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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교조가 아니라 '대학평준화' 운동
[하재근 칼럼] 지긋지긋한 전교조 초심타령, 대학평준화에 집중해야
 
하재근   기사입력  2009/06/05 [16:47]
최근 몇 년째 전교조 욕하는 게 유행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이하 각료들, 보수세력-개혁세력 가리지 않고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전교조를 비난하고 있다. 최근엔 전교조 초기 인사들이 줄줄이 나서서 전교조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고 개혁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주에도 <오마이뉴스>에서 전교조가 겸손해지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대체로 보수세력은 전교조더러 너무 좌파적이라고 비난하고, 개혁세력은 전교조가 너무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되어있으며 대안 없는 비판만 일삼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전교조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주문을 내놓기 일쑤다.
 
이번 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교조가 양심적이고 올바른 교육보다 정파싸움에 치중한 것이 패착이었단다. 그러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의 이념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또, 전교조가 너무 교사 중심이라며 학생의 문제와 학부모의 참여권 문제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대안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공허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를 포함해 이 땅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란다. 그리고 다시 대안을 갖추라는 말과 비판에 겸손해지라는 말로 아무런 의미 없이 끝을 맺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민주화 세력이 전교조를 대하는 시각의 전형을 보여주는 기사였다.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넋두리일 뿐이다. 이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한국에서 개혁세력(민주화 우파)가 다시 집권해도 교육파탄은 영원할 것이다.
 
- 몇 번을 말해야 하나 -
 
도대체 한국사회 교육의 문제는 초중등 학교 바깥에 있다고 몇 번을 말해줘야 하나. 지난 몇 년간 하도 떠들어 신물이 난다. 그런데도 한국의 개혁세력은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매번 상황을 리셋 시키고 있다. 어떻게 레파토리가 몇 년 동안 변하질 않나. 이 구태의연한 오토리버스 행각에 나도 지난 몇 년간 수도 없이 반복한 말을 다시 할 수밖에 없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학교 내부가 아니라, 학교 서열체제에 있다’
 
이것이다. 이점을 무시했기 때문에 참교육 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학교 안에서 민족 교육을 하든, 민주화 교육을 하든, 인간화 교육을 하든 무슨 짓을 해도 학교 서열체제에서 교육파탄은 예정된 수순이다. 입시경쟁이 그 모든 교육 내용들을 깡그리 부숴버리기 때문이다. 학교 서열체제 파괴 운동을 하지 않고 참교육 운동이나 하는 한 교육은 절대로 바로 설 수 없다.
 
문제를 학교 내부로 돌리며 교사 탓을 하는 것은 결국 교육말살로 귀결된다고 얼마나 더 말해줘야 할런지 모르겠다. 요즘엔 절망적이다. 더 떠드는 것 자체에 환멸이 느껴질 지경이다.
 
- 아직도 학부모 타령인가 -
 
문제를 학교로 돌리면 결국 학교개혁론이 나오고, 교사 탓을 하면 결국 교사변화론이 나온다. 어떻게 개혁하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간단하다. 교육수요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라는 압력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것이 한국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수요자 중심주의다.
 
한국의 교육 수요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교육파탄, 교육말살이다. 한국의 교육 수요자는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 입시경쟁의 승리만을 원할 뿐이다. 그러므로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될수록 교육은 파괴된다.
 
이 뻔한 구조를 무시하고 민주화 세력은 수요자 중심주의에 매달렸다. 여기에 소개한 글은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를 거론하며 전교조가 이들을 생각해야 한단다. 학교 내부에서 학생을 아무리 생각해봐야 ‘인간의 얼굴을 한 학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학부모 참여도를 높여봐야 시간 많은 중산층 전업주부들이 판치는 개판 5분전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위 글대로 ‘이 땅에서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 뜻대로 전교조가 움직이면 큰일 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십 년 된 참교육 기조와 수요자 중심주의에 포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말을 듣다가는 다 죽는다. 위의 글에서 주문하고 있는 것들을 실행하면서 대안을 내는 것은 100% 불가능한 일이다.
 
- 대안은 이미 제출됐다 -
 
학교서열체제가 문제이므로 학교서열체제를 없애야 한다는 대안이 이미 나와 있다. 이것을 무시하고 참교육 초심 타령이나 하며 대안, 대안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학교서열체제 파괴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나?
 
내신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특목고를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나? 3불정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논술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되나? 영어과목을 축소시키면 문제가 해결되나?
 
학교서열체제 파괴 이외에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다. 고교평준화가 확고히 작동할 때는 대학서열체제만 파괴하면 문제가 깔끔히 해결될 수 있었다. 지금은 학교서열체제가 중등과정까지 내려왔다. 이것이 그동안 교육파탄이 대학서열체제만 있었을 때보다 더욱 심화된 이유다.
 
평준화를 다시 올려야 한다. 고교평준화 다시 하고, 대학까지 평준화하면 교육문제는 그 순간 해결된다.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도 이 때부터다. 이것이 대안이다. 참교육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평준화로 문제를 해결한 결과 참교육이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 외에 어떤 대안도 없다. 이것을 무시하면서 대안을 내놓으라는 말은 넋두리에 불과하다.
 
전교조가 잘못한 것은 3불이니, 내신이니 하는 온갖 문제들을 쫓아다니며 역량을 다 낭비해버리고 정작 대학평준화 운동은 소홀히 한 일이다. 이런 잘못은 일부 좌파를 제외한 한국 민주화 세력 전체가 함께 저질렀다. 이제 와서 전교조만 탓하며 당당한 체하는 것은 비겁하다. 전교조에게 초심 따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평준화 운동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시민사회 전체가 거기에 연대해야 한다. 이것 이외의 교육부문 주장은 모두 헛소리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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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05 [16: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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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2009/06/07 [17:04] 수정 | 삭제
  • 궁금하면 책 찾아바라.
    대학평준화에 대한 방안 논리에 대한 책 출간된거 많다.
  • 2009/06/06 [21:54] 수정 | 삭제
  • 대학평준화라..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학생 줄세우기 이제 그만' '대학 서열화 이제그만' 등등의 실효성 없는 얘기는 이제 좀 그만...

    차라리 고졸이라도 충분한 보수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구조만들기나 대입정원 늘리고 졸업정원은 극도로 줄여서 진정으로 공부하고 싶은사람만 대학을 택하게 하는 사회만들기 등등이 더 현실적인 것 같군요.
  • 백성주 2009/06/06 [12:39] 수정 | 삭제
  • 서울의 대학들을 한 개 대학에 한두 개 학과만 설치하자고요? 우선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다음으로 그게 대학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학벌없는사회에 저는 진작부터 물었습니다.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 3개 대학을 평준화할 방법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있으면 내놓아 보라고 물었습니다. 질문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자기네들은 말로는 대학평준화를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문종태 님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서울대 교수더러 부산대 전남대에 가서 가르치라고 요구하고, 부산대에 가서 서울대 전남대에 가서 가르치라고 요구하고, 전남대에 가서 서울대 부산대에 가서 가르치라고 요구해야 할 겁니다. 교수진을 평준화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교수들이 고분고분 순종할 것 같은가요? 억지로 하면 순종할 것 같습니까? 단 3개의 대학에 교수진을 평준화하는 것도 이리 어려운데, 대학이 200개가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평준화할 수 있겠습니까? 교수진이야 억지로 그렇게 한다고 칩시다. 시설이라든지 캠퍼스는 또 어떻게 평준화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하재근 등의 사람이 아무 답변을 못하는 겁니다.
  • 허망의추억 2009/06/06 [12:17] 수정 | 삭제
  • 그럼 아주 간단하다. 계급혁명 성공시키자. 노동인민 계급이 중심이 되고 더 나아가 계급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만들자. 그럼 되잖아. 서열체제고 대학평준화고 입시문제고 사교육이고 죄다 해결되어 버리는데, 왜 하재근은 계급혁명 운동이나 그 정도 좌파정치엔 동참하지 않고 한 때는 노빠질 하더니 이젠 맨날 우파 개혁주의 칼럼질인가 말이다.

    이명박 정부 타령, 신자유주의 교육 타령, 대학평준화 타령, 전교조 옹호 참교육 타령, 강남부자 타령, 학부모들 자기자식만 1등 욕심 타령, 서울대 신입생선발 타령, 사교육비 불평등 타령 등에 역량을 다 허비하고 정작 왜 '계급혁명'운동에는 소홀히 대하고 있느냔 말이다. 어때 이런 식의 반론 간단히 성립되잖나?

    그래서 대학평준화를 달성시킬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평준화 이후 사회 전도에 대한 사유와 고민이 빠져있는 하재근의 '타령'은 이렇게 쭈~욱 허망한 것이다.

    그리고 학교 밖 '서열체제'가 근본 문제라면서도 학교 안에 전교조의 체제안주 혹은 체제순응적 비(반)교육 '서열강화' 교육내용에는 면죄부를 준다? 서열체제가 근본 문제라면서 학교 밖 사교육의 반교육적 서열경쟁은 문제이고 학교 안의 공교육(이라고 위장 된)의 반교육적 서열경쟁은 문제가 없다? 하재근의 '타령'은 가치와 논리의 일관성이 결여 되었기에 맹목 전교조 빠돌이 수준으로 여겨져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쉽게 외면당해 버리는 것이다.

    운동론적 고민이 없고 대안 사회를 연구 사유하는데 게으른 채 그저 하재근 논리대로 "문제를 선언적으로 대학서열체제로만 돌리며 대상적으로 서울대학 탓만 하는 것은 결국 '학벌체제 해체 교육개혁 운동'의 말살로 귀결된다고 얼마나 더 말해줘야 할런지 모르겠다. 요즘엔 절망적이다. 더 떠드는 것 자체에 환멸이 느껴질 지경이다." 하재근에게 이러한 진실을 도대체 몆 번을 말해줘야 하나?
  • 문종태 2009/06/06 [08:13] 수정 | 삭제
  • 사교육 병폐의 원인은 대학 서열체제에 있고 학벌을 중시하는, 아니 학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전근대적인 우리의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대학을 평준화하는 방법으로는 며칠전 전북대 박동천 교수께서 제안했듯이 서울의 모든 대학을 통합하여 현재의 개별 대학에 한두개의 학과만 두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 아닐까요? 고심하여 쓴 글을 두고 짧은 한마디로 허망하다고 말씀하시니 정말 허망하군요.
  • 백성주 2009/06/05 [19:17] 수정 | 삭제
  • 하재근은 이렇게 썼다.

    한국에서 학교서열체제 파괴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나?

    하재근이 모른다고 해서 다른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무시험-추첨 대입제도를 도입해서 기존의 경쟁선발시험 대입제도와 함께 공존시켜서 대입제도를 이원화하면 된다. 명문대 등은 경쟁선발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게 내버려 두고, 나머지 대학들은 무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각 대입제도는 나름대로 인센티브가 있으므로 당사자 각자의 선택에 따라 비율이 정해질 것이다.

    하재근의 주장이 허망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재근은 대학을 평준화할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부산대와 전남대를 동시에 평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나? 절대로 평준화가 안 된다. 교수진도 다르고, 시설도 다르고, 캠퍼스 위치도 다르고, 선배들도 다른데, 그걸 무슨 재주로 평준화하겠다는 거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허망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