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대자보> 독자이신 ‘바알’님이 쟁점토론방에 올려 주신 글입니다. <대자보>는 독자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며, 본문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
‘연정’ 이라고? - 노무현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 먼저 정치적 지향점이 다른 정당 간 연정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스웨덴 사회당 스웨덴 사회당은 1920년에 이미 20%대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면서 부르주아당과 연정을 구성, 집권을 했었다. 연정의 상대는 왕당파로 거칠게 분류하자면 '정치적 평등'의 부분에서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요구가 같았고, 부르주아는 '경제적 불평등(자본주의적 기회의 평등)'을, 사회당은 '경제적 평등(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를 주장하는 차이였다. 어쨋든 연정을 구성하고 십여년 간 내각에 참여한 사회당은 심각한 고민에 부딪히게 된다. '왕당파를 막기 위해!!' 부르주아당은 여러 가지 요구를 하게 되고, '왕당파에게 내각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회당은 반노동자적인 요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당연히 연립 정부와 사회당을 불신하게 되었고, 그럴 수록 더욱더 사회당은 '자신의 지지도'가 아닌 연정의 힘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져들어 갔다. 이때, 사회당은 내각에서 전면 철수라는 결단을 내린다. 연립 내각을 통해 허울만 집권 정당일 뿐 하고싶은 일, 해야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보다는 야당이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행동'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가 1932년의 사회당 독자 집권이고, 1980년대까지의 (상당히 후퇴했지만 현재까지도) 지구상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독일의 녹색당 정당의 교과서적인 의미는 '특정한 가치와 정책을 가지고 집권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 정도이다. 독일 녹색당은 여러가지 점에서 다른 현대 정당과 다르지만 특히 '집권'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 더욱 특이한 점일 것이다. 이런 천명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 사민당이 집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평등, 평화, 노동자의 권리 등은 사민당의 그것에 반대하지 않으며, 다만 환경, 생태, 반전 등의 가치에 대해서 좀더 천착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민당이 사쿠라가 되기 전까지의) 적록(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은 어떻게 보면 이상적인 연정의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녹색당으로서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수당이 되지 않고서도 실현시킬 수 있었으며, 다수당인 사민당은 혼자서 팔방미인이 되기보다는 대체적으로 가치에 동의할 수 있는 특정 분야의 전담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스웨덴 사민당과 독일 녹색당의 사례는 '정치의 목적'에 대한 간단한 사실을 알려준다. 요컨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본령은 '상대 정치 세력을 이기는 것 혹은 조금 더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정치 정치에도 고급과 저급이 있다. 원하는 가치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의 방편으로 권력을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하는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고 권력을 통해서 추진한다면 조금 더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이 없을 때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절대 다수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가졌을 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몰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많은 독재자들이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집권해서는 권력 유지에 급급하여 필연적으로 독재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실례들을 볼 때 저급의 정치가라면 정치란 '권력을 잡고 유지시키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의 (수구라고 불리는) 정치가들은 확실히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가? 대통령직을 걸고 정치 생명을 걸고 맞짱뜨자던 가치들은 모두 상생과 타협으로 흐지부지되었고, 유독 '상대 정치 세력과 죽이 맞는' 그러나 '자신이 지지자로 삼고 있던 사람들의 가치와 반대되는' 정책들만 잘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여소야대인 것이다. 연정이라고? 연정의 대상으로 거론한 민노당의 가치를 용인할 수 있는가?
파병을 철회하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추진할 결심이 섰을까? 아마 고려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노무현에게 있어서 절대의 정치적 가치란 '안정적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자기편을 다수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정책 따위는 차후에 생각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정의 또다른 대상인 민주당과는 -열린우리당 말대로 우리나라 최대의 문제인- 지역주의 때문에 절대 함께 할 수 없다고 뛰쳐나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연정을 할 수가 있을까... 민주당이 지역주의 문제로부터 벗어났나?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 타파의 입장을 버린 것인가? 대통령의 연정 발언,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단지 다수 여당의 권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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