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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학교 분교가 영어유학 대안이다
[김영호 칼럼] 막대한 유학비용, 가정붕괴 대안은 외국학교 유치로
 
김영호   기사입력  2006/01/25 [18:50]

 유학산업이 매출액 300억달러 규모의 유망산업으로 떠올랐다. 전세계에서 고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 200만명에 이른다. 주로 아시아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난다. 2020년까지는 그 수가 2배로 늘 것이고 한다. 유럽대학들이 자국학생이 줄자 아시아 학생유치에 팔 걷고 나섰다. 다른 한편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유수한 외국대학 분교를 세워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자의 선택도 변하고 있다. 유학보다 비용이 덜 들고 집과 가까운 학교를 찾는 추세다. 미국, 영국의 까다로운 이민통제도 한 몫을 한다. 미국은 세계 유학생의 1/4를 수용하나 그 숫자가 줄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중국학생이 21%나 감소했다. 반면에 호주는 지난 10년간 두 자리수의 증가세를 보여 9%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유학산업이 이제 국가의 4번째 외화수입원이다.
 
 유럽 대학들이 자구책을 들고 나왔다. 앉아서 학생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 나선 것이다. 영국의 노팅엄 대학이 지난해 중국 제지앙성(浙江省)에 분교를 세웠다. 900명을 모집했는데 5년 이내에 4000명으로 늘리겠단다. 중국에서는 ‘하이구’(海龜)라고 해서 유학생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서양 물먹었다고 까불고 건방지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도 ‘국내외국대학’을 선호하게 만든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일본, 싱가포르가 외국대학 유치에 적극적이다. 자국학생은 물론이고 외국학생도 받는다. 싱가포르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다. MIT, 존스 홉킨스 같은 유수한 대학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는 호주 뉴 사우드 웨일즈 대학의 분교가 문을 연다. 싱가포르는 외국학생이 5만명인데 10년 안에 15만명으로 끌어올린다는 포부이다.
 
 한국에서는 유학 송금액이 2000년 이후만도 해마다 30-40%꼴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1-11월 해외유학-연수비용 지출액은 3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9%나 늘어났다. 연간 33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다. 하지만 외환거래가 자유화되어 유학경비를 정확하게 산출할 방도가 없다. 다른 목적으로도 얼마든지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반가족의 생활비, 항공료 등을 포함하면 100억달러는 될 것이란 게 지배적 분석이다. 10조원이란 소리다.
 
 영어열풍이 대학생들을 어학연수로 내몬다. 필수과정처럼 말이다. 방학이 되면 공항은 영어 배우려 떠나는 초-중-고교생으로 만원이다. 아예 조기유학을 보낸다. 주로 미국, 캐나다, 영국으로 보내더니 돈이 많이 든다고 호주, 뉴질랜드로 몰린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필리핀, 말레이지아에 이어 인도로도 간다. 이제는 영어를 쓰는 나라를 찾아 멀리 아프리카로 떠나기도 한다.
 
 공교육이 붕괴되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대학 가기가 어렵다. 봉급을 몽땅 과외비로 털어 넣어도 말이다. 자식 둘을 대학에 보내고 나면 늙고 병든 몸만 남는다. 출산율 저하도 바로 그 탓이다. 차라리 사교육비를 들여 영어라도 배우면 밥은 먹고산다고 믿고 바다를 두고 가족이 갈라진다. 아내를 딸려보내니 돈이 더 든다. 집도 팔고 땅도 팔아 원룸으로 옮긴다. 홀아비 생활에 찌들다보니 늘어나느니 술타령이다. 이 시대 가장의 아픔을 말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이다.
 
 정부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는 영어조기교육을 1,2학년으로 앞당긴다고 한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이에게 무슨 영어냐는 반론도 만만찮을 것 같다. 하지만 취학이전부터 사설학원에 다니거나 학습지를 통해 영어공부를 하는 게 또한 현실이다. 광풍을 닮았는지 정말 무섭게 번진다. 그렇다면 이런 파행적인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언어습득은 현지체류가 첩경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그 같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과중한 유학비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대학을 포함한 외국학교 분교도 그 대안이다. 이것은 가족분거, 가정파괴를 막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대학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지 2년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미국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은 인도 8만명, 중국 6만2500명에 이어 한국이 3위로 5만3400명이다. 그리고 일본이 4위로 4만2000명이다. 소득수준과 인구비율을 따지더라도 결코 적정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교육불신을 뜻한다. 만성적인 초과수요와 공급부족이 교육품질을 망쳤다. 외국학교를 유치해서라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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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1/25 [18: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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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픈넘 2006/01/26 [10:57] 수정 | 삭제
  • 소설가 복거일씨는 영어 공용화에 목숨을 걸고 글을 써대고 있는데 참 웃긴 짓거리이다.

    왜냐하면 영어로 쓰인 문학, 과학, 철학, 법학, 경제 등에 대한 제대로된 번역서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 실용 영어 몇마디 한다고 미국 문화의 총체인 비지니스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를 생각도 안해 보고 떠드는 문학한다는 사람의 수준을 의심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언어라는건 한 나라나 한 민족의 문화가 녹아 있는데 영어에는 라틴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잘 먹고 살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고급 영어를 배운다는건 무척 어렵다.

    한글과 영어에 담긴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영어 교사의 양성 없는 네이티브교사의 영어는 어린 학생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간단한 이해 없는 우리 지식인들의 주장에 우려를 보낸다.

  • 백성주 2006/01/25 [20:34] 수정 | 삭제
  • 외국학교의 분교를 설치하는 것으로 학부모의 욕구가 충족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 하면, 단순히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나 다른 영어권 국가의 생활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자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하나 잘 하게 해 보겠다고 미국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따라서, 외국학생 한 명 없이 단지 교사만 수업만 영어라는 식의 외국학교라면 흔쾌히 찬성할 생각이 없습니다.

    백성주가 교육부총리라면 이 문제를 세 방향에서 접근하겠습니다. 첫째로 영어교육을 바꿈으로써 국내에서 배워도 영어를 확실히 터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사실은 이미 방법을 실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둘째로 미국의 주립대학교 이상의 교육을 우리나라 대학들이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셋째는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을 근본부터 바꾸어 입시교육이 아닌 다른 교육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이미 무시험-추첨입학제도를 고안해서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박사학위 외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갈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