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누가 학교 불지르고 자살하겠다고 하나
사립재단 극렬저항은 전횡과 부패, 횡령 등 돈벌이 수단 폭로되는 것
 
황선주   기사입력  2004/11/08 [12:42]
뉴질랜드의 교육개혁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의 상위기관으로 자리매김하여 자치회인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가 학교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교장은 이들 자치회가 결정한 사안들을 이행하는 역할을 할뿐 다른 주도적 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뉴질랜드라는 나라에다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 것은 학교가 교육주체의 결정에 따라 운영될 때 바람직한 교육적 결과가 나온다고 믿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서구 여러 선진국가들도 다들 학교운영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나라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민주성이 담보되어 있는 사립명문학교들의 명성이 드높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 우리의 사립학교나 공립학교는 어떠한가? 공립학교에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위원(대부분의 경우 교육청 인사인 장학사나 장학관이 대부분 차지함)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이하 학운위)가 있지만 아직도 심의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학운위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교사들과 학부모, 지역위원들의 잘못된 의식 때문이다. 학교는 교장이 하자는 데로 운영돼야 학교가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다는...

학운위가 있는 공립학교도 교장 임의로 운영되고 있는 판에 공식적인 심의기구가 없는 사립학교는 오죽하겠는가? 공식적으로 학교운영에 관여할 기구가 없으니 학교재단의 전횡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이사진이 있지만 친인척들이거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인사들고 채워졌으니 학교일은 보나마나 재단의 구멍가게인 셈이라 전횡과 부패, 횡령범죄로 매년 사립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투명성이나 자율성 및 민주성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립학교법을 개정한다니까 사립재단측이 학교를 불지른다느니 폐쇄하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무조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새 사립학교 발의안에 각 자치회(교사회, 학부모회)가 담겨지고 이들이 학운위에 참여하여 심의기구화되면 학교가 전교조 입맛대로 운영된다거나 정치판이 될 것이고 사립의 경우 이들이 이사진으로 일부 참여하면 학교가 그들 손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위 공립학교 학운위의 언급에서 보듯 전혀 설득력이 없다. 공립학교의 경우 학운위에 교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이고 여기서 전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인 것은 보면 전혀 사실적이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사립의 경우 이들이 혹여 이사진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사립재단이 걱정하는 것 처럼 학교가 정치판이 될까 하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영화 두사부일체를 보앗는가? 신성한 교육의 장소를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비인격적 몰상식적으로 파행운영하는 일부 사립재단의 야만성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주)제니스 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 본다면 사립학교재단의 엄포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다. 이제껏 친인척들이 이사진을 독식하고 행정업무도 장악해 왔던 터라 친인척이 아닌 교사나 학부모 등 이질적인 인사가 학운위나 재단의 일에 관여하게 되면 큰일이라는 우려에서 일것이다. 과거의 수많은 부조리나 전횡들이 탈로 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이것이 그들이 막가는 말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진짜 이유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국가의 재정적 지원과 학생들의 부담금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어 공공성이 담보돼야 하지만 이제껏 객관적인 재무자료나 인사자료들이 공개되고 있는가를. 그리고 공정한 감사를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번 저항의 배경은 쉽게 이해가 간다.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던 터에 혹여 감시의 눈이 두려운 것이다. 불투명한 재산운용으로 해서 전횡을 일삼아 온 크레믈린 같은 사립재단의 그 실상이 낱낱히 밝혀진다면 어찌될까, 그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담한 것은 교육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재단관계자들의 입에서 "학교를 불지르고 자살하는 재단관계자가 나온다"는 엄청난 망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학생들 보기에도 남우세스럽지 않은가 묻고 싶다. 그들 어린 아이들이 "학교를 불지르겠다"는 소리나 "학교를 문닫겠다"고 한 재단관계자들의 이런 막된 소리를 듣는다면 그 반응이 어떠할지 두렵지도 않은가?

묻겠다. 사립재단관계자와 사립학교재단의 친인척들에게 교육을 빙자하여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며 교육을 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를.

진정으로 교육을 위해 재단을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전횡을 바로 잡고 이실직고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 연후에 자신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빌라.

그리고 앞으로 잘 할 터이니 사립학교가 전횡으로 얼룩지지 않게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학교가 되게 사립학교법과 감사제도를 더 확실히 만들어 달라고 하라. 그게 순서다. 그래야 국민들 80%가 불신하는 사립재단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다. / 논설위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11/08 [12:4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