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사찰 피해 사례와 사찰 기록 폐기 법적 정당성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4층 제10간담회실에서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의원 주관으로 ‘국정원의 불법 사찰기록,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개인사찰 피해를 당한 방송인 김미화, 명진 스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나와 피해 사례를 말했다.
명진 스님은 “대선후보를 도와달라고 해 거부했는데, 이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고 했고, 방송인 김미화씨는 “좌편향 프로그램 진행자를 퇴출하라는 압박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사회 비판 활동을 해온 탓에 사찰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내놔라 내 파일 시민행동 법률 팀장’인 김남주 변호사가 ‘국정원이 사찰한 정보에 대한 공개청구운동과 국정원 개혁과정에서 사찰, 공작 정보처리 방향’에 대해 발제를 했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의 국내 정치 사찰·공작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국정원의 직무범위 일탈 등 불법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는 민감정보, 고유정보의 수집, 생성, 저장, 보유 등을 금지하고 있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받은 경우나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예외이고,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 사찰은 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정치인,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정치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3조 제1항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은 불법 수집한 정보, 즉 ‘장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대답을 국민들에게 내놓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거부 공문 한 장으로 성의 없는 답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이 이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찰청’에 이 ‘장물’까지 인계할 것인지, 국정원에서 ‘장물’을 계속 보관할 것인지, 주인인 정보주체에게 돌려주고, 영구 폐기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며 “아쉽게도 청와대가 최근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 방안에 ‘장물’처리 방안은 빠져있다, 촛불정부가 ‘장물’을 사용할 방침이 아니라면 이참에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사찰·공작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는 대부분 원상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원상회복은 아니지만, 피해자(정보주체)에 대한 피해회복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회복 방법 조치로 ▲정보주체에게 사찰·공작 사실 통지 ▲사찰·공작한 정보를 정보주체에게 공개 ▲사찰·공작한 정보 영구 폐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제시했다.
그는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직무범위를 넘는 정보수집 금지조항 추가 등 국정원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내정보 기능을 이관 받을 기관에게 직무범위 이외 정보수집 금지의무 부과, 정치 관여 금지의무 및 정치활동에 관여할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금지, 추가불법사찰금지 의무 부과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동 화백의 사회로 토론에 나선 이상호 <Go발뉴스> 기자는 “국정원의 대국민 사찰은 반헌법적 죄악이며, 다시는 재발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민의 귀와 눈이 되어야할 언론이 반대로 국민통제와 여론조작에 활용되었다면, 그것은 더 큰 적폐일 것이다, 지난 9년간 국정원과 언론의 광범위한 유착과 공범 행위에 대한 시효와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오길영 신경대학교 교수는 “전례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국정원이 예산을 배정받고 있으니, 결국 이를 유지해내는 방법이란 철옹성을 쌓는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라며 “별 의미가 없어 공개해도 그만인 정보조차도, 혹여 작은 불씨라도 될까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정황상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유식(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 변호사와 최영삼(현 국정원 정보공개 심의회 외부위원) 변호사도 국정원 불법사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법연, 언론노조, 민주노총, 전교조 등이 공동 주최했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이 공동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