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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교육비 상승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하재근 칼럼] 날개달린 교육물가 상승, '교육평준화' 통해 해결해야
 
하재근   기사입력  2009/01/21 [12:13]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비자물가 총지수는 9.7% 상승했다. 항목별로 보면 의료서비스는 8.9%, 집세는 4.5%, 식료품은 7.6%다. 그러나 교육물가 상승률은 17.2%다. 교육비에 날개가 달렸다.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고등교육을 제공해야 할 국공립대학교가 오히려 교육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상승률이 26.4%다. 사립대학교의 경우는 22%였다. 유치원 납입금은 28.6%가 뛰었다. 학원비도 10%에서 20% 사이의 상승률을 보였다.  

통계청 2007년 서비스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 부문 매출액은 2007년에 10.6% 증가했다. 학원부문의 매출액은 20.3% 증가했다. 정확히 두 배다. 외국어학원의 매출액은 32.4% 증가했다. 이건 세 배다. 외국어학원은 하루에 8곳, 입시학원은 하루에 6곳에 새로 생겨났다. 학교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엔 사설모의고사를 치르는 고등학교의 수가 2008년 들어 2007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바도 있다. 
 
한국은행의 2008년 상반기 국민소득 통계에 의하면 공식적으로 작년 상반기에 한국인이 지출한 교육비는 약 15조 원이다. 그동안 공식적인 한국인의 연간 교육비 부담 규모는 20조 원대였다. 실질적으로는 물론 30조 원 이상이라고 다들 말을 했었다. 이제 공식적으로도 30조 원 선이 돌파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2분기에 2인 이상 도시노동자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17.8% 증가했다. 2003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이 기간 동안 가계소득증가율은 8.5%, 월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4.6%였다. 수입증가분 이상으로 교육비에 돈을 쓴 것이다. 가계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9.0%로 82년 사교육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     © 대자보

- 교육이 아니라 ‘웬수’다 -  

교육비 지출을 주로 감당하는 부모는 30~40대다. 그래서일까? 이런 기사가 예사롭지 않다.  

30-40대, “이젠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프런티어타임스 2008-10-03]     


한 이민법률법인의 이민 관련 설문조사에서 이민준비를 하는 사람 중 30~40대의 비율이 59%였다는 기사다. 내 주위에도 한국에서 자식 교육시키기가 무서워 출산을 줄이거나, 대안학교로 아이를 탈출시키거나, 이민 가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사회의 등뼈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택담보대출과 실업의 공포, 노동유연성 때문에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 있는 한국의 부모들이다. 교육비가 비수가 되어 그들의 심장을 찌른다. 
 
<무릎팍도사>에서 한 배우는 자신의 무명시절을 회상하며, 그렇게 어려워도 힘든 내색을 안 하던 부인이 아이 교육비 얘기를 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고 했다. 최근 TV에 나온 쌍용자동차 노동자도 아이 교육비 얘기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런 거다. 한국인에게 자식 교육비란.  

나 하나는 당장 어떻게 살아도 좋은데, 부모공양도 소홀할 수 있는데, 내 노후도 포기할 수 있는데,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 삶의 가치와도 같은 것. 그것이 바로 자식 교육이다. 그 비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의 가치가 공격당하는 것과 같다. 교육이 한국인을 공격하는 창이 되고 있다. 교육이 아니라 ‘웬수’다.  

- 교육비 걱정만 덜어도 한국인의 삶이 바뀐다 -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 땅에서 국가는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교육비 상승은 외국어 즉 영어, 등록금, 입시학원비 등이 주도한다. 정부는 이 세 가지 부담을 모두 늘리고 있다. ‘어린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 교육비를 늘리라는 신호였다. 국제중-자사고-국립대법인화로 등록금이 올라간다. 평준화 해체와 일제고사 등으로 입시경쟁이 강화된다.  

그 귀결은 ‘돈’이다. 그 돈을 모두가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 2분기에 상위 20%인 5분위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전년 동기대비 17.2% 증가할 때, 하위 20%인 1분위 가계의 지출은 12.5%가 줄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교육비를 쓰긴 하지만 저소득층은 경기불황으로 인해 소비비중은 유지하더라도 절대액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거침없이 교육비를 쓰고 있다.  

이 차이는 정확히 자식들의 미래를 규정할 것이다. 교육비 부담이 커질수록 보다 많은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자들과 일반 국민과의 차이가 벌어지고, 그것은 그 자식들의 신분차로 이어진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무시당할 인생행로를 가는 것을 뻔히 쳐다보고만 있을까? 악에 받쳐 교육비를 대게 된다. 하지만 경제력 격차를 뛰어넘을 순 없다. 교육비 격차는 그 차이만큼 피눈물이 되어 한국인의 가슴에 꽂힌다.  

모두가 교육비를 안 쓰게 되면 한국인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감세하고 땅 파는데 쓸 돈이면 무상교육, 무상보육이 가능해진다. 입시경쟁을 폐지하고 평준화를 확립하면 사교육비 부담이 사라진다. 한국에서 자식 교육시키기가 무서워 이민 안 가도 된다. 이 좋은 길을 놔두고 왜 거꾸로만 가나.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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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1/21 [12: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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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게요 2009/01/31 [00:32] 수정 | 삭제
  •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이라는 책임의 문제,
    이 문제는 문제있는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사람이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지경에 놓인 그 단체 내부의 문제가 아닐까요?
  • 부산시민 2009/01/23 [10:32] 수정 | 삭제
  • 모두가 교육비를 안쓰면 된다? 진짜 실망입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합니까?
    재근씨, 혹시 집에 아이 있으십니까? 이미 학원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르십니까? 단순히 공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러 학원에 갑니다. 친구들이 다들 학원에 가기 때문에 학원을 가지 않는 학생들은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냅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무조건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자기 자식만 잘 되기를 바라는 이기주의자, 정신병자로 몰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 말 들으면 정말 화납니다.

    위에 댓글 단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학벌에 의해서 부가 분배되는 현재의 시스템의 조정이 없는 한 학벌 문제는 해결이 요원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에서의 승리가 삶의 질과 심지어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체제에서 말 할 것도 없습니다.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 간판 떼십쇼~~~~
  • 인식의차 2009/01/22 [11:45] 수정 | 삭제
  • 다음 내용은 하재근의 부족한 사회인식과 상호 모순된 인식 체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무시당할 인생행로를 가는 것을 뻔히 쳐다보고만 있을까? 악에 받쳐 교육비를 대게 된다. "(하재근)

    하재근의 위와같은 인식은 자신의 다음과 같은 인식과 양립될 수 있을까? 입시폐지나 대학평준화는 곧 사회적 대우나 나아가 신분과 계급의 평준화를 이루는 것인가?

    "모두가 교육비를 안 쓰게 되면 한국인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 입시경쟁을 폐지하고 평준화를 확립하면 사교육비 부담이 사라진다." (하재근)

    그에 비해 이태경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한국 교육체계의 변혁을 주장하는 진보연 하는 사람들끼리 인식이 이처럼 현격하게 다른데, 좀 더 공부하고 논쟁하여 입장통일을 지향해 가야한다.

    "입시지옥을 끝내고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교육문제를 사회적 가치의 분배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바라보질 못하고 교육 차원에서만 사고해서는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태경)

    "학벌이 사회적 가치의 분배 피라미드에서 더 높은 위치를 담보하는 구조가 온존하는 한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건, 국립 서울대학교를 폐지하건, 공교육을 강화하건 학벌지상주의가 약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는 지금과 같이 극소수만 승자가 되는 입시지옥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이며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자는 외침이 아름답긴 하나 공허한 울림에 그치고 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태경)


    하재근의 주장대로 입시경쟁이 폐지되고 대학평준화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고 그 복잡한 문제들은 그저 사회 어디론가 떠 넘겨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 부분에 대해 능력이 딸리거나 게을러 더 공부하기 싫으니 그저 단순하게 '주장과 선언'을 반복해 대며 계속 우려먹는 것이고 그러한 허술한 '논리와 대안'이 기득권 반대세력을 넘어 사회 피해주체들로부터마저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