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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위협’을 학습하는 나라, 대한민국
[인물과사상의 눈] 저급 북한 무인기에 대한민국이 떨고 있는 비극적 상황
 
김종대   기사입력  2014/05/15 [15:43]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강대국

최근 몇 년간 언론에 보도된 북한의 무력 증강 실태를 보면 마치 없던 군국주의 국가, 그것도 강대국이 한반도 북단에 새로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북한은 장거리(6,000킬로미터 이상), 중거리(3,000킬로미터 이상), 단거리(3,000킬로미터 이하) 미사일을 모두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거의 전 세계를 사정권에 넣은 초강대국이다. 동시에 미국, 일본, 한국과 미사일로 전쟁을 할 수 있다는 건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같은 수준에 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사일 전력을 운용하는 북한의 전략로켓사령부는 핵미사일을 운용하는 중국의 제2포병사령부와 거의 같은 반열이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 국방부는 기존에 있던 유도탄사령부를 미사일사령부로 개칭했다. 그런데 우리 유도탄사령부는 최대 800킬로미터 사정거리의 미사일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 전력과 견주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2007년까지 8만 명에 불과하던 북한의 특수 부대가 지금은 20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는 예산이 부족해서 아직 3만 명도 보유하지 못했다. 특수 부대는 정예 요원을 선발해 사격, 레펠, 폭파 등 특수 훈련을 시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각종 특수 장비 때문에 유지하는 데 여간 어려움이 많은 게 아니다.

그런데 이 ‘특수 부대 20만’은 국정원, 검찰 같은 공안 기관이 소위 ‘종북’이라고 불리는 진보 세력을 공격하는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다. 남한에 침투한 특수 부대와 연계한 종북 세력이 무장 폭동이라도 일으키는 날이면 순식간에 대한민국이 적화 통일된다는 관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석기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북한 위협이 곧바로 국내 정치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실례다.

아파치 헬기 같은 공중 전력을 요격하고, 상대방 전차에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신형 전차, 장갑차가 900대 이상 신규로 배치되었다는 2013년의 보도는 또 어떠한가? 일부 언론은 폭풍호 혹은 천마호라 불리는 북한의 기갑 전력이 한국형 전차보다 우수한 것이라고 다소 ‘많이 나가는(?)’는 보도를 했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미사일 발사하는 신형 전차 배치는 충격적이다.

지금 한국의 차기 전차(K-2)는 개발 지연으로 예산이 초과되어 애초 목표로 했던 700여 대 생산이 물 건너가고 300여 대 수준으로 물량을 축소했다. 그나마도 언제 개발이 끝날지 알 수조차 없다. 지금 한국군 기갑 부대에 가면 아직도 굴러다니는 게 신기한 구형 M계열 전차가 있다. 그런데 북한은 별다른 징후도 없이 어떻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전차를 실전에 배치한 것인가?

이미 천안함 사건을 통해 북한은 기존의 로미오급, 상어급, 유고급 잠수함·정 외에 연어급, 문어급 잠수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 되었다. 여기에 천안함을 피격시킨 신형 중어뢰가 장착되어 있다고 한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3,000톤급 이상의 중대형 잠수함도 아닌 불과 130~160톤급의 북한 잠수정에 무려 7미터가 넘는 대형 중어뢰를 장착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수심도 얕고 물살도 빠른 해안가에서 초계함을 정확히 요격했다는 건 충격 그 자체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청상어와 홍상어 어뢰가 매년 품질 불량으로 이미 배치된 것까지 전량 회수하고 있다는 2013년 보도를 볼 때 더욱 그렇다. 천안함 사건 무렵 북한에서 인간 어뢰 부대가 3,000명 규모로 창설되어 운용 중이라는 『조선일보』의 보도 역시 군 당국이 사실이라고 시인한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의 수중 전력은 우리에 비해 가히 압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규모 공기 부양정 부대가 북한의 서해 고암포 기지에 건설되었다는 뉴스 역시 충격적이다. 해군 관계자들은 이제 북한은 1시간에 2만여 명의 특수 부대를 서해를 통해 수도권에 침투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미 북한의 수상 침투를 대비하기 위해 해군과 지상군, 항공력으로 9중으로 방어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워낙 북한군이 대규모로 넘어오기 때문에 그마저도 불안하다고 한다. 그래서 해상 작전 헬기와 대형 공격 헬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공기 부양정 같은 대규모 해상 침투 전력을 한국군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소음도 크고 엔진도 하나밖에 없는 북한의 공기 부양정이 그토록 위협적이며, 새로 부대가 배치될 정도라면 이미 수도권의 안전은 경각에 달렸다는 이야기인가?

북한의 도약, 남한의 지체

북한이 300밀리미터급 장사정포를 새로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는 건 더욱 충격적이다. 기존의 227밀리미터 장사정포의 사정 거리가 70킬로미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현존하는 세계 대포 중 가장 멀리 나가는 수준이다. 아무리 로켓탄이라고 해도 300밀리미터급은 150킬로미터를 비행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이건 미사일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최근 군 당국은 북한이 장사정포를 함정에도 배치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서해에서 수상전이 벌어질 경우 우리 함정은 크게 불리해진다.

북한의 해커, 즉 사이버 부대는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으로 정예 요원만 3,000명이라는 언론 보도 역시 경악스럽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북한이 어떻게 이런 사이버 부대를 운용하는지도 미스터리이지만, 이 부대들이 지난 대선에서 남측에 심리전을 활발히 진행해 우리도 그 대응책으로 대내 심리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국방부의 설명은 국민들을 거의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이제껏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 공작원이 댓글 공작을 했다는 정황이나 증거를 단 한 건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누가 남한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했다는 것인지, 지난 농협 디도스 공격 당시나 언론사 공격 당시에도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의 소행임을 밝히지 못했다. 이 3,000명은 어디서 무슨 작전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면 모를수록 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알 수 없는 공포를 기반으로 김관진 국방장관은 “앞으로도 대내 심리전을 계속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최근 6개월 사이 3대나 남한에 추락한 무인 정찰기는 또 무엇인가? 언론은 이 정찰기에 북한이 생화학 무기만 달면 남한 어디든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북한이 이런 무인 정찰기를 수백 대 운용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고려한다면, 북한은 언제든 남한 핵심 지역에 생화학전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무인기 분야에서 우리의 전력이 더 첨단이고 종류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북한의 저고도 무인 정찰기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으니 우리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건 이제껏 닥친 위협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야기 아닌가?

탈북자들 중에 북한의 간첩이 득실거린다고 묘사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또 어떤가? 2009년 원정화 사건을 필두로 최근 유우성 간첩 증거 조작에 이르기까지 탈북자의 상당수는 간첩이라는 이미지가 이미 언론에 의해 확산된 상황이다. 여기에다 요 몇 년 동안 황장엽 암살조, 김관진 암살조가 이미 국내에 잠입했다는 보도 역시 인적 침투에 의한 북한의 공작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대한민국이 숫제 살 나라가 못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잠잠하던 북한 땅굴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땅굴로 북한 특수 부대가 나오면 박근혜 대통령을 체포하는 데 3분이면 된다는 주장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껏 종합채널(종편)이 수시로 땅굴 보도를 내보내는 건, 그런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자는 의도가 아닌가? 그렇다면 북한 땅굴 하나쯤은 더 발견되어야 하는데 지난 30년 간 새로 발견된 건 없다.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우리의 정보 감시망을 회피하면서 북한은 어떻게 그런 대규모 땅굴 공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 수준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런 군사력 증강 주장이 모두 사실인가? 아니면 우리가 사실로 믿고 싶은 것인가? 이런 정도의 군사력 증강이라면 북한은 인구가 1억 명 정도 되는 강대국이어야 하고 정부 재정, 특히 국방 재원이 남한보다 앞서야 한다. 110만이 넘는 대군과 다량의 특수 부대와 미사일 체계와 압도적인 수중 전력이라면, 그것도 아무런 징후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면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기존에도 북한의 군사력은 충분한 위협이 되고도 남는데, 여기에다가 이 많은 군사력이 더해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한 34조 원 국방비 대 북한 1조 원 국방비로 이것이 가능했다면? 그래서 남북한 전력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이야기? 이건 한마디로 “대한민국 망했다”라는 이야기 아닌가? 반면 북한은 너무나 위대하고 탁월한 나라라는 것을 이야기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국방 정책의 편향을 노리는 북한

이런 군사력 증강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주장이 ‘2015년 통일 대전’설이다. 김정은이 2015년에 단기 속결전으로 통일 대전을 수행하고 한반도를 통일하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다. 굳이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아도 북한이 남한에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의도라고 본다면, 2015년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달성하겠다는 의도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오히려 그게 북한다운 태도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도발설을 우리가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데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심리전이다. 남한에 지속적으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북한이 정치·군사적으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남한은 매우 상대하기 쉬운 나라다.

무인 정찰기 사건이 벌어지자 국방부와 합참은 당장 북한의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저고도 탐지 레이더와 30밀리미터 포를 증강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인기가 발견된 초기에는 “대공 용의점이 없다”라며 무시하던 국방부가 말을 바꿔서 북한의 무인기를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한다”라며 이에 대응한 군사력 증강을 천명하고 나섰다. 어쩌면 북한은 바로 이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우선 저고도로 들어오는 소형 무인기를 다 찾아내 요격할 수 있는 방어망을 구축한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도 그런 방어망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돈을 쏟아붓게 되면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0년대 말에 미국은 기존의 고고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B-1 폭격기 외에 저고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B-1-B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덕분에 소련은 주요 핵심 지역에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방비가 상당 부분 투자되면서 핵심 전력에 투자할 비용이 엉뚱한 곳으로 전용되었다. 미소의 군비 경쟁에 소련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바로 이 점이다. 결정적인 위협이 아닌데도 저고도 침투 폭격기라는 공포에 질린 소련이 국방비를 편향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미국이 조장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전 세계에 저고도 방공망이라는 또 하나의 이상한 국방 정책으로 한국 정부가 경도되는 걸 어찌 북한이 마다하겠는가? 북한이 이 점을 적극 노렸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이유는 석연치 않게 무인 정찰기가 3대나 연달아 추락했다는 비상식적인 사건 자체에 있다.

보통 어떤 장비가 고장 나면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동일 기종의 운행을 중지하는 것이 군대의 상식이다. 그런데 계속 연이어 남한 지역에 추락을 했다는 건, 고장이 나도 개의치 않고 운행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다. 북한에 무인기가 남아돌아서 낭비해도 상관없다면 모르겠으나 북한은 절대 그럴 처지가 아니다. 게다가 원래 무인기는 통신이 끊어져서 자체 귀환이 불가능하면 내장된 프로그램에 의해 스스로 귀환하거나 폭파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런 장치도 없이 북한 쪽의 3대가 우리 쪽에 내려앉았다. 정찰 사진은 무인기가 귀환해서 북한이 분석을 해야만 의미가 있는 자산이며, 귀환하지 못한다면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놓았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런 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모한 작전을 계속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인기 추락에는 어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추론해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그들의 무인기를 우리 쪽에 보여줌으로써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 심리전은 없었는지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이 사건에는 정부 발표와는 다른 무엇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이 비록 수백여 대를 운용한다 하더라도 공중에서 이를 통제하고, 수집된 영상을 분석할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이 무인기가 정말로 심각한 위협인지는 분석해볼 여지가 많다. 그러나 2014년 4월 6일, 일요일에 갑자기 진행된 국방부 브리핑은 초기에 미숙한 대응 및 처리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무인기 추락을 비상 사태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조잡한 소형 무인기는 이제 전 세계에 없는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첨단 장비도 아니다. 그런데 이것도 국민 정서에 편승해 대응해야 할 남침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다.

막강한 군사력이 위협과 공포를 몰아낼 수 있는가

갑작스러운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조급한 국방 정책 전환은 항상 새로운 무기 도입이라는 부작용으로 연결된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진 2010년 11월 국방부는 서둘러 기존에 연평도에 배치된 구형 AN-TPQ 37 레이더로는 북한 포탄을 탐지할 수 없다며 스웨덴제 아서 레이더로 교체했다. 그런데 AN-TPQ 레이더 역시 1994년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애초 국방 계획에 없던 무기를 조급히 도입한 것이었다. 다시 교체했지만 2011년에 북한이 다시 연평도 NLL 부근에 3발의 포탄을 쏘자 아서 레이더도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밝혀진 일이지만 AN-TPQ든 아서 레이더든 모두 소용없었다. 이런 레이더는 30분 이상의 예열을 통해 가동시키는 기계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제대로 가동된다고 해도 멀리서 오는 장거리 포탄을 탐지하는 것이지 북한의 해안포가 가까이서 직선으로 발포할 때 사용하는 레이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조금만 침착했더라면 무엇이 교전 현장에 도움이 될 무기인지 합리적인 판단을 했겠지만, 갑작스러운 심리적인 충격과 공포는 그럴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현재 서북도서에 배치된 무기 체계 상당수가 엉터리다.

그런데도 군은 어떤 갑작스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일단 무기를 도입하겠다고 발표부터 한다. 만일 북한이 다음번에 소형 무인기에 전파 교란 장치를 탑재해서 우리 쪽에 일부러 추락시키면 이번에는 전자파 차단 대책을 세운다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 정책의 편향성이 점차 심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4조 원이 아니라 100조원의 예산을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 안보는 여전히 치명적인 허점에 노출되어 있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심리전이다. 국내 언론은 물론 그 충실한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남한과 북한은 이미 군사력으로 상대방의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임계점을 초월한 상황이다. 아무리 국방비를 증액해서 무기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방어에는 한계가 있는 대치 상황인 것이다. 수도권에만 서울을 포함해 2,300만의 인구가 살고 있고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해 있다. 적의 대포가 겨누는 전쟁터 한복판에 이렇게 인구 밀도가 높은 전쟁터는 인류 역사에 없었다.

이곳은 냉전 시기에 발명된 억지와 방어, 봉쇄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매우 특별한 전쟁터다. 이런 전장에서 작은 돌출 사건 하나가 전체 안보 정책을 흔들어대는 상황은 한마디로 공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군사 무기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남한과 북한이라는 국가의 합리적 이성이다. 남북한 양 국가의 정치권력에서 일종의 ‘전략적 고려’를 해서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비난과 상당한 피해를 예상하면서까지 굳이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이성적 판단을 말하며, 적어도 이 점에서 남한과 북한은 합리적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포와 위협 그 자체를 학습하고, 여기에 깊이 빠져 있는 불안 국가는 합리적 이성이 제한된다. 이럴 경우 상대방에게 전략적 주도권을 넘겨주기 십상이다. 지금의 무인 정찰기 논란은 그러한 대한민국의 취약성이 잘 드러나는 지점이다. 오직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고 공포에 빠져 당장 무슨 무기라도 구입해야만 안심이 되는 심리 구조, 거기서 작동하는 국방 정책의 붕괴 메커니즘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안보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안보 이외의 전략적 고려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보수 정권이 안보를 강조하면 할수록 안보가 불안한 이유가 여기 있다. 즉, 안보를 강조해 상대방의 더 강한 대응을 초래하는 ‘안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현재 정부에는 없다. 오직 군사력 강화, 국내 진보 세력 탄압이라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뒤를 잇는다. 이것이 정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저급한 북한 무인기에 대한민국이 떨고 있는 비극적 상황의 단면이다.
 
* 글쓴이는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입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14년 5월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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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15 [15: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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