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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못차린 어느 교장, 여교사는 '커피타라'
'교장의 차시중을 군말없이 해야 인성좋은 교사' 주장 파문
 
최인   기사입력  2004/02/21 [20:02]

지난해 충남 모 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을 기억하는지...

한참, 달아오르던 NEIS 문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교육계를 넘어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간의 첨예한 대립으로까지 몰고간 사건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보수진영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연일 확인되지 않은 일까지 유추 확대 보도를 하면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던 일이다.

거기에 당사자였던 한 기간제 여교사는,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차 한잔의 심부름’이 부른 일 였다.

지난 18일, 익산에 있는 전라북도 교원 연수원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신규, 복직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강의 자리에서, 성차별과 교원노조를 폄허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온 것이다.

때가 어느 땐데, 그런 발언이 나올 수 있을까?

이날, 4백여명에 이르는 신규,복직 교사를 대상으로 “인성교육의 실제” 강의를 한 강사는 전주 모초등학교 Y모 교장이다.

이런 강의를 들은 한 복직 교사가 곧바로 교원연수원 홈페이지 열린광장에 항의의 글을 올렸다.

Y모 교장의 강의 내용 가운데 문제가 된 대목이다.

“손님이 와서 여선생님께 커피 2번 부탁하면 바로 신고 들어간다 이래서야 되겠느냐!”

“신규교사연수에서 노조활동에 대해서 왜 안내를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노조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약 10%가 가입되어 있다 그 10%로 교직생활에 나태함을 느낀 선생님들, 나이가 많이 든 선생님들, 젊은 선생님은 없다. 다른 선진국은 노조 활동이 바르게 되고 있다. 시위를 해도 조용히 피켓시위 행진등으로 끝나는데 우리나라는 왜그러는지 모르겠다. 전쟁이다. 노조활동을 전쟁처럼한다. 그리고 국가위기를 초래한다.'

그리고 강의 마지막 정리할 때쯤 ' 교사가 노조 활동을 왜 하느냐 노조활동을 하려면 노동학교나 가지 왜 학교에 있느냐' 는 말도 덧붙였다.

이 글을 연수원 홈페이지 열린광장에 올린 교사는 실명으로 글을 올렸으며, 글을 올리면서 자신의 해석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고 그대로 강의 내용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또 의심가면 강의를 들었던 380명의 선생님들께 물어봐도 된다며 내용의 정확성을 주장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곧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으며, 항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연수원측에 이의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연수원측은 이의제기를 받아 들여, 수료식이 있던 19일 오후에 당사자가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약속했다.

다음은 Y모 교장이 연수원 열린광장 자유게시판 에 올린 사과 글이다.

“1.  성차별 여성 비하 발언이라고 들으셨다면 너무나 큰 오해이십니다.

강의자는 일반기업체에서 최근에 사원 채용을 하는데  달라진 모습을 인성교육 측면에서  사례를 들은 것입니다. 과거에는 명문대학출신이나 대학교 재학중 성적이 선발의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명문대학 출신이 여 사원으로 입사하면 회사 간부들이 손님 접대을 위해 커피 한잔 부탁하고 두 번이상 요청하면 불쾌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면접고사에서 오히려 출신학교가 명문이 아니라도 고분고분하게 상사의 말씀에 순종 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었는가를 평가하여 선발한다는 실정을 소개한 것입니다. 그 부분을 마치 여교사를 비하하는 내용으로 들으셨다면  깊이 사과 드립니다. 제 본 뜻은 우리 학생들에게 인성 교육을 어려서부터 잘 해야만  장차 성장해서 입사 시험을 보아도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 다는 실태를 강조한 내용이었음을 사실대로 해명합니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민감한 발언을 해서 물의가 야기된 점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2. 일본학교 사례와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내용도 의사 전달이 제 본의와 다르게 오해가 있으신 듯 합니다.

일본 학교를 방문해서  보고 느낀 점으로 일본 학생들은 겨울인데도 반바지 옷을 입고. 인도에서는 좌측 통행 등  질서의식 지도가 철저한 실상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말미에 일본 교사들의 근무 실태를 소개하는 중에 실제 제가 들은 대로 일본 교원노조의 실태를 약간 소개했던 것입니다.  제가 신규 교사들에게 마치 노동운동을 비하는 뜻으로 한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신성한 노동운동에 대하여 오해의 소지가 될 일본을 소개 한 점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 드립니다.  

3. 노동운동의 데모 현장이 한국에서는 전쟁터 운운한다는 말은 기업 노조의 한 단면을 언급한  것이고  결코 교원 노조 운동을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제가 신중하지 못 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 드립니다.

04.2.19 전주B초등학교 Y 모 올림 "

또, Y모 교장은 수료식이 시작되기전 10여분에 걸쳐 해명성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 해명성 사과 역시 자신이 했던 문제의 내용은 쏙 뺀 채, 변명으로만 일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Y모 교장의 해명 발언을 듣고 다시, 연수원 열린광장에 연수생이 올린 글이다.

“오늘 폐강식을 하기 전 성차별, 노조비하발언을 하셨던 교장선생님께서 사과를 하시더군요.. 들으면서 왜 이리 씁쓸하던지.. 사과라는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속에서 하는 것이 상식일진데.. 제가 판단한때는 겉으로는 사과였지만 자신의 변명으로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강의중에 하신 "차시중2번이면 신고" 발언은 분명히 여교사에 대하여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하신 말씀에서는 일반기업체에서 있었던 일을 전한것 뿐이라고 하시더군요..어디 다른곳에서 하신 강연과 혼동하신거 아닌지요?

또한  교원노조 비하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노동운동이 전쟁터같고, 교사가 노동운동을 하는것" 에 대해 거칠게 비난하신것이었는데 오늘은 또 다르게 일반노동조합이 그렇게 하는것을 TV에서 보고 말씀하신거라고 하시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기왕 사과를 하시는거면 자신이 하신 말씀을 사과하셔야지 연수생들이 오해를 한것이다. 자신의 진의가 아니다 라고 변명만 하시나요?

누구나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그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그속에서 사과를 하는것이 상식일진데.. 미봉책으로 변명으로 일관하는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우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튼 씁씁한 신규연수였습니다. “

전교조 전북지부는 사과의 내용이 미흡하고, 연수원의 강사 선정이 부적절했다고 보고  연수원측에 다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전라북도 교원연수원 문 모 원장이 사과의 글을 다시 올렸다.

연수 원장이 올린 글이다.

“전라북도교육연수원은 연수생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연수 받으시는 선생님들께 질 높은 연수과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550 여명의 초등과 중등 신규 선생님들이 머물렀던 지난 10일간 연수원 가족들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지난 2월 18일(수요일) 초등교사 신규 및 복직 예정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의 실제] 강의 시간에 연수받으시는 여선생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성적 비하의 오해 소지가 많은 강의 내용이 있었고, 또한 교원노조의 합법적인 활동을 폄훼할 수 있는 강사의 발언이 있었던 것에 대하여 연수원장으로서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려를 끼쳐드린 모든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연수원 교육과정과 강사 선정에 있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2.20   전라북도교육연수원장 “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학교장들에게 만연한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보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물론, 여교사에게 커피 시중을 들게 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여교사들이 한가롭게 커피 심부름이나 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 교사들은 특히 초등교사들은 엄청난 수업시수에 또 과중한 업무부담과 자질구레한 잡무에 쫓기면서 교과연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이다.

지난해, 충남 모 초등학교 사태를 벌써 잊었는가? 아니, 비단 그 일에 빗대 얘기하기에 앞서, 교사는 교사 본연의 일에 충실하도록 돕는 게 학교장의 역할일 것이다.

교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또는 기쁜 마음으로 교장실에 손님이 오셔서 커피를 냈다면 그럴 수 도 있다.

그런데, 항시 있는 일처럼, 여교사에게 그까짓 커피 심부름을 두 번만 시키면 곧바로 신고한다는 얘기는 분명 도를 넘어선 일이다.

그까짓 커피 심부름 좀 시켰다고 신고하는 게 요즘 여교사들이라며, 그런 여교사들을 탓하면서 교사로 첫발을 내딛는 예비교사들에게 이런 강의를 인성교육의 실제라고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런 교장들이 신규 교사에게 연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교사는 교장의 하찮은 심부름을 하는 역할이 아니라, 백년대계 교육의 중심에서 2세를 교육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교사는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일선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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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21 [20:0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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