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전쟁 주식회사: 공포정치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는 2001년 9월 11일 이후에 나타난 미국 사회를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 솔로몬 휴즈(Solomon Hughes)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미국 본토를 강타한 9.11 테러로 미국인들의 삶이 어떻게 유린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안보산업복합체와 미국 행정부 사이의 공모관계가 미국 사회에 나타난 방식, 나아가 그들이 미국 사회의 정치경제적 지형을 자신의 이익에 맞게 재편한 방식에 집중한다. 9.11 테러 이후 안보산업복합체와 미국 행정부 사이에 공모관계가 발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모두 자신의 힘을 확장하기 위해 사회적 공포를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만 공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격을 받은 미국인들은 어느 때보다 안전이라는 가치를 염원하고 있었다.
안전에 대한 이 같은 국민적 소망을, 부시 행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 등장한 폭력적 감시 사회가 미국인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로 미국인들은 이 같은 감시와 처벌의 사회를 필요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테러리즘에 대한 국민적 공포는 안전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나아갔고,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테러와의 전쟁을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개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는 그 논점이 자본주의 질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예컨대 마이클 웰치(Michael Welch)의 『9.11의 희생양: 테러와의 전쟁에서 증오범죄와 국가범죄』가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가 사용한 공포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면, 다시 말해 부시 행정부가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미국인들의 시민적 권리를 유린해온 방식을 설명한다면,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는 테러와의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적 주체의 죄악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의 서문은 제목부터 이 점을 드러낸다. 이 책 서문의 제목 「1984 주식회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국민적 공포를 이용한 경제 주체의 본격적 등장을 암시한다. 물론 이 경제 주체는 9.11 테러 이전부터 미국 사회에 존재해왔다. 그런데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는 9.11 테러 이후, 이 경제 주체, 즉 안보산업복합체가 앞선 시대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전쟁범죄의 근원을 공적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나 정권에서 찾는 우리의 습관적 사고에 교정을 요구한다. 분명,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킨 정치권력은 부시 행정부다. 그런데 우리는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를 읽어가면서 부시 행정부가 만들어놓은 공포 시대에 더 광범한 규모의 전쟁범죄를 저지른 주체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용병이나 군수품을 제공하는 안보업체를 넘어선 안보산업복합체는 미국 행정부의 비호 아래 온갖 전쟁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 사실상 군사력을 보충해왔던 안보업체가 안보산업복합체가 되면서 군사력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안보산업복합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현지 민간인을 고문하고 학대했을 뿐 아니라 사살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 책의 서문에서 “미국에는 재앙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업가가 항상 많았다”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수록 우리는 이 문장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는 안보산업복합체가 저지른 죄악을 치밀하고도 비판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 스스로 서문의 앞선 문장을 조금 바꿀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에는 돈(자본)으로 재앙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사업가가 항상 많았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는 안보산업복합체의 자본이 저지른 전쟁범죄가 테러와의 전쟁 지역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키워놓은 부시 행정부의 거대권력은 오히려, 미국 사회의 안전을 더 후퇴시키고 만다. 미국 사회에서 국가안보란 안보산업복합체, 즉 이윤을 높이기 위해 언제라도 인력을 감축할 용의가 있는 민간업체에게 이미 넘어가버린 상태였다. 부시 행정부는 안전이라는 구호를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 실제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안보산업복합체에게 위험천만하게도 국가안보의 책임을 위임해 버린다.
행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계속해서 민간업체에게 전가하는 사회의 모습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이 낯설지 않은 풍경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가 보여주는 테러 이후의 미국 사회는 미국의 지난 과거로만 볼 수 없다. 이 책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반드시 경청해야 할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이 책의 주요 개념인 안보산업복합체가 전쟁범죄의 사영화(민영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광풍이 우리 사회에 몰고 온 민영화의 적폐와 병폐를 깊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방위에 기업적 논리가 주입될 때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비극의 세상보다 더 비극적인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전쟁이나 테러리즘에 대한 국민적 공포를 극도로 과장하여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정부 때문에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위기에 빠져있다. 나아가 지금도 대한민국 정부는 민영화할 수 없는 영역까지 대기업의 손에 쥐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가 절대 나아가서는 안 될 참상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1984 주식회사”의 손아귀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돈(자본)으로 재앙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사업가에게 우리의 안전이 완전히 넘어가지 않도록,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의 첫 장을 펼쳐보기를 바란다.
또한 이 책이 주로 언급하는 국가안보 영역의 민영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민영화 시도가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발생시킬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대테러전쟁 주식회사』를 통해 만들어보기를 바란다. 바로 이 책이 돈으로 재앙을 일으킨 모든 사람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에 나타난 15년 전의 이야기에 대한 고통스러운 은유를 통해 우리가 우리의 올바른 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그들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 글쓴이는 『9·11의 희생양』옮긴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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