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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ㆍ이라크ㆍ팔레스타인에 평화를!
927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 전세계 반전물결 넘친다
 
안찬수   기사입력  2003/09/26 [16:22]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개막연설에서 유엔 회원국들에 다국적군 파병 및 이라크 재건 작업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서, 터키, 일본, 파키스탄 등 불과 몇몇 국가만이 미국의 ‘호소’에 응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24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증언에서 “유엔 결의 여부와 상관없이 다국적군이 대규모로 이라크에 파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외국 군대의 파견 전망이 불투명하자, 미국의 주 방위군 및 예비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미 행정부의 지도자들이 이라크에 추가 파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라크 문제가 국제 정세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라크 전쟁이 네오콘들이 주장하듯 미국이 일으키고자 하는 ‘제4차 세계대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며, 이라크 전쟁의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제관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시기에 그랬듯, 이라크 현지의 전황이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들수록 반전 여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이 9월 27일 전세계적으로 펼쳐질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국제반전공동행동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9월 27일은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시작된 2차 팔레스타인 항쟁(인티파다)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 반전 운동 세력은 이 날을 기념해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을 벌일 계획”이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한국 전투병 파병 반대,미국의 한반도 위기 조성 반대,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9·27 국제반전공동행동 포스터     ©9·27 국제반전공동행동 조직위원회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지 9월 25일자 기사에 의하면, 영국의 런던에서는 27일 대략 10만 명의 사람들이 하이드 파크에서 트라팔가 광장으로 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이 날의 시위를 전쟁저지연합(SWC), 핵무장반대운동(CND), 영국의 이슬람연합(MAB) 등의 단체가 주도한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런던으로 시위 참가자들을 수송하기 위한 차량도 준비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하고 있다.

전쟁저지연합의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 회장은 “영국군과 미군이 이라크에서 즉각적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국이 어떻게 이 분쟁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공개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전쟁이 ‘부당하고 불법적이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국제반전단체 앤서(ANSWER)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뉴욕, 시애틀, 보스턴 등지에서 반전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

앤서는 누리집(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팔레스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코리아, 콜럼비아는 제국과 식민지 지배에 계속해서 저항해왔다. 부시 정권이 이라크를 잔혹하게 점령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식민 정책과 점령을 위해 1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보내고 있다. 또한 부시 정권은 계속해서 코리아, 시리아, 쿠바를 향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 정부 전복, 경제 제재 등의 수단을 사용해서 미국 정부는 이란, 짐바브웨 등의 정부를 전복한 뒤 친미 정권을 세우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간적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한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위한 자금은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미국의 군수 산업 시설을 확충하는 데 2.7조 달러를 쓸 예정이다. 미국의 전쟁과 점령은 오로지 시티뱅크, 체이스, 헬리버튼, 엑손모빌, 그리고 그 밖의 기업과 은행가들의 배를 불려줄 뿐이다.”

27일에 있을 국제반전공동행동에는 이들 전쟁 당사국인 미국, 영국뿐만 아니라 아랍 지역에서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시아에서도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민중연대 네트워크’와 ‘바양’ 등이 중심이 되어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개입을 반대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927 국제반전공동행동위원회’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한국 전투병 파병 반대, 미국의 한반도 위기 조성 반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를 주장하기 위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9.27 국제반전공동행동위원회의 호소문 전문:

'9·27 국제 반전 공동 행동 조직위원회'에 가입하십시오

1. 9·27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의 취지

9월 27일은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시작된 2차 팔레스타인 항쟁(인티파다) 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계 반전 운동 세력은 이 날을 기념해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세계 반전 운동 세력과 보조를 맞춰 이미 세 차례나 국제 반전 공동 행동을 벌인 바 있는 한국의 반전 운동 세력도 9·27 집회 조직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특히 한국의 반전 운동은 이라크 점령 반대/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와 함께 미국의 한반도 위기 조성 반대를 결합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집회 제목에도 이런 취지가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의 반전 운동 단체 앤서(A.N.S.W.E.R.)도 9·27 행동에 이라크와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한반도나 필리핀 문제를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지난 5월 1일 조지 W 부시는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종료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지난 8월 27일까지 사망한 미군이 143명으로 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138명보다 더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 지배자들은 병력 증파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며 분열하고 있습니다.

미군 점령에 저항하는 이라크인들이 유엔 건물을 파괴한 것을 단순히 "국제 구호 단체에 대한 테러"로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유엔은 10년 넘게 경제 제재를 강요해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을 비롯,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미국의 스파이 노릇을 하며 전쟁 구실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또, 최근에 유엔은 미국의 꼭두각시들로 이루어진 과도통치위원회를 승인, 이라크인들의 자결권을 짓밟았습니다. 그래서 이라크인들이 유엔을 미국의 외교 정책 도구쯤으로 여기고 적대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베트남, 알제리의 피억압 민중이 그랬듯이, 이라크인들은 압도적으로 강력한 점령군에 정면으로 맞설 수 없으므로 그들의 통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유엔 건물 폭파를 비롯한 이라크 내의 폭력과 유혈 사태에 대한 정치적·도덕적 책임은 불법적 전쟁을 모의하고 감행한 부시 패거리에게 있습니다. 그런데도 미군은 오히려 무장 저항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며 계속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무고한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군에 대한 저항과 반격이 더욱 거세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저항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 "재건" 작업도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한 미군 고위 장성이 비유했듯이,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은 베트남에서처럼 "수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지배자들은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안보 자문업체 <스트랫포>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지금 이라크는 미국이 해결해야 할 국제 지정학 문제의 핵심이다. …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벌이는] 세계적 전쟁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일부다. 왜냐하면 그 전쟁의 결과에 따라 … 국제 관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라크의 현재 상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 때문에 …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따라서 향후 몇 주, 몇 달이 … 이라크 전쟁뿐 아니라 세계적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결정적 국면에 서 있다."

베트남에서 수렁에 빠졌던 미국은 그 뒤 "해외 파병 기피 증후군"(베트남 신드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우리가 베트남전 반대 운동처럼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운동을 건설한다면, 미국이 시리아나 이란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전쟁을 감행하기 힘들 것입니다. 9·27 국제 공동 반전 행동은 그런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 미국의 중동 전략을 떠받치는 다른 축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공격은 이스라엘 정부가 "로드맵"을 받아들이는 시늉조차 포기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로드맵은 이스라엘이 최소한을 양보하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굴종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중동 각국 정권들이 이라크 점령과 미군의 중동 주둔을 인정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극우파 총리 아리엘 샤론은 팔레스타인 땅의 10퍼센트만 차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작은 국가조차 허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지난 주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를 살해한 것은 중동에서 전쟁을 재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휴전 상태"가 지속된 지난 두 달 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주요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이른바 "표적 암살" 정책으로 복귀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악명 높은 "보안 장벽" 건설 노력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더 확대했습니다.

미국의 대응은 이스라엘의 일부 정책들을 온건하게 비판하는 반면, 팔레스타인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군이 아부 샤나브를 암살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평화 협상에 미칠 효과를 고려하라고 요구했을 뿐이지만, 압바스에게는 테러리스트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처들을 취하라고 압력을 넣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50년 넘게 이스라엘의 점령과 억압·학살·고문·차별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들의 불만과 분노는 지난 2000년 9월 제2차 인티파다(봉기)로 폭발했습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정당한 항쟁을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이를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무시한 채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전범(戰犯)" 아리엘 샤론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중봉기(인티파다)에 연대합시다.

미국의 한반도 위기 조성 반대

중국 베이징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이 열리게 된 데는 대체로 다음 같은 상황들이 반영된 듯합니다. 우선,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지배계급 일부가 점차 우려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15일 전 미국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현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위기 관리를 위해 북한을 테이블로 끌고 올 필요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중동의 상황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부시는 7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온건한 어조를 사용한 반면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서는 강경한 말들을 거듭했습니다.

미·영 점령군에 대한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날로 거세지는 데다, 이라크 점령에 대한 미국과 영국 내 여론도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는 실각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의 다른 나라로 전쟁을 확대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려고 할 수 있지만,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매우 명백합니다.

하지만, 북미 대화의 재개가 한반도 위기의 궁극적 해소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1994년 전쟁 위기는 1993년부터 시작된 북미 대화 과정의 한복판에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한반도가 전운에 휩싸이기 1년 전인 1993년 6월 12일에 북한과 미국은 "미국은 북조선에 핵무기를 포함해 폭력적 공갈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은 6자 회담에서 미사일·인권, 납치 등의 문제도 제기함으로써 오히려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회담 전부터 미국 지배자들은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피력해 왔습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부시 정부 내의 이견이 여전한 것도 북미 대화의 앞날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데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할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 9·27 행동을 조직하기 위한 조직위원회 가입을 호소합니다.

9·27 행동을 조직하기 위해 많은 단체들의 협력과 단결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9·27 국제반전공동행동 조직위원회'에 가입해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조직위원회에 더 많은 단체들이 참여한다면 우리는 9·27 행동을 더욱 광범하고 대중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9·27 국제반전공동행동 조직위원회'에는 개인들의 가입도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참고 기사 및 관련 사이트]

1. 국제반전공동행동위원회: http://stopthewar.or.kr/927/
2. <가디언>지 기사   http://www.guardian.co.uk/uk_news/story/0,3604,1049655,00.html
3. 영국의 전쟁저지연합 http://www.stopwar.org.uk/
4. 영국의 핵무장반대운동 http://www.cnduk.org/
5. 영국의 이슬람연합 http://www.mabonline.net/
6. 미국의 국제반전단체 앤서(ANSWER) http://www.internationalanswer.org/ 7. 필리핀 민중연대 네트워크 http://www.nisp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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