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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주의, 반북주의 모두 역사적 청산 대상이다
[정문순 칼럼] 체제 대결이 끝난 남북의 현실 직시가 필요한 때
 
정문순   기사입력  2010/10/18 [22:20]
사회주의권 국가답게 전통적으로 북한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포츠 종목이 있다. 기계체조, 리듬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수영 등은 남한이 돈을 쏟아 부어도 북한의 수준을 앞지르지 못한다. 모두 신체에 대한 극도의 지배와 통제를 전제로 한 종목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몸을 규율하는 스포츠가 집단화되어 나타날 경우 북한은 남한보다 앞선 정도가 아니라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집단 메스게임이 올림픽에서 채택된다면 북한은 단연 세계 챔피언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대규모 집체극에서 인간다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동작을 취하거나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리는 동작이 가능하려면 몸을 얼마나 혹사시켰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건 입을 다물 수 없는 장관이 아니라 전체의 한낱 부속품으로 떨어진 인간의 지위를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다. 그런 몸이 자유로움과 발랄함을 알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욕망’에 중독된 나는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거기 여자들의 치마·저고리 차림, 짧게 깎은 머리를 한 남자들도 미학적으로 촌스럽고 구태의연하다. 미적인 낙후성은 정치적 태도의 퇴보와 보수성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 체제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그쪽 인민들의 일상이 그들 몸에 배어 있는 전체주의 체제의 본색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나처럼 한반도의 반쪽에 대해 냉소적인 사람은, 남북이 화해하여 서로 제약 없이 오가거나 통일이 될 경우 문화적 충격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 인민들의 사고방식이나 일상적 태도와 충돌할 것이 확실하다. 싫든 좋든 남한 체제가 체질화된 나에게 장차 이질적인 것과의 부딪침에서 올 스트레스에 대해 극우 반공주의든 종북주의든 북한을 대하는 양극단의 시각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북한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반공주의자들의 태도는 자신들의 입만 시원해질 뿐 남북 사이의 이질감을 더욱 벌려놓을 뿐이며, 종북주의자들 역시 극우주의자의 반대 편에서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종북주의자나 극우 반공주의자나 서로를 한 하늘 아래 상종하지 못할 원수로 적대하지만, 맹종이든 맹목적인 적대든 그 뿌리를 찾아가면 한 곳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북한을 친구나 악당으로 삼지 않으면 자기 존재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북한은 실로 소중하기 그지없는 존재일 것이다. 고인이 된 황장엽을 빨갱이 괴수로 배척하지 않고 그에게 열광하는 반북주의자들의 자가당착은 그들의 논리로는 이상할 것이 없다. 

흔히 종북주의자들을 진보 세력으로 바꿔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각한 언어도단이다. 진보주의자라면 3대로 이어지는 세습 왕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고 무의미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 독재는 독재이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이다.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껄끄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진보일 수는 없다. 남한 체제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데 이용되는 탈북자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탈북자의 존재가 북한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이며 남한의 우월성을 입증해주는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 이 점을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은 최고위급 탈북자인 고 황장엽에 대해서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수년 전 황씨가 기력이 있을 때 출연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앞뒤가 맞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황씨는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초라한 노인 이상의 인상을 주지 않았다. 황씨는 인민의 배신자도, 북한 민주주의 투사도 아닌 다른 탈북자들이 그러하듯 체제 이탈자일 뿐이다. 한 인간이 자신의 근거지를 영영 벗어나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황씨가 떠들썩하게 탈북하던 당시 진보를 자처하는 한 인사는 황씨에게 자기반성 없이 투사로 자처할 생각이면 북한에 도로 돌아가라고 신문에 기고했다. 논리적으로야 그르지 않지만 갈대보다 허약할 수 있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통을 모르는 잔인한 주문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체제를 등 돌려 세우고 생존과 영달을 도모한 황씨에게서 나약하고 애처로운 인간의 평범한 모습을 읽어낼 수 없을까. 황씨를 포함한 탈북자들이 아무리 큰 약점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의 나라를 벗어날 처지에 내몰리지 않는 남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디까지나 약자일 수 있다는 생각이, 종북주의자에게는 없다. 

주사파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1980년대 운동권 주류였던 종북주의자들은 90년대 벽두에 남북이 유엔에 공동으로 가입하면서 기반이 흔들리는 좌절을 맛보게 된다.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은 박정희 시대 이래 남한이 북한에 줄곧 요구해오던 것인데, 종북주의자들은 분단을 영구 고착화하는 음모라며 반발해왔다. 막상 남북이 유엔에 나란히 가입하자 분단 고착화라는 말은 이들에게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후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90년대 후반 북한에 밀어닥친 대규모 재해와 아사 사태 이후에는 젊은 날 북한 단파 방송을 몰래 청취하며 김일성주의자 행세를 하던 이들이 극우로 전향하며 종북주의자의 입지는 뿌리째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종북주의자들은 자기반성도 없이, 남북 모두 포기할 수 없었던 적대적 의존 관계를 자양분 삼아 명맥을 이어오다 민주노동당으로 정치세력화를 이루었다. 

종북을 적극적으로 선도하는 이들은 한때는 민노당 우파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노당 좌파들은 종북주의 논쟁 당시 대거 이탈하여 딴 살림을 차렸으니 종북은 민노당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북한을 추종하는 이들은 이념적으로 진보와는 거리가 멀며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민족주의 우파에 가깝다. 이들의 이념적 보수성을 가려주는 데는 분단 구조가 크게 작용했으며, 분단 구조에 기생하려는 극우 집단이 자리를 비켜준 덕에 왼쪽으로 치우친 것처럼 착시를 일으킬 뿐이다. 보수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움보다 집단과 공동체를 중시하고, 미래의 불확실성과 모험을 추구하기보다 과거의 좋았던 어떤 시기를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 과거가 그렇게 향수를 일으킬 만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이들의 안중에 없다. 

그들은 통일을 이상적인 장밋빛 미래로 그릴 뿐이지만 이미 지난 역사에서 통일 상태는 경험했던 것들이다. 분단과 전쟁 이전 둘로 쪼개지기 전의 역사가 그것이다. 그때는 물론 분단모순은 없었지만 지금은 겪을 수 없는 그 시대 나름의 문제가 있었으므로 통일을 ‘오래된 미래’로 삼아야 할 만큼 분단 이전을 마냥 지금보다 나았던 시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민족주의 우파들에게는 그런 성찰이 생략되어 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추수하는 민노당의 본색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당시 북핵을 지지하며 파란을 불러일으킨 당시 민노당 정책위원장의 입장 발표에서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핵무기를 한 나라의 자위 수단으로 옹호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3대 세습체제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듯한 현 민노당의 태도도 그에 버금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국력과 경제력의 차이로 보건대, 북한은 남한과 대등한 주권국가나 쪼개진 반쪽 차원이 아니라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분단이 극복될 시점에는 남한 사회복지 정책의 수혜 대상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될지 모른다. 변화하는 현실에 둔감하지 않고 체제 대결이 끝난 남북에 대한 냉정한 현실 직시가 필요한 때임을 주문하고 싶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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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18 [22: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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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0 [21:37] 수정 | 삭제
  • 어느 나라나 민족주의가 우파인 것은 하등 이상한 게 아니고

    내가 묻고 싶은 건 좌파건 사회주의건 어느 땅에서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를 위해 사회주의를 운용하겠느냐, 사회주의를 위해 국가를 운용하겠느냐 물은 것이고..후자라면 북한과 미국에 모두 감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3대 세습을 논하는 사람들의 자세 중에 언급할 부분이 많지만 딱 하나만 말하면
    살살이, 기회주의, 결과주의라는 것이다.

    남한의 민주선거는 우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전통을 만든 것이 아니다. 이걸 내 능력으로 선택한 듯 자랑할 때는 얼굴이 뜨듯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남의 옷 입은 놈이 내가 만든 옷인양 주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이승만이 반공포로 석방을 하고 미군정 하지와 충돌을 일으키며 반북을 부추긴 것이 기회주의였는데 (처칠은 면도를 하다 이 뉴스를 듣고 놀라 얼굴을 베었다)

    그 후대들이 지금까지 기회주의 vs 기회주의를 하고 있다 보면 된다.

    박정희를 희대의 기회주의라 하지만
    이승만의 동상을 60년 되도록 안 세워주고, 박정희를 죽은 지 30년 되도록 욕하는 기회주의는 또 어떠한가?

    자기가 코 앞에 편한 것 위주로 골라 먹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핵을 만든 것은 역사적 이유가 있는 것인데 여기서도 도망을 가고 역사를 최후의 결과만 두고 보자는 것은 소아주의며 무책임주의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주체사상이 세력이 있는 것은 필요해서 있는 것이다. 이것도 불편하니까 도망가겠다 하는 것은 극도의 편의주의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게 되지는 않는다.


    반북주의가 안된다는 편집자의 제목이 붙었지만, 글쓴이는 실제로 그깟 마스게임을 예로 들며 생리에 안 맞는다는 반북 소아주의를 드러내고 있는데

    반북도 안되고 친북도 안되고 (말장난이지만) 그냥 손놓고 있으면 우리가 경제력이 월등하니 잘 될 것이다라는 무책임 소아주의는 곧.... 용렬한 기회주의다.

    이렇게 되면 남북대화를 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글쓴 이는 지북의 점수도 낙제수준이라는 것을 지적해 두는데 글쓴이 정도의 반북인식이면 지북을 할 필요도 없는 지경이라 하겠다.

    행여 노파심이지만 주사파 때문에 북한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에 대해서나 pro-Japanese와 anti-Japanese (예)가 있는 것인데 이것은 보편적인 이름이다.

    글쓴이는 북한에 대해서만은 pro도 필요없고 anti도 필요 없고 그냥 무관심이 최적이라는 극도의 기회주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강하기 위해 쓴 체제대결이 끝났다는 얘기는 문맥에는 전혀 맞지 않는 소리다.


    ------------

    우리가 남북대화와 교류를 지속하여 분단상태를 지양하고 궁극적 통일을 이루자는 것은

    주사파가 말하는 것과 관계없이 제3의 세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이 상태가 되더라도 남한의 재산은 외국인의 이권까지도 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의 경우 동서독 경우와는 비교도 안되게 남북간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오죽하면 글쓴이도 통일이 되면 문화적 충격을 받을 거라고 하고 있는데

    얼마나 코앞만 보고 있는 한심한 인식인가? 인간은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고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동물이다.

    물론 나나 글쓴이나 생전에 통일이 안 될 수도 있는데 미리 생각하거나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게 뭐 있느냐는 타산이 있을 수 있는데 북한문제는 주변국가 외교 및 우리의 경제문제와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뿌리를 내버려 두고 남한내 문제만 골몰해서 남한이 잘 되기는 어렵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거수 일투족이 미래의 한반도 상황을 결정한다.

    엊그제 보니 무슨 전문가 1000명의 조사에서 현대 한국의 영웅으로 1위 노무현, 2위 김대중이 되고 이정희 대표가 10위인가 했던데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라 (이명박은 10위 밖으로 밀렸다). 또 금년부터인가 국보법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북한을 당당히 찬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한다.

    나는 최소한 통일 전 동서독 수준의 상호 왕래까지라도 가자고 말하고 싶다.

    명박이 시대에는 택도 없는 일이지만
    다음 정권에는 이산가족은 안해도 좋으니

    보다 중요한 일로 북한 적십자사와 원칙을 정하여 남북한 시민 상호간 희망자 중에 선별하여 펜팔 맺어주기 운동을 북한과 함께 전개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북한에는 신경 끊고 남한을 이쁘게 만들자는 소리는 . 두고보면 안다! 얼마든지 해보라!! (버드나무 10만 종 외우기에 도전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되, 좌표가 다르니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 인식과 평가도 달라야 하며, 북한의 3대 세습에 할말 없고 남한 삼성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것은 종합적 인식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에 신경 끊고 남한사회의 고통만 신경 쓴다는 방향설정보다는 이 되는 것이 남한사회의 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며, 주체사상을 통하지 않고도 60점이 되는 길이 있다. 힘들지만 버드나무 10만종 외우기보다는 쉽다.

    물론 제일 쉬운 길은 따로 있고...........
  • 다물인 2010/10/20 [00:49] 수정 | 삭제
  • 불행하게도 분단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도 북한도 그리고 한미일이라는 근본적 이질성을 가지는 연합(물론 미국중심이지만)도 강권적 정치에 그 바탕을 둔다.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제도를 가졌다고는 하나..어제 중국에서 말한 균부론에 대하여 좀 당황스럽지만..아마도 인플레이션 상황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듯하다. 산업화의 딜레마를 중국도 헤어나오기는 힘들것이다.
  • 다물인 2010/10/19 [22:59] 수정 | 삭제
  • 나는 분단후 한반도가 더 역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역사를 기록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세계사의 흐름속에 비록 부정적으로나마 우리민족이 끼어서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런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하여는 정말로 뼈저린 반성과 각성이 있어야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다물인 2010/10/19 [22:49] 수정 | 삭제
  • 사실 중요한 문제다..사상은 관념일 수 밖에 없다. 그 뒤에 있는 강권적 정치 때문에 사상을 중요하게 여길 뿐이다. 통일은 불편하다. 소통이 없는 통일은 더욱 더 불편하다. 남북이 문화적으로 꽉 막힌 이 때에 무슨 통일을 하겟는가? 그렇다고 주체사상식의 문화가 과연 남한사회에 먹히겠는가? 억지로 생각하면 두통만 생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