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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말 '강부자' 위해 위헌 판결 내렸나…
'일부위헌' 결정 재판관 대부분 종부세 대상자…"국민신뢰도 땅에 떨어져"
 
이석주   기사입력  2008/11/14 [10:49]
종부세 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세대별 합산' 과세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3일 "가족간의 모든 증여를 조세회피로 볼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이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헌재 결정과 관련한 신뢰도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헌재 결정 직후,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세 회피를 조장하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화살은 그러나 재판관들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자라는 사실로 이어지면서, 헌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까지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날 결정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받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과 맞물리면서, 헌재 결정의 근거와 이유가 어떻든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명 중 8명 종부세 대상자…이 중 7명이 "세대별 합산 위헌"
 
이날 세대별합산 규정과 관련한 위헌 결정은 9명의 재판관 중 7명에 의해 내려졌다. 이들은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이공현·김희옥·민형기·이동흡·목영준·송두환 등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종부세 대상자로 알려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당시, 재판관 9명 중 8명이 종부세 부과대상자로 밝혀진 바 있다. 특히 이들의 평균 재산신고액은 27억5500만원에 달했다. 위헌결정에 반대입장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눈초리가 날카워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 헌재가 이날 세대별 합산 과세여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재판관 9명 중 8명이 종부세 대상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CBS노컷뉴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나머지 2명 중 김종대 재판관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며, 조대현 재판관은 종부세 대상이긴 하지만 다른 재판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산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7명의 재판관의 경우 올해 납부해야할 종부세액이 적지 않다는 점인데,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김희옥·이공현 재판관의 종부세액은 올해 3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1000만원 이상의 종부세를 내야 하며, 다른 재판관도 수백만원씩의 종부세 납부대상자다. 일각에선 이를 놓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위헌 결정을 내린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또 주거목적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동의했다. 세대별합산에 대해 위헌결정을 낸 재판관 중 목영준 재판관을 제외한 이강국·이공현·김희옥·민형기·이동흡·송두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던 것.
 
반대 의견을 낸 목영준 재판관도 장기보유일 경우에는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며 부분적인 불합치 의견을 낸 바 있다.
 
"사법부 권위 상당히 실추, 국민적 신뢰에 손상"
 
이와 관련,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14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동시,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일단 "재판관들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제도의 존폐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의심을 불러올 소지가 충분하다"며 "사법부의 권위가 상당히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가능하다면, 결정을 좀 뒤로 미루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재판관들에 대한 의혹이 충분히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헌재 결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많은 손상이 일어나게 된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강만수 '사전접촉 발언'으로 제2의 치명타…"정치적 중립성 땅에 떨어져"
 
한편 재판관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와 함께, 헌재의 이날 결정은 강만수 장관의 '사전 접촉' 발언에 따라 그 공정성에 치명적 문제를 드러낸 셈이 됐다. 향후 이에 따른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헌재의 이날 결정은 또 강만수 장관의 발언 등과 맞물리면서, 향후 정치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12일 열린 강장관 발언 진상조사 소위원회 모습)     © CBS노컷뉴스

비록 '일부 위헌' 판결 직전 헌재는 지난 7일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발표,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 (기획재정부) 방문에 대해 헌재가 요청하거나 자료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결정이 강 장관의 발언과 교묘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신뢰와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제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토지정의시민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강만수 장관의 헌정교란 행위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며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을 국민들이 그대로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아울러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런 정황에 대해 정부와 헌법재판소가 모종의 교감을 나눈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헌법재판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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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1/14 [10: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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