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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파병이 '지체없이 추진할 사안'인가?
파병안 '지체없이 철회'해야, 한미동맹보다 국민의 안전중요
 
최한욱   기사입력  2003/12/03 [17:27]

12월3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이라크 조사단 조사위원 6명과의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서   '국회 동의안 처리까지 많은 논쟁이 있겠지만 정부로서는 지체없이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3일 국회조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로서는 어느 때보다 한미관계를 돈독히 해야하며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협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고, '국방부에서 파병계획을 잘 세울 것'이라며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지난 11월30일 한국군의 파병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라크 모술 인근 티그리트 지역에서  한국 노동자 2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지난 10월에는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의 납치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이 입주한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호텔이 로켓포 공격을 받는 등 한국군 추가파병이 공론화 된 이후 한국인들에 대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30일 저녁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에서 한국 기업 오무전기의 직원들이 탄 차량이 총탄 공격을 받은 모습     ©YTN
이라크 전황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11월 들어 하루 평균 8명 이상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영국, 스페인, 터키 등 미 동맹국들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과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에서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11월23일 현재 미군 사망자는 432명, 부상자 1970명 포함하여 후송자는 11월15일 현재 9200명에 달한다. 이미 1개 사단급 미군 병력이 이라크 전선에서 사라졌다.

지난 23일에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은 미군이 이라크 민중들의 공격을 받아 목을 베어 살해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두 병사는 총격을 입고 부상을 당해 군용차량 안에 앉아 있다가 몰려든 군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잔혹하게 피살됐다. 청소년 10여명이 차량에서 시신을 끄집어낸 뒤 무참히 훼손하고 미군 차량을 약탈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두 병사의 시신은 한 시간 가까이 차량 옆 길가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은 알려졌다.

이라크 민중의 저항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5월1일 부시의 승전 선언은 미국의 승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1월15일 뉴욕 타임스는 현재 이라크에서 미군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게릴라전은 전쟁 이전에 이미 이라크정보국에 의해 대체적인 계획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와 같은 견해가 전직 이라크 관리들에 대한 신문과 이라크에서 발견된 문서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라크의 저항이 얼마나 강력하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에 대해 과소평가 했음을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국방부의 한 관리도 새로운 증거를 감안해 볼 때 '전쟁 전에 중앙에서 (게릴라전) 계획이 마련돼 집행됐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재결집해 효과적인 세포조직들을 결성하고 박격포나 원격조정 폭탄 등을 이용해 점점 더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라크 군인들과 정부 관리들 중 일부가 미군의 진격을 피해 달아나면서 구사했던 초토화작전이 이와 같은 게릴라전의 일 단계 조치로 보인다면서 현재 정보기관들 내부에서는 그에 이은 이라크의 무장저항이 즉흥적인 것인지 혹은 일정한 계획을 따르는 것인지를 토의 중이라고 전했다.

▲시사메거진 2580 모습     ©MBC
지난 9월 문화방송은 이라크 전사들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라크 전사는 이라크에서 '하루에 25명의 미군이 살해되지만 미군은 1∼2명만 죽었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조작을 암시했다. 인터뷰를 취재한 이진숙 기자는 '이라크 전쟁 전 공화국 수비대원이 상당히 많았는데 전쟁에서 궤멸됐다는 얘기도 없었다'며 인터뷰에 응한 이라크 전사들이 '대부분 공화국 수비대원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도들은 이라크 전황이 서방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미군에 대한 공격이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의 조직적 저항일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후세인과 40만에 달하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는 바그다드가 함락되자 유령처럼 사라져 버렸다. 미국은 공화국 수비대가 궤멸됐다고 발표했지만 수십만의 군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전황은 이라크 정규군의 소멸이 전략상의 고려일 가능성을 높게 시사해 주고 있다

지난 1일 바그다드 일대를 관할하고 있는 미 제1보병사단의 마틴 템프시 준장은 이라크 반군세력의 중심이 있음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군은 수도 바그다드에만 8∼12개의 무장조직이 있고 이들에게 자금을 대며 반미 공격을 명령하는 중앙 지휘체제가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최근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이 뜸한 이유가 미군의 '쇠망치작전' 기간 동안에는 이 중앙 지휘부가 '몸을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대규모 반격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퍼져가고 있다. 최근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라크의 저항이 테러수준이 아니라 조직된 군사행동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황이 날로 악화되고 저항세력의 강력한 반격이 임박해지고 있는 지금은 파병을 결정할 때가 아니다. 이미 이라크 전황이 불투명해 지면서 미국의 주요동맹국들조차 이라크 파병을 외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침략전쟁이 승리한 경우는 없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패배는 시간문제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철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한다면 돌아올 것은 죽음 뿐이요, 얻을 것은 국제적 망신뿐이다.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지체없이 처리할 때가 아니라 신중히 판단해야 할 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이 돈독해져야 할 때라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지난 3월 이라크 파병이후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은 단 1mm도 후퇴하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북핵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꼬여 가고 있다.

지금에 와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파병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북핵 문제와 이라크 문제를 다른 이유 때문에,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의 분리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고 파병문제와 북핵문제를 연동시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참여 정부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냉정한 국제질서를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북핵 문제의 접근법을 정리할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라크 파병문제의 접근법을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우리의 이해관계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다. 어떠한 동맹도 국민의 안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참여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 필자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http://www.615.or.kr/) 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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