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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없는 주택정책, 경기전망 더 어둡게 한다
노 대통령 부동산대책은 ‘자동회전문’, 투기의 내성과 혼선만 초래
 
김영호   기사입력  2004/09/09 [15:59]
부동산 ‘죽이기’, ‘살리기’ 정책혼선
 
 노무현 정부가 뭐라고 말하든 체감경기는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내수시장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유가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아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1배럴당 50달러선을 넘나들면서 경기상승을 주도하던 수출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경기지표를 볼 필요도 없다. 어딜 가나 빈 택시의 줄이 길어만 진다. 이름난 음식점도 백화점도 손님이 드문드문하다. 경기가 나쁘다는 것을 금세 말한다. 그런데 내수시장을 지탱해오던 주택경기마저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려 혼쭐났다. 투기망령을 잡으려고 온갖 억제책을 동원하고서야 투기를 진정시켰으니 말이다. 거래-보유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또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거래신고제도 실시했다.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학원단지를 건설한다는 등 정신이 헛갈릴 정도로 하루가 멀다며 수요억제를 위한 갖가지 규제책을 쏟아냈다. 투망식 억제책을 연발하더니 결국 투기를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투기를 잡았지만 정상적인 거래마저 죽인 데 있다. 많은 중소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납품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하고 임금마저 체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한 아파트도 계약을 해지하거나 잔금을 연체하여 아파트가 텅텅 비어있다. 대형 건설업자들도 분양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집단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세 값도 하락세가 커지면서 부동산중개소의 휴-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경기가 급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IMF 사태를 뚫고 태어난 김대중 정부는 실업구제를 위해 경기부양이 시급했다. 그래서 억지로 주택경기 살리기에 서둘렀다. 1970대부터 역대 정권은 투기망령을 가두기 위해 온갖 족쇄를 채웠다. 그것도 모자라 갖가지 잠금 장치로 묶었다. 그런데 김 정권은 겁도 없이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풀어 제쳤다. 그것은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였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마른 들판에 불길 번지듯 아파트 투기가 광풍을 일으켰다. 기겁한 김 정권은 뚜껑을 닫으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허사였다. 결국 김 정권의 정책실패가 노무현 정부의 덜미를 잡은 꼴이 되고 말았다.
 
규제강화에서 규제완화는 일관성 상실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보면 그 시각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 실수요, 가수요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중과세 정책을 남발했다. 이것은 조세불만을 야기하고 내수부진을 심화시켰다. 세금은 주택정책으로서 보조적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세금을 중추적 정책으로 구사했다.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 가졌는데 보유세를 크게 올렸다. 투기를 모르고 붙박이처럼 사는 사람들도 투기꾼인양 몰아붙였다. 정권의 지지기반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등록세, 취득세, 양도세와 같은 거래세도 대폭 인상했다. 세금이 무서워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만들었으니 거래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뒤늦게 깨달았는지 경기진작을 꾀한다고 규제강화에서 규제완화로 돌아서는 듯하다. 죽은 경기를 살리려고 자물쇠를 하나 하나 풀려는 모양이다. 이미 주택투기지역과 토지거래허가제를 부분적으로 해제했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금지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뒤따른다. 분양권 전매는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인 투기수법이다. 투기자본이 실수요자의 돈을 뺏어 가는 부도덕한 행위다. 아무리 경지진작이 급하더라도 이따위 대책을 논의한다면 정권의 정체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문제 해결해야
 
 투기의 첫째 원인은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이다. 지구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인해 세계의 주요도시는 지난 2~3년 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여기에 400조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이 투기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투기를 근원적으로 막으려면 이 부동자금의 기숙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
 
 또 다른 투기의 원인은 독과점이다. 그런데 다주택보유자가 임대사업을 신청하면 세금이 느슨하다. 투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셈이다. 투기요인이 상존한 상태에서 주택정책이 자동문 돌아가듯이 뒤바뀌니 투기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다.

 정보화-자동화가 무고용 성장(jobless growth)이 이룩되고 있다. 고용을 창출하려면 상품 중에 가장 크고 고용효과가 큰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 그런데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주택경기를 작두질하듯 하니 온전할 리가 없다.  / 본지고문

* 필자는 시사평론가로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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