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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국 '반전평화', 국내에서는 '파병반대' 한목소리
'반전평화' 전세계 40개국서 울려 퍼져
 
참세상뉴스   기사입력  2003/09/29 [09:08]

"이라크는 이라크 민중의 힘으로 재건되어야 합니다"

지난 4월 미군에 의한 바그다드 함락과 전후 복구에 대한 방안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던 당시, 현지에서 반전활동을 벌인 이라크반전평화팀의 한 일원이 보내온 메시지다.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은 전세계 40개국에서 개최됐다. 서울대회 참가자들은 혜화동 대학로에서 오후 4시 집회를 마치고, 종로3가 탑골공원까지 행진을 벌였다.     ©참세상뉴스

자유.. 주권.. 자주.. 평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집단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군사력을 동원한 패권으로 이를 억압한다면, 또 다른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중동의 두 화약고, 팔레스타인과 이라크는 테러와 이에 대한 보복, 그리고 죽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 그리고 이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동원한 패권이 '문명의 후예' 무슬림의 그 권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항쟁, 제2차 '인티파다'(민중봉기) 3주년을 맞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패권'을 반대하는 평화의 목소리가 전세계에 울려 퍼졌다.

▲'9.27국제반전공동행동'(서울 대학로) 참가자들이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세상뉴스
국제 반전여론이 27일을 기해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에 나선 것. '9.27국제반전공동행동'이 한국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이라크·프랑스·독일·영국·이집트·남아공·호주, 그리고 미국 등 전세계 40개국에서 개최됐다.

한국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오후 2시 전주 객사 '차 없는 거리', 오후 3시 인천 부평역 광장, 오후 4시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각각 열렸다.

이들은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을 맞아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요청과 정부의 전투병 파병 계획과 관련, 이에 초점을 맞춰 '불법·불의의 (이라크) 전쟁에 파병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지금 이라크 민중은 미군 점령에 맞서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 전투병 파병은 그러한 이라크 민중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며, (이라크 침략으로) 곤경에 빠진 미국의 이라크 점령·통치를 강화해 줄 뿐"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지난 걸프전이래 13년에 걸친 경제제재로 이라크 민중의 삶을 파탄시킨 장본인이다. 이라크 민중이 유엔을 미국 외교정책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적대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유엔의 승인을 얻어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에 편입되는 파병 또한 이들은 단호히 반대했다.

이들은 또 "대북 적대와 압박으로 한반도 위기와 긴장을 조장하고 있는 부시가 이라크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이고, ▲미국, 이라크 점령 포기 ▲노무현 정부, '전투병 파병' 요청 거부 ▲미국, 한반도 위기 조성 중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 등을 촉구했다.

전쟁은 전세계 민중을 고통으로

서울대회는 오후 1시 열린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추모와 한국 전투병 파병 반대'를 위한 천주교·기독교 연합 기도회에 이어, 오후 3시 국제반전공동행동 조직위원회 간사 김광일씨(다함께)의 사회로 5천여명의 시민·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본 행사를 진행했다.

"지금 우리는 수백만원이 없어 어린 자식들과 함께 자살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태풍으로 수재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수천억원을 들여 우리 젊은이들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권영길/민주노동당 대표)

"영화배우가 아닌 전쟁을 원치 않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5월 전쟁이 끝났다고 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전쟁으로 이라크인들이 죽어가고 있고,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고 있습니다. 무고한 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이병헌/영화배우)

▲'팔레스타인에 올리브와 자유를' 기도(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참세상뉴스
"미국은 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두 가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한 전쟁이고, 또 하나는 중동 석유패권을 위한 전쟁입니다."(정광훈/민중연대 상임대표)

"미국은 열화우라늄탄 방사능 오염으로 부상자를 포함해 6천여명에 가까운 미군을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합니다. 이 더러운 전쟁에 노동자의 자식들을 죽어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절대 보낼 수 없습니다."(김형탁/민주노총 부위원장)

"정부는 내년도 '초긴축' 예산에 국방비를 8%나 증액한다고 합니다. 파병이 된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 예산은 농업을 살리고, 이 땅 민중의 삶에 쓰여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도시빈민의 엄청난 도전에 직면할 것입니다."(김흥현/전국빈민연합 의장)

"동성애자들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차대전 당시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등 사회의 소수자들은 전쟁의 이름으로 히틀러에 의해 학살당했습니다. 부시의 행동은 그런 히틀러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정율/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우리 사회는 전쟁시스템(군사문화)에 의한 일상적인 폭력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터키가 쿠르드족을 학살하는 데 한국산 박격포가 쓰여진다는 것을 아십니까. 이런 상황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양심에따른병역거부자)

노동자·농민·도시빈민·청년학생 등 각계각층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서울대회에서 그들의 발언은,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민중의 삶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한다'     ©참세상뉴스
이러한 고통은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의 노동자들과 이주민들, 빈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국제반전공동행동'을 맞아 한국에 전달된 연대의 메시지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저자 앤서니 아노브는 "미국 정부가 외국에서 벌이는 전쟁은 미국 내의 노동자들과 이주민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전쟁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도시와 지방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해마다 군비 지출이 44% 증가하는 동안, 유아교육과 보건의료·탁아·도서관, 그리고 기본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은 과감하고 철저하게 삭감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적 전쟁은 시민권에 대한 공격, 특히 이주민과 무슬림에 대대적인 공격과 함께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변호사 접견권 조차 거부당한 채, 체포·고문·구금·추방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공격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민의 절대다수는 미국을 지배하는 소수 지배 엘리트들의 제국주의적 의도와 그 어떤 이해관계도 공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에서 전쟁을 벌이고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우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앤서니 아노브)

파병, 국제사회 조롱거리 될 터

▲이날 이주노동자들도 참가해 '반전평화'의 한목소리를 냈다 ©참세상뉴스
이날 집회에서 만난 팔레스타인계 호주인 야세르(32, 강사)씨는 한국 전투병 파병과 관련해 "중동 사람들은 한국사람에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만약 한국이 파병을 한다면, (무슬림의) 미국에 대한 감정으로 인해 한국 또한 엄청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세르씨는 또 "이라크인들의 단 1%도 미국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유엔과 협력을 한다 하더라도, 같이 통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당장 이라크에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혈충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미국이 공평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며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키는 유일한 길은 '인티파다'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영토를 이스라엘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지, 우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투쟁을 '테러'·'테러리스트'라고 비하하는데,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았을 때 독립군이 테러리스트였습니까."라며 야세르씨는 항변하기도 했다.

군사력을 앞세워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자원을 독점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이른바 선진국들, 그리고 이들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에 의한 '중동 패권'은 무슬림의 투쟁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이에 '국익'과 '한미동맹'을 구실로 이라크전에 파병을 하고, 전투병 추가파병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논리는, 한반도가 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화약고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됨은 분명하다.

한국정부는 '반전평화'를 외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뉴스 http://cast.jinbo.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 기사작성은 박종모(ecopark@jinbo.net)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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