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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무력화와 민심이반 가속화
[김영호 칼럼] 이명박 정부의 아집과 독선이 민심이반 가속화시켜
 
김영호   기사입력  2011/06/09 [04:42]

일반적으로 고위공직자를 발탁하는 인사기준은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 도덕성, 청렴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MB의 인사원칙은 파벌적-배타적이다. 이에 따라 발탁범위가 대단히 협소하다.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소영’, ‘강부자’, ‘S라인’이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 그나마도 회전문 돌듯이 같은 사람을 자리를 바꿔가며 앉히는 바람에 적격성의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전문성, 지도력, 포용력, 대중성은 제쳐놓고 도덕성, 청렴성에서 많은 흠결이 드러나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 사람 내 맘 대로 한다는 아집과 독선이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부자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부자가 많다. 부자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문제는 재산형성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인사 때마다 위장전입, 농지소유, 세금탈루, 투기의혹, 전관예우 등등을 떳떳하게 소명하지 못해 용인의 단계를 넘어선다. 논문표절-이중게재, 병역기피, 자녀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 청렴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비전문인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알고 보면 ‘고소영’이란 인맥과 연결된다. 이런 사람들이 국무를 담당할 수 있느냐는 거부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사라면 일단 사회적 검증을 거쳐 적격성의 논란이 적겠지만 그런 인사를 발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임명권의 남용에 대한 국회의 견제장치다. 장관 내정자의 공무수행 능력과 함께 공직자의 덕목을 검증함으로써 적격성을 판단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MB는 부적격성이 충분히 부각되어 국민적 비판여론이 비등함에도 번번이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해 왔다. 대통령의 장관임명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이 없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무력화시켜 온 것이다. 이러니 내정자들이 죄송하다는 따위의 말로 순간을 모면하려고 비굴한 모습을 연출한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절망감을 넘어 배반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임명권자는 독선적 행위에 만족감을 느낄지 모르나 민심이반은 가속화된다.

장관 후보자라면 먼저 자질, 능력, 자격을 따져 발탁해야 한다. 장관은 해당부처의 장관이기 이전에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국정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다른 부처의 의결사항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소관부처의 업무를 소상하게 파악해 정책방향-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관료조직을 관리-통제할 지도력도 겸비해야 한다. 솔직히 충성심만 있지 해당부처의 과장급보다 못한 엉뚱한 사람을 발탁하니 재임기간 내내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만다. 전문성-지도력이 부족하니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눈치나 보는 사이에 국정은 표류하고 민생은 골병든다.

MB정권에는 역대정권에 비해 면제사유가 의심스런 병역기피자들이 유독 많다. 그들이 이상하게 북한에 대해서는 초강경 자세를 견지하니 국민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종교다원화 시대에 특정종교를 넘어서 특정교회를 중용하니 종교차별이란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지연-학연-혈연 따위의 연고주의에 의한 발탁인사는 과거정권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종교적 편향성으로 인한 여론의 질타는 없었다. 불교와의 끊임없는 마찰은 종교차별이란 피해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종교는 이념보다 무서워 때로는 맹목적적이다. 특정교회의 편애는 타종교의 박대로 인식되어 민심이반을 촉진할 뿐이다.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일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똘레랑스(관용). 유라시아에 걸쳐 거대한 몽고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의 초종교-초민족주의의 포용. 제갈량을 찾아 예를 다한 중국 촉한(蜀漢)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 이처럼 역사적으로 멀리 갈 것도 없다. 흔한 소리 같지만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성취한 히딩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나라는 운동선수를 발탁하는데도 철저한 연고주의에 근거한다. 그 사실을 히딩크는 몰랐을 것이다. 알았어도 그들의 지연-학연을 알 리 만무하다. 오직 실력만으로 발탁한 결과가 4강 진출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장관으로 등극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냉엄하다. 그들이 장관임무를 잘 수행했다면 MB정권의 민심이반이 이렇게 급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근시안으로 세상을 보면 주변만 보인다. 근시안과 함께 원시안으로 세상을 보면 두루두루 잘 보인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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