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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자, 장동건과 이병헌은 얼마나 다른가
장동건 파병반대 발언과 찬반논쟁, 그리고 '표현의 자유'
 
황진태   기사입력  2003/10/25 [17:27]

장동건에 대한 의미 없는 찬반논쟁

영화배우 장동건 씨의 최근 이라크 파병 관련 발언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찬반 논쟁이 가열 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어느 정도 정황을 살펴본 바로는 과연 이번 논쟁에서 남는 게 뭐가 있을 지 의문이다. 이번 논쟁의 양상을 보면 유승준의 병역기피 논쟁과 비슷하게 의견과 편이 갈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찬반논쟁의 대표적인 의견으로 소개된 네티즌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1.장동건의 발언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보는 입장.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군대 갔다 온 사람도 아닌 그대가 과연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까?”, “군대 안 갔다오면 그런 말 할 자격없다.”

2.장동건의 발언에 찬성, 동조하는 입장.
“생명이 귀중한 줄 아는 장동건이 믿음직하다”, “장동건은 일부러 병 걸린 것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것도 아니다.”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군대 갔다 온 사람도 아닌 그대가 과연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까?” 그렇다면 반전반김 시위에 나오셨던 퇴역군인들은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는 건가? 글쎄다. 그리고 군대를 못가는 여성과 장애인 그리고 공익요원은 평화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는 건가? 또 한번의 전형적인 ‘페니스 파시즘’이 작동되고 있다. 

장동건 인터뷰의 맥락에서 진정성을 읽어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포스터, 이 영화는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왼쪽이 장동건씨이다.
이번 장동건의 발언은 스포츠 투데이와의 인터뷰가 원인이다. 그 인터뷰를 읽고서 과연 일부 네티즌들은 제대로 인터뷰를 읽고서 비판 아닌 비난을 가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의 파병 관련 인터뷰 일부를 보도록 하자.

“전쟁영화에 출연하는 입장에서 이라크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나”는 스포츠 투데이 기자의 질문에 장동건은 “어려운 질문이다. 전략적으로 대답해야 되나? 전쟁이라는 게 누구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라크 파병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실제로 평화라는 말을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발언했다.

전쟁영화를 찍고 있던 촬영장에서 그는 무릎연골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부상을 입으면서 연기에 임했었다. ‘비록’ 군대를 못 갔더라도 이라크 파병을 통해서 사회 전반에 전쟁에 대한 고민이 진중한 시점에서 더욱이나 전쟁영화를 찍으면서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나름대로 전쟁에 대해서 사회 공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장동건은 이라크 파병의 견해를 밝히라는 질문에 대해서 처음에 “어려운 질문이다. 전략적으로 대답해야 되나?”며 고민과 망설임을 나타냈다. 왜 그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이러한 장동건의 고민과 망설임이 드러난 인터뷰의 맥락은 외면하고 비난에만 열을 올리시는 지 모르겠다.   

이병헌과 상반되는 장동건에 대한 비난.

지난 9월 27일 반전 행동의 날에 영화배우 이병헌 씨가 참여하여 이라크 파병 반대 발언을 했었다. 당시 이병헌은 “영화배우로서가 아니라 전쟁을 원치 않는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많은 사람들이 5월 이후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아이들은 부모를 잃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으며 우리 젊은이들이 무고한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이병헌이 이전에 JSA라는 남북분단상황을 주제로 한 영화에 주연을 맡은 것과 당일 이병헌의 이라크 파병 반대 발언을 연결시켜서 기사화했다. 그런데 이병헌은 현역이 아닌 공익요원출신이다. 이는 장동건의 발언에 대하여 한 네티즌이 ‘평화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경우의 수가 이병헌에게도 포함된다. 그러나 당시 올인이라는 TV드라마를 통해서 인기가 급상승중인 그에게 여론은 그의 발언에 대해서 비난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번 장동건의 경우, 이병헌의 경우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난 여론이 거세어졌는지 기자는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송두율에 이은 또 다른 매카시즘, 마녀사냥의 재물인가? 다만 대통령의 입에서 이라크 파병이란 단어가 발설된 지 얼마 안된 민감한 시점에서 장동건이 잘못 걸렸다는 추측만을 할 뿐이다.  

페니스 파시즘과 연결된 해석의 파시즘

▲영화배우 장동건  
지난 4월 미국에서는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야구 명예의 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야구영화 불 더햄(Bull Durham)의 기념식 취소사태가 있었다. 이유는 ‘야구 명예의 전당’ 사장인 데일 페트로스키가 영화 불 더햄에 나오는 팀 로빈스의 반전메시지 때문에 기념식을 취소하게 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서 팀 로빈스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항의했으며 결국 페트로스키는 어떠한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수정 헌법 1조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팀 로빈스에게 공개서한으로 사과를 표했다.

팀 로빈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떠한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반핵반김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번 장동건과 관련된 찬반여론은 지난 유승준 병역기피와 맥이 닿아있다. 남성. 특히나 남근주의 남성들로 인해서 군대 못간 남성들도 남성내에서 타자화 되고 여성과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다. ‘군대도 안 갔으면 입이나 다물어라’는 타자의 의견(해석)을 타자화하고 배제하는 이들의 전락은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해서도 거세됨이 마땅하다.

공인들로부터 이라크 파병 반대 발언이 더욱 많이 나오길 기대하며.

이번 장동건의 발언은 기자가 파병 반대 글을 아무리 많이 쓴들 그 위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그만큼 공인의 발언이라는 것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본 기자는 한가지 바람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명계남 씨, 문성근 씨, 김미화 씨 등 공인들이 이라크 파병 반대 발언을 ‘대선운동만큼’이나 활발하게 해줬음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좀더 공론화 되고 더욱 파병반대의 촛불들이 하나하나 모여 화산처럼 활활 타오를 정도가 된다면 파병철회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노빠’라면 노대통령의 잘못에 대해서도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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