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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사무총장 후보, 왜 하필 반기문인가?
[논단] 대표적 친미파, 미국과 외교적 코드를 맞춰온 인물로 부적절하다
 
최방식   기사입력  2006/02/16 [22:18]
올 연말로 끝나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시작된 모양이다. 지역 순번제 관행상 다음은 아시아 차지라고 한다. 그러니 인도, 싱가포르, 동티모르, 스리랑카, 태국 등 아시아 나라들이 앞다퉈 그 자리를 탐내고 있단다. 한국도 반기문 외교부장관을 추천했고 본인도 출마를 선언했다. 지구촌 최고의 직책이니 나라마다 그 자리를 차지하고픈 바람은 당연하리라. 한국도 마찬가지일텐데, 반기고 밀어줘야 할 터이다. 그런데 왜 반기문인 지 그게 궁금하다.

유엔(국제연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출범했다. 1차 대전 뒤 그 참혹함에 놀라 국제연맹(LN)을 결성했다. 유엔의 전신이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2차 대전을 예방하지 못했다. 그 반성에서 UN이 탄생한 것이다. 나라간 또는 국내 분쟁을 예방, 조정해 지구촌의 평화를 누리자는 취지였다. 군사적 분쟁 뿐 아니라 경제, 문화, 사회적 우호협력 증진의 역할도 맡았다.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이해를 위해?
 
유엔이 창설된 지 60년이 넘었다. 거의 대부분 나라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유엔의 역할엔 회의적 시각이 크다. 창설을 주도했던 나라들이 운영권을 쥐락펴락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횡포는 목불인견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질타다. 지구촌 경제의 공동번영을 취지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IMF)나 세계은행(IBRD)이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무총장 선출도 우스꽝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총회가 아닌 15개 국가가 참여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선출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5개 상임이사국이 실질적 선택권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죽음의 키스', '빨대 투표'라는 낯선 표현까지 동원된다.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만 반대해도 안 되는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어느 한 나라와 너무 친하거나 멀어도 안되니 '죽음의 키스'라고 할 만 하다. 더 해괴한 건 15개 안보리 이사국 예비투표에서 14표를 얻어도 상임이사국 한 나라가 거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무총장을 선출하는데는 지원서도, 면접시험도, 검증절차도 없다. 유일한 절차는 비토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에게 찍히지 않는 것뿐이다. 이런 해괴한 선출 규정은 LN을 해체하고 UN 창설을 준비할 때인 44년 강대국 몇이 만든 것이다. "젊어야 한다. 정치나 외교 경험이 있으면 더 좋다. 그렇다고 대단한 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있다. 미국의 요구다. 외교관들은 이를 "미국은 비서보다는 좀 낫고 최고지도자 보다는 못한 이를 원한다"고 표현한다.

유엔의 기형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국가간 분쟁은 유엔만이 조정, 중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정만 그렇다. 주먹 센 놈이 제일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시작할 때 유엔은 반대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반대했고 그들이 뽑은 사무총장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지만 돌아온 건 메아리뿐이었다. 유엔은 그 때문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14대 1로도 안 되는 그들만의 시녀
 
이라크뿐이었던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유럽, 아시아의 국가간 분쟁이나 내전이 터졌을 때도 약육강식만이 유일한 룰이었다. 경제적으로는 그 횡포가 더 해, 소위 조폭 수준이었다. 왜 우리도 겪지 않았던가. IMF체제 말이다. 돈이 최고인 세상이니 국제 경제기구가 자본주인 미국의 이익을 쫓는 걸 나 홀로 나무란다고 소용 있으랴만 필자에겐 그게 걱정이니 어찌하랴.

유엔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것도 영 신통치가 않다.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안보리 이사국 수를 늘려 민주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인데 기득권을 쥔 나라들이 틀어버리니 잘 될 리 만무하다. 신흥 이사국 후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니 고와 보이지 않는 건 매한가지다.

그래서 필자 눈엔 유엔이 제 몫을 못하는 기구로 보이고,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해를 관철해야 하는 자리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나 출신 코피 아난 총장도 미국의 지원을 엎고 유럽과 중동의 지지를 받던 이집트 출신 갈리 전 총장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요구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내전종식과 빈곤해결에 나름대로 앞장서왔다. 중동의 갈등도 완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아들의 부패 스캔들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반미행보로 미국에 밉보인 때문이라는 걸 알만한 이는 안다.

필자가 한국인 사무총장과 관련해 가졌던 궁금증은 애초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현지에 부임하며 속셈을 드러낼 때부터 시작됐다. 전언에 의하면, 전직 한 외무장관도 밀어달라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은 한 목소리로 국익을 높일 기회라고 말한다. 여론도 이런 주장에 수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씨도 그렇고 반기문씨도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유학했다고 한다. 과거 독재정권에서부터 개혁적이라는 현 정부까지 별 탈 없이 요직을 거쳐왔다. 아시아 차례인데다 6자회담 등 동북아에서 최근 한국의 역할이 커가고 있으니 국제사회도 그럴 듯 하게 보는 성싶다. 그러니 그는 미국의 지지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익을 높이는 역할도 나름대로 하지 않을까 싶다.
 
이라크전 지지자가 국제평화 수행?
 
하지만 반기문 장관이 적임자라는 정부의 주장엔 수긍할 수 없다. 반 장관은 그간 이력으로 보나 행보를 보나 필자 눈에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정당성 없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고, 그런 미국과 외교적 코드를 잘 맞춰온 인물이다. 원성을 사고있는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미국과 합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WTO나 FTA 등 시장개방으로 서민의 삶을 고통스럽게 한 책임도 없지 않다. 그러니 그가 지구촌의 평화와 빈곤 종식, 그리고 인류보편의 가치를 선양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안타까움이다.

반 장관을 추천한 정부에게도 유감이다. 개혁을 자칭하는 현 정부의 정체성과 맞는지 의문이어서 그렇다.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를 사무총장감이라고 여겨서 그랬는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하기야 현정부를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는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국익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을 한 정권이 아니었던가. 농업을 죽이며 시장개방에 앞서는 통상정책에 항의하는 농민들을 두들겨 패는 그런 정부 아니던가.
 
▲최방식(한국인터넷언론인포럼 총무)     ©대자보

반 장관이 미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시각도 바른 정보인지 의문이다. 실제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폴란드 전 대통령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한 유력 언론이 "미국내에서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설령 그가 미국의 지지를 얻는다 해도 그 때문에 중국의 거부권에 직면할 것"이라고 논평한 게 그런 맥락 아니겠는가.

서방의 한 현인은 "사랑을 못 받는 이가 있다면, 그는 남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방의 맹자도 "남들의 존경을 못 받는 건, 자신이 남을 우러르지 않기 때문인지 살펴 보라"고 했다. 괜찮은 이가 사무총장으로 선임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땀흘리는 걸 보고 싶은 게 필자만의 염원은 아닐 것이다. 지구촌의 많은 이웃들을 사랑하는 사무총장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건 그 때문이다. 그가 한국인이면 더 좋겠고.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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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2/16 [22: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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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06/02/17 [15:22] 수정 | 삭제
  • 이게 무슨 한 소리냐. 그리고 권영길이 뭐 어쨌길래... 미국의 앞잡이 보다야 훨 좋지...
  • 애독자 2006/02/17 [12:12] 수정 | 삭제
  • 반기문이가 미국의 앞잡이라는 지적에 감사합니다.
    미국의 앞잡이하는 놈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면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요?
    언제는 홍석현이를 들먹이더니 내일은 또 누구를 내세울까요?

    그런데 노무현정권이 "개혁적"이라는 소리는 인용부호를 써서라도 제발
    하지 말아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반개혁적이고 반민중적이고 반민족적인...매국노정권 아닙니까?
  • 사칸 2006/02/17 [08:39] 수정 | 삭제
  • 한소리 하는걸로 존재감을 느끼는 찌질모드는 참,,,그럼 권영길이 추천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