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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엉터리보고서' 책임자 처벌하라
친파병론자들로 구성된 '보고서', 국회차원 철저규명해야
 
김성호   기사입력  2003/10/07 [15:21]

*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합동조사단의 '이라크현지실태 보고서'에 대해 통합신당 김성호 의원은 본 보고서가 "친파병론자들로 구성된 편파보고서이며, 파병을 위해 현지 실정까지 '왜곡을 서슴치 않았다'며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강력한 비판의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며, 이라크 파병에 관한 독자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최근 이라크 현지 실태를 파악하고 돌아온 정부합동조사단의 보고서가 큰 파문을 낳고 있다. 보고서 내용은 한마디로 ‘부실보고서’를 넘어 ‘엉터리보고서’이다. 현지 실태대상 선정부터 조사과정, 분석내용 등 모든 것이 정부차원의 조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고 모순투성이다.

이런 ‘엉터리보고서’를 만들려고 국민의 세금을 들여 9박 10일 동안 무려 12명의 조사단원을 파견해야 했는가. 적어도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실낱같은 참고자료 정도는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의 희망을 좌절로 바꿔놓았다. 정부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사실 현지 사정을 왜곡시킨 ‘조작보고서’라고 해야 할 정도이다. 파병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지사정에 대한 정확한 실태 보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단은 전투병 파병을 위해 현지사정을 고의로 왜곡시켰다는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단은 구성부터 친파병론자로 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12명의 조사단원 중 11명은 정부쪽 사람으로 채워놓고, 구색맞추기식으로 민간인 출신 학자 한명을 포함시켰다. 이번에 양심선언을 통해 엉터리 정부보고서의 진상을 밝힌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가 유일한 민간인이다. 진리는 다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에 의해 밝혀진다는 교훈을 주었다. 애초 편파적 구성은 결국 편파보고서를 낳았다.

현지 실태대상도 조사의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 조사는 객관성이 담보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라크 현지조사가 객관성을 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라크 파병을 요청한 주체인 현지 미군사령부의 입장 청취와 또 다른 중요한 당사자인 이라크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이라크주민 단체의 의견청취가 필요하다. 이라크주민 단체에 과도통치위원회 등 친미어용단체는 당연히 제외된다. 제3의 객관적 입장에 있는 이라크 주재 유엔(UN)연락사무소도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다.

객관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사대상인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부와 이라크 주민대표, 유엔 연락사무소 등 3개 기관 중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라크 주민대표와 유엔 연락사무소는 제외하고 사실 미군사령부쪽의 입장만 듣고 돌아왔다. 모술에서의 현지인 1명과의 5분간 대화를 이라크 주민대표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군사령부쪽의 입장과 미군쪽 관련자료는 굳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미국 국방부로부터 더 ‘강성 보고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단이 돈을 써가며 왜 갔는지 의문이 든다.

조사분석내용도 조작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라크에서 적대행위 및 치안질서 측면에서 안정이 유지되고 있어 테러의 위험성이 감소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현지 미군쪽 통계에 바탕을 둔 해석이다. 그러나 현지 유엔연락사무소는 9월 들어 적대행위가 급증해 종전보다 4배나 늘어났다고 정반대의 통계수치를 내놨다. 유엔은 “미군이 적대행위 발발 건수를 최대한 축소하고 있다”는 배경설명까지 덧붙였다. 정부합동조사단이 6일  국회에 제출한 ‘이라크 현지조단 활동결과’ 보고서에서 중요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이라크 연합임시행정처(CPA)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는 우리 조사단의 면담과정에서 “한국군이 학교와 병원보수, 일자리 제공 등 인도적인 차원에서 도와준다면 테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라크 연합임시행정처와 과도통치위는 후세인 정권 붕괴이후 사실상 미국이 만든 친미기관들이다. 친미기관들조차도 ‘한국의 전투병 파병은 절대 반대, 인도적 지원만 가능’이라는 분명한 태도를 밝혔는데도, 정부합동조사단은 마치 전투병 파병이 필요하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이라크주민들의 뜻을 정반대로 왜곡했다는 사실이 국회 제출 보고서에서 확인되고 있다.

당연히 국회차원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작보고서’에 대해 즉각 진상조사 작업에 착수하고 관련 책임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회차원의 진상조사는 우선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와 통일외교통상위 합동회의를 통해 청문회형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청문회의 증인으로는 정부합동조사단 12명 전원과 국방부 관계자, 이슬람권 국가들의 입장과 관련한 자료를 제공한 쿠웨이트와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이 1차 대상이 될 것이다. 조사단 구성의 문제부터 현지 조사과정의 실태, 귀국 뒤 보고서작성과정에서의 왜곡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 최종 보고서 작성과정에 국방부 지도부가 관여했는지 여부 등도 진상조사의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이라크 현지 정부합동조사단은 단순히 세금을 낭비했다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의 판단기준이 되는 사실관계를 왜곡시켰다는 더 큰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판 김성일과 황윤길(?)     ©정화영의 소금밭
역사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임진왜란 직전인 1590년 3월 조선에서는 황윤길과 김성일을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했다. 조선침략 가능성에 대한 두사람의 엇갈린 보고는 결국 2년 뒤 일본의 침략 앞에 아무런 방비를 하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져야 했다. 당시 임금인 선조는 임진왜란이 터지자 일본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황윤길의 말을 좇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조선 땅은 일본군에 의해 유린되고 있었다.

외국 현지조사결과는 국가의 운명을 갈라 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의 진상조사 왜곡의혹에 대한 국회차원의 청문회 개최와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이다.

국회의원 김성호(국민참여통합신당) 홈페이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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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7 [15: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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