 난다. 노래방만 따로 있기도 하지만 웬만한 음식점들은 식당 안에서 그냥 노래를 할 수 있게 해놨단다. 하지만 저녁 먹는데 노래라니 왠지 좀 낯설기는 했다. 잘 부르면 괜찮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먹은 게 체하지 않을지 걱정됐다.
 
▲민트 테인 총장과 대담을 마치고 모두 모여 기념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사무총장. 그 오른쪽이 유종순 '버마 민주화를 위한 한국인모임' 공동대표     ©최방식

좀 있으니 서양인 한 명이 나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데니 보이'를 열창한다. 우리처럼 나그네로 보였다. 그 때 여성종업원 한 명이 테이블 사이를 돌며 노래 주문서를 들고 다닌다. NLD 간부들이 우리 일행에게 노래를 주문하란다. 노래 좋아하는 종순 형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존 레논의 '이메진'을 주문했다.

몇 명이 지나갔다. 제법 신사답게 꾸민 중년의 남자 한 명이 나름의 멋들어진 춤까지 춰가며 태국 노래를 마쳤다. 가족인지 일행인지 저쪽 한 식탁에서 시끌벅적하게 소리를 질러댄다. 그가 한 곡 더했던가. 그리고 종순 형 차례가 왔는데, 연주자가 신청곡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이다. 몇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노래를 찾았고, 종순 형은 노래를 마쳤다. 이메진은 애창곡인데, 형은 여느 노래와 달리 이 노래를 괜찮게 부르는 편이다. 그리곤 공개적으로 '버마 민주주의를 위하야' 건배까지 제의했다.
 
저녁만찬서 "버마 민주주의를 위하야" 건배
 
배가 부른다. 술도 몇 순 배 돌아 얼큰하다. 서남아시아는 중국과 종업원 서비스 문화가 유사한 모양이다. 테이블 곁에 서서 술이 줄어들면 냉큼 채운다. 누군가 '병권'을 쥐거나, 아니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우리 식과는 좀 다르다. 종업원이 그 '병권'을 잡고 있다. 잔이 줄면 잽싸게 채운다. 일본도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일본에선 술친구가 그 일을 하지만, 이곳에선 종업원이 그런다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
 
/최방식(국제전문기자) sbchoice@yahoo.com
 
[연재를 시작하며] 기자는 지난 7월 16일부터 일주일간 태국과 버마 국경지대를 다녀왔다. 군부정권의 폭정을 피해 40여만명의 버마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양국 사람들이 그냥 뒤섞여 사는 여느 국경 도시와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특히 9개 정글 속 캠프에 모여 사는 30여만명의 버마인들은 수용소 포로와 같은 삶을 강요받고 있다.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폭정을 피해 국경을 넘었건만 태국정부마저 이들을 범죄인 취급하며 정글 속에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어서 그렇다.

48년 독립과 소수인종 탄압, 45년여의 군부독재, '버마의 5·18'이랄 수 있는 '8888민중항쟁'과 정글 속 학생들의 무장투쟁, 90년 총선과 10년 넘게 거듭되는 아웅산 수지여사의 가택연금 및 세계 속의 NLD, 그리고 버마인들의 오랜 침묵과 저항을 이 번 기행을 통해 다뤄보려 한다. /편집자
 
[난민돕기 캠페인]

"한국 영화·드라마 담긴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질 않고, 영화관이 없으니까요.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남녀노소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자치기구 대표를 비롯해 보는 이 마다 보내주면 고맙겠다고 했습니다.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먼지 쌓인 영상자료들을 모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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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20 [11: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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