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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명령, '땅셔틀 대통령'의 재림을 막아라
[공희준의 일망타진] 과잉팽창된 토건부문 정리않으면 나라의 존속 곤란
 
공희준   기사입력  2009/11/06 [03:17]
1.
 
빵셔틀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당연히 신조어다. 밥과 함께 일상적 먹을거리의 대명사인 ‘빵’과, 왕복한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Shuttle’의 합성어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실린 빵 셔틀의 의미를 한번 옮겨보기로 하겠다.
 
“교내에서 힘을 이용하여 다른 학우를 억압하거나 괴롭히는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빵을 사다주는 사람을 골라 사오라고 시키면, ‘빵셔틀’은 교내매점에 가서 돈을 주고 빵을 사오는 것이다. 단순히 빵을 사오는 개념이 아니라, 학교 폭력의 일종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은 이 문제에 대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법적 절차에 따라 조치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힘센 놈들에게 비굴하게 굽실대는 못난 녀석들과, 약자들을 괴롭혀 이득과 쾌락을 추구하는 더 못난 녀석들은 어른들 세상이든 아이들 사회이든 어디나 서식하기 마련이다.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들이 뜬금없이 조명을 받은 이유는 아마도 ‘전국빵셔틀연합회’라는 참으로 엽기적인 이름의 인터넷 카페의 존재가 바깥에 알려졌기 때문일 게다.
 
어감이 비슷해서일까? 나는 빵셔틀 이야기를 접하고 하루에 네다섯 시간만 주무시면서 나랏일에 열심이라는, 역대 어느 대통령들보다도 아침 일찍 일어나 국사를 챙기신다는 그 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우물에서 해장국 주문하다가 얼마 전 치러진 재ㆍ보궐 선거에서 스타일 팍 구긴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말이다.
 
국민들이 잘 알다시피 그분께서도 여기저기 부지런히 왕복하고 계시다. 국제관계에서 효과적 정상회담 형식으로 정착된 셔틀외교를 절찬리에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 같지는 아니하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의 대한민국 외교의 성적표가 별로 신통하지 못한 탓이다. 더욱이 명색이 일국의 국가원수에게 누가 감히 빵셔틀 노릇을 시키겠는가? 기무사와 국정원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담당한 셔틀 종목은 다름 아닌 땅셔틀이다. 땅값을 올리기 위해 그가 기울이는 노력을 보노라면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만약 빵셔틀 학생이 저토록 근면하고 성실하게 셔틀 역할을 하고 있다면 빵을 사오라고 강요한 불량학생은 틀림없이 과식으로 벌써 이승을 하직했으리라.
 
그분께서는 대통령 취임 이래 강남의 복부인들과,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토건업자들의 배를 불려주고자 즐거운 표정으로 땅셔틀 구실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물어오는 땅들마다 업자들의 일감이 되고, 복부인들의 돈벌이 창구가 되니 2MB 입장에서는 땅셔틀이라고 면박을 당해도 전연 억울하지 않을 터.
 
2.
 
이명박 비판하는 걸로 멈추면 그게 바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인터넷언론 오 아무개의 아류가 되는 길이다. 전자는 개념이 없고, 후자는 반성이 없으니까. 개념도 없고 반성도 없는 데 더해 양심까지 실종되었다면 청와대에 계신 그분이 될 테고.
 
모든 사람들이 토건자본의 폐해를 질타하고 있다. 그 결과 땜질처방에 불과한 각종 부동산투기 방지 대책들이 대안이랍시고 등장하곤 한다. 임기응변식 대응책의 공통점은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데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사후 약방문에 그치는 게 필연이다.
 
요즘 길거리를 둘러보라. 사방이 공사판이다. 아무 공사도 진행되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리를 100미터만 걸을 수 있다면 정말로 소원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소녀시대>에게 소원을 말해도 공산당 없는, 아니 공사판 없는 나라를 만들고픈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제로란 거다. 따라서 이제라도 강도 없는 지역에 다리를 놓고, 차도 다니지 않는 고장에 길을 내는 구조를 발본적으로(손호철) 벅벅이(손석춘) 뜯어고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마땅하다. 손석춘 원장이나 손호철 교수 같은 지식인들 특유의 단순한 입바른 소리 이상이 진실로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나는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접근하고 싶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하는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자. 관료들과 공사업자들을 빼면 대개는 토목이나 건축을 전공하는 교수들이다. 제자들에게 일자리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인 관련학과 교수들이 4대강 사업의 홍위병이고 돌격대장이다.
 
토건자본의 확대재생산을 보장하는 중요한 뿌리이자 터전이 매년 전국에서 무수하게 배출되는 건축공학, 토목공학 전공자들이다. 4년제 종합대학과 2년제 단과대학 졸업생에다가, 중장비기사 자격증 학원을 비롯한 이런저런 토건계열 교육기관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보태면 그 숫자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들 전부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남한의 국토면적이 적어도 10배쯤은 넓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핵폭탄 맞을 각오하지 않으면 영토를 확장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해답이 나온 셈이다. 양자택일로. 영토를 확장하든, 토건 관련 전공자를 줄이든 둘 중 한 가지뿐이다.
 
암 자체는 독성이 없다. 단지 죽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세포들을 암세포라고 일컬을 따름이다. 토건산업은 대한민국에 암세포와 진배없는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다. 무한하게 증식하려 하기 때문이다. 암을 치유하려면 암세포를 도려내야 한다. 암세포를 잘라내면 물론 아프다. 암세포 또한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일부분이므로. 그럼에도 잘라내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3.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경제학 이론은 박물관에 들어간 지 이미 오래다. 교과서대로 세상만사가 굴러간다면 지구상의 광고업자들은 모두가 당장 밥줄이 끊어져야 옳다. 농담 삼아 이야기하면 통일에 이르는 지름길은 대학교마다 북한학과를 개설하고 입학정원을 1,000명쯤 배정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생계가 막막해지는 사람들이 건설 산업이나 자동차 산업, 또는 이동통신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머릿수에 도달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넘어 마징가Z나 로보트 태권브이를 개발해도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급물살을 타리라. 왜냐? 북한학과 전공생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으뜸이니까.
 
그래서 제안하는 바이다. 토건산업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시발점을 내 나름대로 궁리해본 고민의 산물로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전국의 건축과 토목 관련 전공자 인원수를 국가의 장기적 발전과 국민경제의 지속가능성에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수준으로 과감하게 감축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대단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어떤 대학을 가도 건축학과나 토목학과는 가장 정원이 많은 과에 속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긴급하게 착수해야 한다. 암세포를 제거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듯이, 과잉팽창된 토건 부문을 정리하지 않으면 나라의 존속이 매우 곤란해지는 까닭에서다.
 
자발을 외면하면 강압이 대신한다. 지나치게 커진 군수산업을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데 실패한 독일과 일본은 전쟁의 참화를 겪고서야 그것들을 없애기에 이르렀다. 인류 역사에서 제일 쓰리라고 비극적인 구조조정이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정리하지 못한 대한민국 토건산업은 종국에는 타자의 힘을 빌려 정리되리라. 언제 어떠한 세력의 손에 의해 정리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 후 우리는 더 이상 한국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나라를 위해 토건이 있지, 토건을 위해 나라가 있지 않다. 이를테면 건축학과와 토목공학과 흥하게 한다고 멀쩡한 대학캠퍼스 전체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집권층은 암세포를 잘라내기는커녕 다른 암환자의 종양덩어리까지 떼어내 환자의 환부에 이식하려 든다. 빵셔틀은 자기 혼자 고생하는 걸로 끝이지만 땅셔틀은 나라를 통째로 거덜 낸다. 빵셔틀을 없애려면 건전하고 명랑한 학교 분위기 조성이 우선이다. 이명박 정권을 위시한 땅셔틀들이 대한민국에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끔 하려면 문명의 이기에서 흉기로 돌변한 우리나라의 토건산업에 메스를 들이대는 대수술을 지체 없이 실시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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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06 [03: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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